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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앨 수도 놔둘 수도 … 기업들 대관업무 딜레마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발표한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뉴시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발표한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뉴시스]

‘대관업무 조직 해체’.

삼성, 미전실 대관조직 해체 파장
정경유착 이어질 소지 사전에 차단
해외 기업은 합법 로비스트 활용
현대차·LG 등 사태 추이 주목

삼성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5줄짜리 쇄신안 가운데 세번째 항목에 적힌 내용이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 미전실이 수행하던 모든 업무는 당연히 사라지는데 삼성은 왜 수많은 분야 가운데 ‘대관’만 콕 찍어 별도로 명시했을까. 재계에서는 이 항목이 대관업무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재계의 맏형 격인 삼성의 대관 조직 해체가 재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른 대기업들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관업무는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들도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다. ‘우호적 사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官)을 상대로 벌이는 모든 활동이 대관업무다. 기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정부, 국회, 대(對) 기업, 검찰·경찰 등이 대상이다. 국회를 상대로 하는 분야를 ‘입법라인’, 나머지 분야를 ‘정보라인’으로 분류한다. 국내 10대 기업 대관업무 담당 부장은 “입법라인의 활약 여부에 따라 기업 성장이 크게 좌우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LG그룹의 경우 그룹 대관업무는 지주사인 (주)LG에서 부사장급 팀장을 포함해 3명이 수행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10여명이 이 업무를 진행한다. 산업통상자원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전자 업무와 관련된 관 조직이 많아서다. 현대차 그룹은 임·직원 합쳐 30여명이 대관업무를 담당하며, SK그룹은 수펙스추구위원회에 부사장·상무 등 임원 3명과 직원 11명이 대관업무를 수행한다. 대관업무는 장시간에 걸쳐 탄탄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원활하게 진행된다. 전문가 영입이 활발한 것도 이때문이다. 입법라인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들어 국회 보좌관이나 비서관 출신들의 대기업행(行)이 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보좌관 출신들은 법안이 설립되기까지 어떤 단계에서 어떤 영향을 끼쳐야 입장이 잘 반영되는지를 안다”며 “외부 압력단체를 활용하는 등의 노하우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이 조직 해체라고 표현했지만 대관업무를 안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우호적 경영 여건 조성은 국내·외 모든 기업들이 전력 투구하는 분야여서다.

대관업무는 성격상 기업이 ‘한다’, ‘안한다’고 선언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의원실이나 정부 부처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어떤 경영애로가 생길수 있느냐”고 물어올 경우 내부 의견과 입장을 취합하고 정리해 전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모두 대관업무에 해당한다. 그리고 기왕 의견을 전달하려면 경영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설득력을 높이도록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가 필요에 따라 대관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룹 차원의 입장 전달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작은 계열사들의 경우 네트워크와 정보력이 부족해 진행이 어렵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대관업무를 사실상 삼성전자가 대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룹 매출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다 유관 계열사가 가장 많고, 주력 업종이어서 ‘삼성전자의 입장=삼성그룹의 입장’인 경우가 많아서다. 삼성전자에도 현재 임원 4명을 포함해 20여명이 대관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이 조직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의 대관업무가 대부분 음성적으로 진행되는데 비해, 해외기업들은 로비스트법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진행한다. 삼성그룹이 사안에 따라 대관업무를 로펌이나 에이전시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민한 결과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대관업무 폐지 선언을 계기로 기업들이 정경유착으로 이어질 소지를 차단하면서 이 업무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대기업 대관업무 담당 임원은 “외국에서는 기업과 정부가 손잡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뛴다”며 “경제 선진화는 기업을 옥죄는게 아니라 투명하게 일할 수 있게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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