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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얘기하면 평행선, 부모님과 대화 자체가 사라져”

‘탄핵 갈등’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을 향한 비판이 탄핵 찬성 또는 반대의 화살이 돼 자신과 의견이 다른 주변 사람들로 향하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가정 내 갈등’이다. 주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의견이 대립한다. 직장인 서모(54)씨는 요즘 아버지에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함께 TV 뉴스를 볼 때마다 참전용사인 서씨의 아버지는 정치 이야기를 꺼낸다. “문재인이나 박원순은 빨갱이다”는 말이 꼭 나온다. 서씨는 “논리적으로 반박해도 항상 ‘넌 몰라서 그런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되도록 화제를 돌리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씨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안타깝다. 노인들을 속여 이득을 얻으려는 선동가들에게 적개심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일상 속에 스며든 탄핵 갈등
“참전용사 아버지, 말마다 빨갱이”
“후배와 온라인 논쟁, SNS 탈퇴”
단골 병원·식당서 대화 꺼냈다
기분 상해 불편한 관계 되기도

 
대학생 이모(27·여)씨도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씨는 “예전에 민주화운동을 한 큰아버지가 촛불집회에 나가라고 계속 연락을 한다. 너무 강요하니 촛불집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이젠 큰아버지 연락이 오면 읽기만 하고 메시지를 삭제한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설에 외가댁에 갔던 어머니가 대통령 때문에 할머니와 연을 끊을 정도로 크게 다투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오간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학과 후배와 다퉜다. 촛불집회를 비판하는 후배의 글에 반박 댓글을 달았다가 논쟁으로 번졌다. 김씨는 “평소엔 생각이 달라도 그냥 웃고 넘겼는데 이번엔 글을 읽다 너무 화가 나 댓글을 달았다. 한참 ‘키보드 싸움’을 벌이고 나니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져 페이스북 계정을 아예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만 잘 관리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생활 속에 가끔 부딪히는 사람들과 순식간에 불편한 관계가 되는 일도 많다. 별로 나쁘지 않던 사이인데도 탄핵이 대화 주제로 오르며 갈등이 시작되는 경우다. 대학생 이모(27)씨는 최근 10년 단골인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다 크게 기분이 상했다. 진료 중 촛불집회 얘기가 나와서 자신도 간 적이 있다고 했더니 50대 의사가 이씨를 꾸짖었다. 이씨는 “계속 정치 얘기를 하다가 ‘촛불집회에 가는 대학생들은 머저리’라는 말까지 하더라. 병원을 옮길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모(52)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칼국수 가게에 ‘탄핵이 될 때까지 음식값을 할인한다’는 안내문을 걸었다가 보수단체 회원들로부터 수백 통의 협박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아예 대화 자체를 줄이는 전략을 택한 사람도 많다. 김모(63·여)씨는 “요즘 정치 얘기가 나오면 아예 말을 안 섞는다. 한번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지고 일일이 따질 수도 없으니 피하는 게 상책이다”고 말했다. 최모(25)씨 역시 “부모님이 보수적이라 정치 얘기를 하면 평행선을 달리는 기분이다. 부모님과의 대화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회에서 양 진영이 죽기살기 식으로 대립하다 보니 일상으로까지 싸움이 옮겨 가고 있다.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도 큰 앙금이 남아 또 다른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갈등 해결 컨설팅전문가인 박일준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는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릴 때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할 때가 많다. ‘나라가 잘되길 바란다’는 큰 목표는 공유하고 있는 만큼 정서적 공감을 먼저 표시하면 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용갑 한국갈등관리조정연구소 대표도 “의견 제시와 그 사람에 대한 공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념이 다르더라도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윤정민·하준호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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