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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Picture] 대통령의 사주와 학벌

김환영논설위원

김환영논설위원

비교정치학에서는 ‘가장 유사한 나라’를 비교하기도, ‘가장 이질적인 나라’를 비교하기도 한다. 한국과 미국을 비교한다면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 한국과 미국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닮았다. 땅의 크기나 인구, 역사와 풍토는 다르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운영하다 보니 공통점이 여럿 생겨났다. 우리는 탄핵 정국이다. 미국 또한 벌써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학벌이나 팔자에 대한 관점에서도 유사성이 발견된다. ‘대통령 팔자·학벌의 비교정치학’이 가능한 것이다.

대선 땐 정치 선진국도
후보 팔자, 학벌에 관심
역대 대통령 거의 불행
갈수록 능력·인품 중시

월간중앙 3월호는 “관상으로 보는 ‘더 킹(The King)’”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악플’이 많이 달렸다. 언론이 미신을 조장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같은 정치 선진국 언론도 최고지도자의 팔자에 대한 기사를 낸다. 예컨대 영국의 명품 매체인 가디언은 지난해 10월 12일 ‘점성술사들이 선거를 예측하다: 트럼프는 화성, 클린턴은 금성에서 왔다’는 기사를 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 정치인의 팔자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매체들이 외면하기 힘들다.

자신의 사주에 신경을 좀 쓰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생년월일시를 절대 노출시키지 않는 정치인도 있다. 여러 개의 생년월일시를 유포시키는 경우도 있다. 왜 사주에 민감할까. ‘저 사람은 대통령 할 팔자는 아니다’는 말이 돌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팔자 좋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나라가 편안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인생을 살펴보면 일반인보다 개인적으론 더 불행하다고도 볼 수 있다. 사주가 좋다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학벌은 어떤가. 미국의 역대 대통령 45명 중 대학 졸업장이 없는 대통령은 12명이다. 하지만 대학 교육이 일반화된 이후에는 소위 명문대를 졸업한 대통령이 많다. 미국 정치에도 의외의 ‘보수성’이 발견된다. 세계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나라 미국이지만 아직 여성 대통령을 뽑아주지 않았다. 세 번 결혼한 도널드 트럼프 이전에 이혼 경력이 있었던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단 한 명이었다. 가톨릭 신자가 7000만 명으로 미국 인구의 22%를 차지하지만 가톨릭 출신 대통령은 존 F 케네디밖에 없다.

미국에서 ‘하버드는 하버드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하버드가 가장 많은 수의 대통령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8명이다. 지난 미 대선에서 힐러리가 당선됐으면 예일 출신이 6명이 될 수 있었다. 버니 샌더스가 당선됐으면 첫 번째 시카고대 출신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최초의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생이다. 지난번 대선에서 샌더스와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들의 명문 대학 학벌은 은연중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학벌을 안 따지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따지는 게 미국 사람들이다. 닉슨 대통령이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이었다면 그토록 혹독하게 당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하버드를 ‘동부의 스탠퍼드’라고 부르는 스탠퍼드대의 콤플렉스는 미국 대통령을 단 한 명만 배출했다는 점이다.

갈수록 명문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대학 중에서 단 한 명의 대통령 졸업생을 배출한 대학은 29개다. 우리나라는 육사 3, 고졸 2, 서울대 1, 고려대 1, 서강대 1명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어떻게 될까. 지금 구도론 최초의 경희대·중앙대, 두 번째 고려대 혹은 서울대 졸업생이 청와대에 입주하게 될 것이다.

역동적인 한국의 유권자들은 매번 대선 때마다 새로운 정치실험을 한다. 명문대 출신 후보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끝난 경우도 이미 겪었다. 그래서 다수 유권자는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의 학벌보다는 능력과 인품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장기적으로도 대통령의 학벌보다는 능력을 보는 추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유권자는 이미 두 명의 ‘고졸 대통령’을 선택했다.

소위 ‘가방끈의 시대’보다는 실력이 더욱 중시되는 시대다. 대학 서열에서도 미국식 변화가 감지된다. 순위는 항상 바뀐다. 미국 대학 중 톱5에 들락날락하는 대학은 10개, 톱10에 오고 가는 대학은 사실상 20개 정도가 된다.

어느 대학을 나왔건 고졸이건 누구나 대통령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장래의 꿈이 대통령인 어린이보다는 아이돌 스타가 되고 싶은 어린이가 더 많아진다.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개막하면 대통령의 사주나 학벌에 대한 ‘가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의 학벌을 따지는 유권자가 있고 안 따지는 유권자가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은 어디에 살든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후보들과 유권자가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좋은 사람이 뽑히면 될 일이다. 국민과 유권자는 인품 좋고 능력 있는 최고 지도자를 바란다.

김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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