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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새댁 “돌봄센터서 아이 챙겨주니 안심하고 일”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시 생명꿈나무돌봄센터에서 독서 수업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선 퇴근이 늦은 부모를 위해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 [파주=김춘식 기자]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시 생명꿈나무돌봄센터에서 독서 수업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선 퇴근이 늦은 부모를 위해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 [파주=김춘식 기자]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의 ‘생명꿈나무돌봄센터’에선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군부대와 밭이 모여 있는 작은 농촌 마을의 고요함을 깨는 소리였다. 22명의 아이들은 각자 보육교사 앞에 모여 책을 따라 읽거나 마당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놀았다.

얼핏 일반 어린이집·유치원과 비슷한 풍경이지만 함께 어울리는 아이들의 나이는 3~10세까지로 다양했고 얼굴도 각양각색이었다. 베트남·캄보디아 출신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아동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조손가정 등 저소득층 자녀다. 이 센터는 맞벌이 부모를 위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가 끝난 뒤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을 맡아준다. 그래서 매일 오후 3~4시면 센터 앞엔 인근 보육기관의 통학 차량이 줄지어 들어선다.

베트남 출신인 장모(33·여)씨가 오후 5시쯤 일을 마치고 센터로 오자 10세, 5세인 두 아이들이 달려와 안겼다. 아이들을 센터에 보낸 지 1년째인 그는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라 밥도 챙겨주고 다문화 교육과 독서·미술 수업도 해준다. 그래서 지금은 퇴근이 늦어져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며 웃었다. 장씨를 시작으로 학부모들이 하나둘 퇴근길에 들러 아이들을 데려갔다.

법원읍은 파주시의 20개 읍·면·동 중에서 다문화·저소득층 자녀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게다가 보육기관이나 학교가 마친 뒤에는 아이들을 돌봐줄 곳이 마땅치 않은 게 문제였다. 놀이방·학원 등 갈 곳이 마땅히 없다 보니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어린 자녀를 집에 홀로 두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비영리 법인인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생명꿈나무돌봄센터를 세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믿을 수 있는 시설’이란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변 읍·면에서 부러워할 정도가 됐다. 법원읍 주민들은 센터 마당에 잔디를 깔아줬고 후원회를 결성해 먹거리를 사다주기도 한다. 장영숙 센터장은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학부모와 주민 반응도 좋아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파주뿐 아니라 전국 농어촌 대부분이 ‘보육 사각지대’다. 특히 이들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다문화 학생은 2011년 3만8000여 명에서 2015년 8만2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미취학 다문화 아동도 12만 명을 넘는다. 그러나 보육 인프라는 크게 부족하다. 감사원이 지난해 전국 보육 현황을 살펴본 결과 어린이집 미설치 지역의 95.5%가 농어촌이었다.

상황이 이런 데다 다문화 엄마들은 한글을 잘 몰라 아이와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방치된 아이들은 언어 발달이나 기초학습능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생계를 꾸리느라 아이를 챙기기 어려운 저소득 가정도 마찬가지여서 자녀들이 안전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광실 파주 YWCA 사무총장은 “아이들은 보육 단계부터 흔들리면 나중에 엇나가기 쉽다. 저출산 해소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돌봄센터 등 농어촌 보육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도 2011년부터 보육 사각지대 해소에 힘을 보태고 있다. 파주와 충북 제천 등 9곳에 3~10세 아동을 위한 생명꿈나무돌봄센터를 설치했다. 27일엔 전남 순천에서 10번째 센터가 문을 연다. 센터에선 다문화·저소득 가정을 위해 주야간과 주말에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모 교육도 한다. 이종서 재단 이사장은 “농어촌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일반 가정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해 편견 없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사회 공헌을 위해 19개 생명보험사가 기금을 출연해 2007년 출범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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