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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후임 지명 … 대법 “탄핵심판에 영향 줄 의도 없다”

양승태(69) 대법원장이 다음주에 이정미(55·헌재소장 권한대행)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를 지명할 계획(본지 2월 24일자 1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탄핵심판의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에 속한 손범규 변호사는 24일 “큰 상황 변화다”며 “변론을 종결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헌재에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브리핑에서 “27일이 최종변론일로 지정된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으며 일정 늦추기 시도를 곧바로 차단했다.

대통령 측 “변론 연장 사유”
헌재 “27일 최종변론” 못박아
학계 “대법, 법적 책무 수행”

대통령 측의 공세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대리인단은 그동안의 변론에서 줄곧 “피청구인 측의 변론권이 충분히 보장받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관 한 명의 퇴임일에 맞춰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해 왔다. 헌재 재판부가 ‘신속성’만 강조하고 ‘공정성’은 등한시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가세했다. 그는 “이 재판관뿐 아니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후임도 임명해야 한다. 헌재는 탄핵심판을 후임자에게 넘기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학계의 다수설과 배치된다. 이 재판관의 경우와 달리 박 전 헌재소장의 후임자 지명·임명은 대통령 몫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리 수행해야 하지만 ‘현상 유지의 책무’를 넘어서는 권한 밖 일이라는 법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법원은 진화에 나섰다. 이 재판관 후임자 지명 방침에 대해 “탄핵 심판 절차에 지장을 주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의사가 전혀 없고 헌법재판의 운영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핵 심판의 변론이 종결된 27일 이후에 지명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종변론일 직후인 28일을 새 재판관 후보자 지명일로 검토하다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 공세가 예상되더라도 헌재는 헌재대로, 대법원은 대법원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역할과 책무를 다하는 것이 법치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고 말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건국대 법대 교수도 “대법원은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탄핵심판의 변론 종결 시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법적 책무를 뒤늦게 수행하고 있는데 대통령 측이 재판관 지명을 탄핵심판 지연의 구실로 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측에서도 손범규 변호사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 나왔다. 헌재 심판정에서 태극기를 몸에 둘렀던 서석구 변호사는 “이 재판관 후임자 지명은 임기가 끝나가는 재판관에 대한 대법원의 자동적인 조치다. 그것이 변론기일 연장 사유로 이어져야 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호진·서준석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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