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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커피숍서 버젓이 담배 뻐끔"…법망 피해 전국 곳곳 등장한 흡연카페 가보니

대전시 서구의 한 흡연카페에서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서구의 한 흡연카페에서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카페. 입구에 ‘이젠 예쁘고 편안한 공간에서 흡연하세요’란 팻말이 있었다. 100㎡(약 30평) 넓이의 실내에 들어서자 20여 명의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좌석마다 커피와 음료수, 담뱃갑과 재떨이도 보였다. 이곳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몇 시간이고 떠들며 흡연을 할 수 있다. 일명 ‘흡연카페’다.
 

흡연자들 "눈치 안보고 담배 실컷 피우니 좋다" 반겨
커피제조기 갖다놓고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신고
관계당국 "금연 구역 대상 시설서 빠져 단속못해"
복지부, 흡연카페 금연시설 지정방안 법개정 착수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현재 모든 음식점과 카페·제과영업점(식품위생법상 식품접객업) 등은 흡연이 금지됐다. 하지만 이 카페는 관할 구청에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지난해 8월 신고를 한 뒤 7개월째 영업하고 있다. 법률상 금역구역 지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이용, 실내 흡연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이곳엔 커피 제조기 2대가 매대에 놓여 있었다. 점원에게 돈을 지불하고 손님 스스로 커피 제조기를 이용해 원하는 메뉴를 뽑아 자리에 앉는 영업 방식이다. 카페 직원은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애연가들이 가게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대전시 서구의 한 흡연카페 입구에 '전좌석 흡연가능'이란 홍보문구가 보인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8일 대전시 서구의 한 흡연카페 입구에 '전좌석 흡연가능'이란 홍보문구가 보인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금연구역 대상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문을 연 흡연카페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2015년부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부산, 대전 등 곳곳에 ‘흡연카페’,‘스모킹 카페’ 등의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확인한 전국 흡연카페 수는 15곳이다. 업계는 이후 7개월 간 수십 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흡연자들은 “금연구역 확대와 담뱃값 인상, 흡연경고 그림 등 각종 금연정책으로 설 자리가 좁아진 마당에 합법적인 흡연카페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흡연자들은 “법망을 피해 흡연행위가 가능한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금연정책에 어긋난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복지부는 뒤늦게 흡연카페를 규제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에 착수했다.
흡연카페에 설치된 커피제조기.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영업신고를 하기 위해 매대에 설치됐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흡연카페에설치된 커피제조기.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영업신고를 하기 위해 매대에 설치됐다.대전=프리랜서 김성태

 흡연카페 업주들은 식품위생법상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신고를 한다. 이럴 경우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 지정 대상에서 빠진다. 이 법 9조에 따르면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휴게음식점영업소, 일반음식점영업소, 제과점영업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범위를 명시했다.
 권영건 청주흥덕구 위생지도팀장은 “커피ㆍ음료 자동판매기를 비치하고 손님이 셀프로 카페를 이용하면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신고할 수 있다”며 “영업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흡연카페는 일선 보건소의 금연구역 단속대상에도 빠진다. 흥덕구보건소 관계자는 “신종 흡연카페는 금연구역 지정 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가 찾은 흡연카페는 셀프로 운영되는 일반 카페와 외관상으로 매우 유사했다. 점원이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 계산대 맞은편 탁자에 놓으면 손님이 이를 가져간다.  
 
 경기 수원의 C흡연카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카페에선 아르바이트생들이 음료 주문을 받고 커피는 커피머신에서, 녹차와 페퍼민트 등 차 종류를 1회용으로 컵에 담아 손님들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매장 한 켠에서는 아이스크림과 과자, 컵라면도 팔았다. 손님이 음료를 받아 재떨이를 챙긴 뒤 좌석에 앉아 자유롭게 흡연하고 있었다. 최모(23ㆍ여)씨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다”며 “안내표지판에 ‘합법적 흡연카페’라고 해서 편하게 피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시 서구의 한 흡연카페 내부 전경. 테이블이 놓여있고 천장에는 환풍기가 설치돼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서구의 한 흡연카페 내부 전경. 테이블이 놓여있고 천장에는 환풍기가 설치돼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C흡연카페는 지난해 3월 수원점을 시작으로 현재는 대구·부산 등 모두 3곳에서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C카페 대표는 “식품자동판매기 영업은 금연구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자유업종”이라며 “자판기 두 대 이상인 경우에 신고의무규정이 있지 우리처럼 한 대만 운영할 경우 구청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일반 카페 업주들은 불만이다. 대구 수성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전현욱(31)씨는 “2년 전부터 실내흡연이 금지되면서 적잖은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기존에 있던 흡연공간을 일반 좌석으로 변경했다”며 “영업형태가 일반 카페와 비슷한 흡연카페를 놔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않다”고 말했다.
 
 김희봉 복지부 건강증진과 서기관은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신고한 흡연카페를 금연구역 지정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 개정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박사는 “금연구역을 일일이 지정하는 방식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론 법망을 피한 흡연카페 증가를 막기 힘들다”며 “모든 영업장에서 실내 흡연을 하지 않도록 하든지, 흡연 가능한 구역만 법에 별도로 명시해 놓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수원·대구=최종권·임명수·최우석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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