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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오 이상의 벌, 박 대통령 안쓰러워” “한 번 실망하니까 회복이 안 된다”

[르포] 탄핵 찬반 팽팽히 갈린 대구 민심

25일 오전 7시50분쯤 대구시 도심에 위치한 반월당역 동아백화점 앞. 태극기를 든 이용구(75)씨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릴 태극기집회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며 이 모습을 지켜보던 60대 남성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상한 사람을 가까이 두는 바람에 이렇게까지 된 거 아니냐. 한번 실망하니까 회복이 안 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이씨는 “나라 걱정에 태극기를 드는 것이다. 보수가 힘을 보태야 한다”며 거듭 동참을 권했다.
 

버스 40대로 1500명 주말 상경 집회
초기와 달리 최근 동정론 확산 추세
지역 언론 조사, 탄핵 49% 기각 47%

오전 8시가 넘어 버스 10여 대가 속속 도착하자 삼삼오오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로 60~70대 노인들이었지만 가사장삼을 걸친 승려와 7세 고사리손을 꼭 쥔 30대 엄마에, 20~30대 젊은이도 눈에 띄었다. 버스 앞에는 ‘탄기국’ ‘박근혜 대통령’ ‘박사모’ 등의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만난 시민들이 별도로 전세 낸 버스도 있었다.
 
이날 아침에만 40여 대의 전세버스가 대구시내 30여 곳을 둘며 1500여 명을 태우고 서울로 향했다. 대구 노원성당 교인들이라고 밝힌 단정한 차림의 60대 여성들은 버스로 발길을 옮기며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서울로 간다. 박 대통령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토요일 영업을 쉬고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은 정연숙(53·여)씨는 “처음엔 ‘어떻게 대통령이 이럴 수 있나’ 싶어 다들 멘붕 아니었나.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탄핵소추가 사실 관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는 걸 알게 됐다”며 “법치국가에서 이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로 79일째를 맞은 박 대통령 탄핵 사태가 종착역을 향해 달리면서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사태 초기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던 여론이 미묘하게 돌아서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여론조사도 혼조세다. 지난 1일 지역민방인 TBC와 매일신문 여론조사에서도 탄핵 인용이 48.8%, 기각이 47.0%로 호각세를 이뤘다. 지난달 초 영남일보 조사에선 탄핵 찬성 48.1%, 반대 39.5%였다. 현지에서도 촛불집회 초기 탄핵 찬성이 우세하던 TK 여론의 흐름이 최근 찬반 양론으로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구 여론조사 전문기관 폴스미스의 이근성 대표는 “탄핵 찬성이 대세였던 초반과 달리 최근엔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수가 바뀐 느낌”이라고 전했다. 박재일 영남일보 부국장도 “기류가 뒤집힌 건 아니지만 탄핵 반대 입장에 가속이 붙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의 여론도 혼재돼 있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이 방문해 과자를 샀던 과자점 주인은 밤과자를 건네며 “이게 대통령이 사간 그 과자”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대통령이 딱하게 됐다”며 동정론을 펴는 이들도 여럿 접할 수 있었다. 반면 “상식선에서 봐도 이해할 수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고수하는 이들도 꽤 보였다. 50대 칼국숫집 주인은 “최순실과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배신감을 토로하는 상인이 적잖다”고 전했다. 탄핵 사태를 보는 시각은 같은 세대 안에서도 갈리고 있었다. 동성로에서 만난 직장인 이석준(32)씨는 “TK가 죄인이 됐다.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극기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어머니와 상경한다는 허환(31)씨는 “대통령을 탄핵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과오 이상의 과벌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심이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요동치면서 지역 정치권도 납작 엎드려 있는 모양새다. 친박 조원진 의원이 각종 태극기집회에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나머지 TK 의원과 정치권 인사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유승민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갔을 때만 해도 권영진 대구시장 등의 연쇄 탈당이 예상됐지만 지금은 추가 탈당 흐름이 거의 끊긴 상태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자칫 회복하기 힘든 정치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TK 민심의 흐름이 복잡미묘하다는 방증이다.이수광(51) 변호사는 “지역 변호사회에서도 탄핵감이 아니라는 의견과 다소 억울한 점이 있지만 탄핵은 불가피하다는 시각, 드러난 사안만으로도 즉각 탄핵돼야 한다는 주장이 뒤섞여 있다”고 전했다. 탄핵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TK 민심이 한바탕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정용환·김윤호 기자

cheong.yongw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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