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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막겠다며 골목상권 보호 법안 봇물

지난달 28일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선 이른바 ‘개념 발언’이 나왔다. 발언은 낙후된 지역이 활기를 찾으면서 임대료가 오르자 원주민ㆍ상인이 내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노래한 음악인들이 특별상을 받은 뒤 나왔다. 가수 리쌍을 향해 “한 가장이 4인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던 삶의 터전이다. 함부로 빼앗지 마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생소한 용어는 지난해 여름 힙합 듀오 리쌍이 소유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에서 상가를 임차해 사용하던 곱창집 사장과 리쌍이 임대차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에게 인삭되기 시작했다. 가로수길뿐 아니라 홍대, 상수동, 이태원 해방촌, 성수동 등 젊은층에게 ‘핫한’ 서울의 신흥상권은 대부분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원래 죽어있던 상권을 상인들의 노력으로 살려놨더니 건물주가 임대료를 지나치게 올려 노력한 상인들은 쫓겨난다’는 것이다.
건물주와 세입자,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대립 구도로 갈등이 증폭되다 보니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문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개념 수상소감’이 나온 그날 국회에선 지역상권 보호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지역상권 상생발전에 관한 법률안이 논의됐다. 각각 ‘자율상권구역’과 ‘지역상생발전구역’이라는 다른 명칭을 쓰고 있지만 해당 지역의 상인은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비해 더 강화된 보호를 받게 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현행법에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는 5년 동안은 임차료 인상률이 연 9%를 넘을 수 없다. 두 법안은 대통령령으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임차료 인상률을 더 낮추게 규정하는 허용하고 있다.
두 법안은 아직까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접수만 된 상태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곧 국회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법안과 비슷한 내용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소상공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소상공인ㆍ자영업 사장님들의 임대료 걱정을 줄여드리겠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대료 상한한도를 9%에서 5%로 인하하고, 상가임대차 계약갱신청구 기간을 점진적으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입장은 다르더라도 골목상권 보호에는 모든 대선주자가 동의하고 있어서 입법 논의가 구체화되는 건 시간 문제다.
전통적인 방식의 골목상권 보호방안도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20일 “대통령이 된다면 복합쇼핑몰과 대형유통점 주말영업을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16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골목상권 보호 추진방안을 직접 발표하면서 대형마트에게 적용되는 월 2회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까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대 국회에 이미 접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해도 이미 20개에 달하고, 이 중엔 백화점과 면세점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도 있다.
문제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해법이 실제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다. 지난달 28일 공청회에 나온 전문가들은 일부 우려를 표시했다. 김영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임대료 상한이나 계약갱신기간의 연장 등 재산권의 제한이 위헌의 소지는 없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5년 12월 내놓은 보고서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에 대해 “규제로 인한 대규모 점포 등의 매출액 감소가 전통시장으로 유입돼 상생이 가능한지 의문이 있다”며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적혀 있다. 현행 제도만 놓고 봤을 때도 효과가 불분명한데, 여기에 복합쇼핑몰과 면세점까지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면 자칫 소비자의 편익이 침해되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골목상권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깊이 있는 연구와 실태조사 등이 선행된 뒤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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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