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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성과보수제 도입

‘-25%’.
 성모씨가 최근 9년 가까이 투자한 중국 펀드를 환매하면서 손에 쥔 성적표다. 홍콩H지수(중국 펀드 투자의 기준이 되는 지수,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에 해당)는 2007년 11월 2만 선을 뚫고 올라갔다가 이후 급락했다. 이듬해 8월 1만1000 선을 바닥으로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 바닥 밑에는 지하가 있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6000 선까지 밀렸고 손실이 너무 커지자 성씨는 ‘비자발적’ 장기 투자로 돌아섰다. 2015년 중국 펀드가 괜찮다는 얘기에 펀드 계좌를 확인했지만 겨우 마이너스만 면한 상태였다. 지수가 1만2000 선을 넘었다는데 왜 아직도 수익이 안 나는지 의아했다.
 그러다 최근 돈이 필요해 환매하러 갔더니 원금의 25%가 까졌다. 홍콩H지수를 비교하면 -5% 안팎의 수익률이 나와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펀드 운용을 잘못했나 봤지만 다른 중국 펀드와 기간 수익률은 비슷했다.
 비밀은 수수료에 있었다. 전문용어로는 보수라고 하는데 그게 연 2.09%나 됐다. 그나마 가입 초기에는 2%대 후반까지 갔는데 수수료를 낮추는 추세에 따라 낮아진 게 그 정도다. 9년 가까이 투자했으니 수수료로만 20% 가까이 원금에서 까먹은 셈이다. 성씨는 “투자자는 돈을 못 벌어도 금융회사는 돈 버는 이런 펀드엔 다시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펀드가 외면받는 이유다. 마이너스 수익을 내도 이와 상관없이 자산운용사·판매사들은 꼬박꼬박 자기들 몫을 챙겨 간다. 전문가라고 해서 펀드매니저에게 수고료(운용보수)까지 주고 돈을 맡겼는데도 예금만도 못한 수익을 내거나 원금을 까먹는 일이 잦다.
2일 금융투자협회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간 주식형 펀드 수익률보다 운용보수가 높은 경우는 3개 연도에 달했다. 운용보수를 포함한 총보수와 비교하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10개 연도 가운데 5개 연도는 마이너스 수익을, 6개 연도는 은행 이자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거뒀다. 해외 주식형 펀드도 사실상 절반(5개 연도)은 예금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투자해 봐야 예금만도 못하다는 경험칙에 일반인들은 공모펀드를 외면했다. 내 돈은 못 불리고 금융회사 배만 불린다는 피해의식도 공모펀드 이탈을 부추겼다. 지난해 처음으로 사모펀드 설정액(지난달 27일 현재 254조8965억원)이 공모펀드(236조9139억원)를 추월했다.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펀드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개선대책’은 시들해진 공모펀드 인기를 되살리기 위한 조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펀드 운용에 대한 책임을 운용사에도 지우겠다는 점이다. 운용사들은 앞으로 새 공모펀드를 설정할 때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성과보수제를 적용하거나 반드시 자기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성과보수제가 시행될 경우 운용사는 펀드를 잘 굴리면 그만큼 보수를 더 받을 수 있다. 지금은 펀드를 어떻게 굴리느냐와 관계없이 펀드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만큼 보수를 챙긴다. 성과가 좋든 나쁘든 버는 돈은 일정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가 열심히 펀드를 운용할 동인이 부족하다. 성과보수제가 시행되면 펀드를 잘 굴려 목표한 수익률을 초과 달성하면 더 많은 보수를 챙길 수 있다. 수익률이 시원치 않으면 운용사는 최소비용만 받는다. 그간 일단 팔고 보자던 운용사가 펀드 운용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된다.
 성과보수제 도입을 안 하겠다면 운용사는 자기네 돈을 펀드에 넣어야 한다. 역시 원리는 같다. 운용을 잘하는 만큼 운용사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자산운용 등은 벌써 성과보수를 적용한 공모펀드 출시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기본 운용 수수료율이 비슷한 상품의 절반 수준인 0.2~0.4%에 불과한 성과보수 공모펀드를 준비하고 있다”며 “관련 법령 개정이 완료되는 대로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과보수제 도입 등으로 공모펀드 시장이 살아날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연구실장은 “공모펀드가 침체된 이유는 보수가 아니라 수익률 때문”이라며 “수익률이 의미 있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과보수제를 도입한다고 한들 가입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에 따라 투자자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해 펀드를 파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 독립투자자문사(IFA)를 시장에 도입하기로 했다. IFA는 은행·증권 같은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회사다. 일종의 금융주치의·금융집사 역할을 하게 된다. IFA는 자문의 대가를 오직 고객으로부터 받기 때문에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치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란ㆍ한애란ㆍ이새누리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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