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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용재’ 빠르게 내야 가르고 … ‘태호형’ 공 높이 띄워라

지난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서 열린 한국-쿠바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차 평가전. 쿠바 유격수 요르단 만둘레이가 7회 양의지의 땅볼을 잡으려다 바닥에 쓰러졌다. 오른쪽으로 빠질 듯한 타구를 쫓다 오른 발목을 접지른 것이다. 만둘레이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그라운드 바깥으로 실려나갔다.
 
전날 열린 1차 평가전에서는 쿠바 중견수 로엘 산토스가 3회 김재호의 중전안타를 뒤로 빠뜨렸다. 원바운드 타구의 속도를 예측하지 못해 내야수가 알을 까는 실책을 범했다. 산토스는 5회 김재호가 때린 우중간 타구도 더듬었다. 그 덕분에 단타에 그쳤을 타구가 3루타로 둔갑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쿠바 선수들이 지난 2경기에서 보여준 수비력은 기대 이하였다. 동물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들의 동작은 위축돼 있었다. 그들에게 고척돔은 무척 낯설어 보였다.
 
다음달 6일 시작하는 WBC 1라운드 A조(한국·네덜란드·이스라엘·대만) 6경기(플레이오프가 열리면 7경기)는 모두 고척돔에서 치러진다. 1년 전 국내 최초의 폐쇄형 야구장 고척돔이 완공된 덕에 WBC 대회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것이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3개국 선수들에게는 고척돔에서 경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바 수비수들이 고전한 장면에서 볼 수 있듯 고척돔의 인조잔디는 천연잔디와 확연히 다르다. 지붕 때문에 돔구장 그라운드에는 천연잔디를 심을 수 없다. 대신 플라스틱 재질의 인조잔디를 설치한다. 부드러운 카페트가 깔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고척스카이돔의 특징

고척스카이돔의 특징

 
고척돔을 제외한 한국 프로야구 경기장에는 모두 천연잔디가 설치돼 있다. 1년 전 고척돔이 개장했을 때 선수들은 땅볼타구 적응에 애를 먹었다. 인조잔디의 모양은 균질이기 때문에 불규칙 바운드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인조잔디는 표면이 천연잔디보다 딱딱해 타구 속도가 20~30% 정도 빠르다. 바운드도 크다. 유격수 김하성은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넥센 선수들도 처음엔 고생 좀 했다. WBC에서 만나는 상대 팀들이 며칠 만에 고척돔 바운드에 적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김 JTBC 해설위원은 “네덜란드 내야진이 메이저리그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하지만 현재 인조잔디를 사용하는 빅리그 구장은 트로피카나 필드(탬파베이) 정도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라도 고척돔에서 수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네덜란드 선수들은 기본기가 탄탄하다. 마이너리그 선수가 주축인 이스라엘, 자국 리그 선수로 구성된 대만 선수들이 더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인조잔디에서 뛴 경험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변수는 고척돔 내야에 새로 깐 흙이다. 지난달 방한한 메이저리그 자문위원 머레이 쿡은 고척돔 내야의 흙을 WBC 기준에 맞게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새로 깔린 흙은 기존의 것보다 단단하다. 국제대회나 메이저리그를 많이 경험한 선수가 아니라면 이 흙이 불편할 수 있다. 만둘레이의 발목 부상은 자신의 계산보다 빠른 땅볼을 쫓다가 단단한 흙 때문에 스텝이 엉켜 일어났다. 유격수 김재호도 25일 쿠바전을 마친 뒤 약간의 발목 통증을 느꼈다고 밝혔다. 3루수 허경민은 “고척돔의 흙이 전보다 딱딱해졌다. 적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이스라엘은 다음달 1일, 대만은 다음달 2일 고척돔에서 첫 훈련을 한다. 지난해 넥센 선수들은 고척돔에 익숙해지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렸다. 3개 팀이 고척돔 적응에 대한 부담을 갖는 건 한국에게 유리한 요소다.
 
또 한가지. 빈도는 작지만 피해규모가 큰 위험이 고척돔에 도사리고 있다. 반투명 재질로 된 하얀 천장이다. 높은 플라이가 뜨면 하얀 야구공이 천장 사이로 숨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지난해 3월 프로야구 시범경기 때 많은 외야수들이 뜬공을 시야에서 놓치고 실수를 저질렀다. 일본 돔구장에서 많이 뛰어본 이대호조차 “고척돔에 처음 와봤는데 천장과 공의 색깔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팀은 익숙한 환경에서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받는 ‘홈 어드밴티지’를 누린다. 야구 같은 멘털 스포츠라면 홈과 어웨이 경기의 차이가 더 크다. 한국 선수들에겐 익숙하지만 상대에겐 낯선 ‘돔(dome) 어드밴티지’는 WBC 1라운드의 또다른 변수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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