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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힘빠진 울버린의 마지막 포효 … 새 영웅을 기약하다

마지막 울버린이 포효한다. 지난 17년간 ‘엑스맨’ 시리즈(2000~)를 비롯해 총 8편의 영화로 관객을 찾았던 늑대인간 울버린(휴 잭맨)이 9번째 영화 ‘로건’(1일 개봉, 제임스 맨골드 감독)으로 작별 인사를 건넨다. 이 작품은 지난 달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다.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가 작가 영화, 독립 영화를 지지하는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단순한 ‘팝콘 무비’가 아니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정의를 물었던 배트맨 영화 ‘다크나이트’(2009,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에 비견될 만큼 어둡고 심도 깊다. 다섯 개의 키워드로 ‘로건’을 들여다봤다.
 

휴 잭맨의 엑스맨 완결판 ‘로건’
선악과 정의를 묻는 묵직한 주제
작품성 위주 베를린영화제 초청돼
멕시코 국경 등장, 저항 메시지도

‘로건’은 늑대인간 울버린이 나온 영화 중 가장 비장하고 잔혹한 영화다. 로건이자 울버린을 연기한 휴 잭맨이 11세 신예 다프네킨이 연기한 로라를 안고 있다.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로건’은 늑대인간 울버린이 나온 영화 중 가장 비장하고 잔혹한 영화다. 로건이자 울버린을 연기한 휴 잭맨이 11세 신예 다프네킨이 연기한 로라를 안고 있다.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①‘늙은’ 울버린=더이상 근육질의 불사조는 없다. 자글자글한 주름에 젊은 시절 얻은 상처와 지병으로 술에 기대 사는 노쇠하고 유약한 ‘아재 로건’이 있을 뿐이다. 총에 맞아도 회생 가능한 돌연변이였던 로건은 이제 울버린으로 변신할 때조차 손등에서 ‘클로(claw)’가 잘 튀어나오지 않아 애를 먹는다. 보다 인간적인, 약점 투성이의 영웅이 고난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란 점에서 ‘로건’은 지극한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젊은 시절 분노와 파괴적 욕망으로 가득했던 인물이 “내내 단호하게 거부했던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마침내 허용하는 영화”(맨골드 감독)이기에 그 감동이 남다르다.
 
②짙은 서부극의 향기=‘더 울버린’(2013)을 연출하기도 했던 맨골드 감독은 “오래 전부터 로건을 서부극 히어로의 영적인 후손”으로 생각했다. 특히 ‘로건’엔 서부극의 명작으로 꼽히는 ‘셰인’(1953, 조지 스티븐스 감독)과 ‘용서받지 못한 자’(1992,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DNA가 들어있다. 무자비한 평원에서 누군가를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카우보이의 본성과 죄의식,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들어야 하는 고독한 운명을 울버린에 이식한 것이다. 울버린이야말로 지난 17년간 수많은 악당을 ‘살해’했고, 때론 자신 때문에 죄없는 주변 사람을 잃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 여정을 통해 반성과 희생, 나아가 처절한 구원의 몸부림을 그려보인다.
 
③트럼프 시대 영웅이란=‘로건’을 비롯한 ‘엑스맨’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다른 ‘돌연변이’들이 힘을 합쳐 차별과 탄압에 저항하는 이야기다. 이는 인종이나 질병, 장애, 성적 정체성으로 고통받는 소수자의 삶을 은유한다. ‘로건’은 여기에 이민자와 난민의 고통을 얹었다. 멕시코 국경에서 출발한 돌연변이들이 미 전역을 돌며 ‘힘있는 자’들과 싸우는 내용은 미국-멕시코간 장벽을 쌓고, 반이민 행정명령을 내리는 트럼프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경제 위기로 인해 자국 우선주의로 흘러가는 국제 정세 속에서 영웅의 관용에 대해 묻는 작품이기도 하다.
 
④작정하고 19금=‘로건’은 9편의 ‘엑스맨’ 시리즈 중 유일하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만큼 잔혹한 액션으로 중무장한 채 끝까지 간다.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장면들이 눈을 감게 할 만큼 불편하기도 하지만, 처절하고 비극적이기도 하다. 맨골드 감독은 이렇게 해명한다. “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다. 진짜 어른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덕분에 보다 더 성숙한 방식으로 인간의 연약함,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 가족을 묶어주는 복잡한 유대감을 자유롭게 파헤칠 수 있었다.”
 
⑤굿바이 로건, 헬로우 로라=‘엑스맨’ 시리즈의 세대교체도 예고한다. 스페인 출신의 2005년생 아역 배우 다프네 킨이 연기한 로라를 주목하자. 이 어린 여배우의 어둡고 묘한 아우라와 가공할 만한 액션은 울버린을 잇는 다음 세대의 영웅이 어떤 모습일지 짐작케 한다. 어떻게 구시대의 영웅을 떠나보내면서, 이 영웅 서사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로건’은 할리우드의 수많은 수퍼 히어로 영화들이 갖고 있는 한계와 고민에 대한 가장 영리한 대답이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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