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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까지 싹쓸이 … 우리 바다가 가난해졌다

“한번 떠난 멸치 떼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작년 어획량 44년 만에 최저
전갱이·참조기·멸치 30% 넘게 줄어
어민들 “기름 아끼려 출어 포기한다”
고수온 현상, 불법 조업·남획 탓
우리 해역 어류 북상, 어장 형성 안 돼
건설용 바닷모래 과다 채취도 원인
어종 4종류로 나눠 관리 방침
잡는 양 줄이고 주변국과 공동 관리
어선 감축으로 인한 보상책 개선해야

이중호 멸치권현망수협 조합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쉬었다. 경남 통영에 위치한 멸치권현망수협은 남해안 어민들이 결성한 국내 유일의 마른 멸치 생산조합이다. 이 조합이 잡는 멸치는 전국 유통량의 약 60%다. 연간 평균 판매액만 1200여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40% 이상 감소한 700억원에 그쳤다. 최근 10년 중 최저 실적이다. 추석부터 시작된 어획난이 발목을 잡았다. 멸치 조업은 7월부터 3월까지 이어진다. 7~8월엔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하지만 9월 이후 수가 줄더니 11월엔 예년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중호 조합장은 “어민들이 멸치를 찾아 울산 앞바다까지 갔지만 신통치 않다”며 “일부는 기름을 아끼려 출어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연평 바다에 어허 얼싸 돈바람 분다’라는 경기민요 군밤타령 가사에 나오는 연평 바다는 꽃게잡이로 유명한 서해 연평도 일대다. 하지만 ‘돈바람’의 근거는 꽃게가 아닌 ‘조기’다. 1960년대까지 연평도는 조기의 섬이었다.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조기 파시(波市ㆍ바다 위 생선 시장)가 열릴 정도였다. 그러나 조기 어획량은 70년대부터 급격히 줄었다. 다행히 연평도 주민들은 80년대부터 인기를 끈 꽃게로 조기의 공백을 메웠다. 그런데 최근 꽃게의 수도 줄고 있다.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은 2013년 970t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330t으로 ‘반짝’ 회복했지만 정점이던 2009년(2950t)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꽃게 감소세가 전국적 현상이란 점이다. 연근해에서 잡힌 꽃게의 양은 2013년 3만448t에서 지난해 1만2495t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전년보다 13.4% 감소한 91만6000t이다. 72년(96만t) 이후 처음으로 100만t 아래로 내려갔다. 이정삼 KMI 어업자원연구실장은 “100만t은 어획 기술이 고도화된 후 생겨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이것이 붕괴한 건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어획량 감소는 여러 어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4만 마리 넘게 잡히던 전갱이는 지난해엔 절반도 못 잡았다. 참조기 역시 1년 만에 40% 이상 어획량이 줄었다. 대표적인 먹거리인 멸치(33.4%), 굴(28%), 꽃게(23.7%), 오징어(21.8%), 갈치(21.5%) 등도 급감했다. 특히 참조기와 오징어는 각각 5년과 4년 연속 감소 중이다. 생산량 감소는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신선어개(생선과 조개류) 물가지수 상승률은 3.1%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다.

연근해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양이 급감한 건 생선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업 장비와 어선의 성능이 발달했음에도 1972년 370.3t이던 1척당 근해 어업생산량은 지난해 251.6t으로 줄었다. 엄선희 KMI 부연구위원은 “어선이 빨라지고 커졌는데도 어획량이 감소한 건 잡을 수 있는 수산자원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고기가 줄게 된 원인으론 우선 기후변화가 꼽힌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어류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박신철 해양수산부 어업정책과장은 “특히 지난해엔 고수온 현상이 오래 지속돼 물고기들이 분산되며 어장 형성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남획’이다. 정부와 학계 등에선 국내 어선 수가 적정 수준보다 11~17% 정도 많다고 추정한다. 결국 물고기의 번식 속도보다 잡아들이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 특히 어린 물고기를 많이 잡아 ‘바닷속 저출산’ 현상을 가속화하는 것이 큰 문제다. 국내 어선이 생사료로 활용하기 위해 어린 물고기를 잡고 있다. KMI에 따르면 어린 물고기를 잡는 비율은 갈치 84%, 참조기는 52%(2015년)나 됐다. 새끼 물고기는 주로 양식장에 생사료로 팔린다. 지난해 어린 물고기를 주원료로 하는 생사료 사용량은 2015년 어업생산량의 절반 수준인 47만t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도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KMI는 한 해 동안 중국 불법 조업으로 인해 손실을 입는 수산자원을 10만~65만t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상당수 어종이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중국 앞바다를 거쳐 국내로 올라와 중국의 어획량이 늘면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있다.

어민들은 과도한 바닷모래 채취도 원인이라 주장한다. 바닷가에서 건설용 골재를 채취함에 따라 산란기 알 등이 망가져 어류가 해역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준택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은 “정부가 2008년부터 남해와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모래 채취를 허가한 후 어획량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는 골재 채취와 어획량 감소와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진 않다. 해수부는 올해부터 어류를 4종류로 분류해 관리하기로 했다. 꽃게나 참조기처럼 개체 수 자체가 적은 ‘고갈형’ 어종은 매년 잡는 양을 2%씩 줄일 계획이다. 개체 수가 감소하는데 어획량은 증가하는 남획형 어종은 주변국과 협력 체제를 만들기로 했다. 특히 고등어는 수온 변화 등으로 자원이 급감할 수 있어 중국과 일본에 공동 자원 관리를 제안하기로 했다. 자원량은 늘었지만 수온이 높아져 기존 어장을 떠난 어종(멸치·오징어 등)은 해양관측위성 등 첨단장비를 통해 어황 정보를 어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획량을 줄일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총허용어획량(TAC) 제도의 개선이 대표적이다. 99년 시작된 TAC는 남획을 방지하려 어종별로 잡아들일 양을 정하는 제도다. 임영수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자원정보실장은 “TAC 어종은 대부분 수협위판장에서 판매되는데 위판장의 협조 부족으로 어획량 조사가 잘 되지 않는다”며 “TAC 쿼터를 먼저 채운 업체에 추가 쿼터를 주는 제도로 불필요한 조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선 감척사업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중호 조합장은 “어선 감척으로 정부가 주는 보상금이 실거래가의 50~6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정삼 실장은 “일본의 수산자원관리직불제를 본떠 어획량이나 어선 감축 등으로 어민의 소득이 줄면 정부가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S BOX] 양식 기술은 최고 수준 … 광어 연 4만5000여t 세계 1위
선진국에선 남획을 막고 수산자원을 회복하기 위해 양식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첨단 양식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완전양식은 수정란에서 부화한 어린 명태(1세대 인공 명태)가 성장해 다시 수정란(2세대 인공 명태)을 생산하는 것이다. 인공 명태만으로 양식을 이어 갈 수 있음을 뜻한다. 같은 해 6월엔 서해안에서 사라졌던 뱀장어 완전양식에도 성공했다. 해양수산부는 남해안에서 사라진 쥐치 인공 양식에도 나설 방침이다.

한국은 이미 양식으로 수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광어·김·전복이 대표적이다. 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양식을 한 광어는 이미 효자 수출품이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생산된 양식 광어는 총 4만5759t으로 세계 1위다. 한국보다 광어 양식을 먼저 시작한 일본도 자국 소비량의 25%를 한국에서 사들였다. 세계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김도 그해 단일 품목으로 수출액 3억 달러(약 3340억원)를 달성했다. 국내 농수산·축산 수출 품목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보양식으로 꼽히는 전복도 대량 양식이 본격화된 2003년 이후 가격이 내려가 대중화와 수출에 성공했다.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한국 양식 기술은 수산 강국 사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다”며 “현재 수산 양식 생산량이 세계 7위 수준이지만 순위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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