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책 속으로] ‘우리가 남이가’ 정신, 잘 쓰면 약인데 …

옳고 그름
조슈아 그린 지음

낙태·인종·기후변화·중동문제 …
미국인 ‘우리 vs 그들’로 갈려 대립
‘남 아닌 우리’ 전 인류에 퍼진다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도 가능할 것

최호영 옮김, 시공사
624쪽, 2만7000원
 
『옳고 그름』의 원제는 ‘도덕적인 부족들(Moral Tribes)’이다. 배경은 ‘문화전쟁’ 중인 미국의 ‘부족’들이다. 낙태, 인종, 이민, 기후변화,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총기, 오바마케어, 중동 등의 문제에 대해 미국은 크게는 두 ‘부족’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우리’는 옳고 ‘그들’은 그르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도덕적, 그들은 비도덕적이다.

인류를 구성하는 핵심 정치 단위는 씨족에서 부족으로, 부족에서 민족으로, 민족에서 전인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덕이 탄생했다.

저자인 조슈아 그린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도덕은 진화의 산물이다. 도덕이 초기값(default)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경험은 우리의 뇌에 각인됐다. 도덕 덕분에 ‘부족’ 내 협력이 수월하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 동향·동문, 같은 교회·성당·절에 다니는 사람들에겐 ‘우리가 남이가’의 논리가 작용한다. 부족 내에서 도덕을 깨는 사람은 죄의식·수치심을 느낀다. 부도덕한 행위는 부족에 대한 배신이다. 분노의 대상이다.

저자는 실험심리학자·신경과학자·철학자다. 그린 교수에게 도덕이란 “이기적인 개인이, 사회적 협력이 주는 이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심리적인 적응”이다. 이타심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성향이다. 그린 교수는 이러한 사실을 뇌의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으로 밝혀냈다.
현대인들은 각자의 도덕에 따라 행동하고, 그 결과 서로 부딪힌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저자는 한 차원 높은 도덕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앙포토]

현대인들은 각자의 도덕에 따라 행동하고, 그 결과 서로 부딪힌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저자는 한 차원 높은 도덕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앙포토]


부족 내에서 도덕적 판단은 직감과 본능의 영역에 속한다. 0.001초 만에 판단이 선다. 디지털 카메라를 자동모드로 설정해 놓고 사진을 찍는 것과 같다. ‘나 vs 우리’ 문제는 해결됐다. 문제는 ‘우리’ vs ‘그들’이다. ‘다른 부족 사람에 대한 적개심’이 마음 한구석에 있다. 부족간 협력은 어렵다. 부족내 협력을 위한 도덕이 ‘자동 모드’라면, 부족간 협력은 생각이 좀 필요한 ’수동 모드‘다. 수동 모드에서는 본능·직관을 넘어 이성이 등장한다. 이성을 안 쓰고 부족간 협력에 필요한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다. 다른 ‘부족’과도 잘 해보자, 협력하자, 연정하자고 하면 반응이 시큰둥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심판과 처단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와 그들을 넘어선 도덕을 주창한다. 글로벌 시대에는 부족·민족을 넘어선 새로운 도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족들의 도덕이 서로 충돌할 때 이를 해결하는 더 좋은 방법과 더 나쁜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는 방법과 우리를 수렁에 빠트리는 방법이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좋은 방법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공리주의(utilitarianism)다. 저자는 공리주의를 재해석해 ‘고차도덕(metamorality)’이라 부른다. 고차도덕은 “서로 경쟁하는 부족의 도덕에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글로벌 철학”이다. 고차도덕은 ‘깊은 실용주의(deep pragmatism)’이기도 하다.

‘우리가 남이가’를 나라 전체, 전 인류에 적용하는 게 고차도덕이다. 우리의 뇌는 고차도덕을 썩 좋아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고차도덕을 구현하려면 어쩌면 뇌가 아닌 ‘문화’가 필요하다. 책을 덮으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아니라 “모든 이의 모든 행복”은 불가능한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최호영 번역가는 중앙대 중앙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사)와 독일 베를린자유대(박사)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S BOX] 갈등 심화 탄핵정국에도 시사점
『옳고 그름』은 ‘촛불’과 ‘태극기’가 맞서고 있는 현 정국에서 눈길이 가게 만드는 책이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석좌교수인 조슈아 그린 교수는 심리학·뇌과학·철학의 최신 성과를 잘 버무린 저작을 내놓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도 있고 박사과정 교재로도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형 글쓰기로 유명하다. 그는 박사과정 학생일 때에 어떤 도덕적인 판단을 할 때 뇌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뇌를 스캔했다. 조슈아 그린 교수는 자유주의자(liberal)다. 그에 따르면 자유주의의 장점 중 하나는 협상의 기예(技藝)를 발전시킨 것이다. 그린 교수에 따르면 부족 간 갈등의 문제는 가치의 문제이자 도덕의 문제다. 하지만 도덕의 문제는 암의 원인을 연구하는 것과 같다고 그는 주장한다. 언젠가는 해결된다는 낙관론의 편에 선 것이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