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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나이 쉰을 한 달 앞둔 여자, 엄마에게 처음 반기 들다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이수경 지음, 강
292쪽, 1만4000원
 
자전적 요소가 없는 소설은 세상에 없을 테지만 특별히 작가의 신상에 신경 쓰며 읽게 되는 소설집이다. 1958년생,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여성학 박사 과정 수료. 이런 건조한 책날개 정보 이외에, 4기 암 진단을 받았던 사실을 ‘작가의 말’에서 고백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책에 실린 8편의 단편은 98년에 등단한 작가가 2001년까지 발표했던 6편과, 공백기 이후 2015년부터 발표한 2편으로, 작품이 쓰인 세월이 갈린다. 자연스럽게 10년 저쪽의 옛날 소설들은 ‘복고 상품’을 대하듯, 요즘 소설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작가가 겪었을 무수한 고통과 눈물을 곁눈질하며 읽게 된다. 하지만 역시 더 눈길이 가는 건 요즘 소설들이다.

“암이 전이된 환자로 끝없는 항암의 대열에 들어선 나에게,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만큼 확실한 사실은 없었다.”(158쪽) 두 단편 중 ‘작고 마른 인생’은 아예 암환자를 화자로 설정했다.

소설집 표제작인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여자 나이 쉰을 한 달 앞둔 퇴물 영어학원 강사 임진영이, 지나치게 억압적이어서 트라우마로 남은 어머니의 가르침에 비로소 반기를 들어 생애 최초로 외간 남자와 불륜을 시도하는 내용이다. 죽음을 유기체가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는 생명의 한 단계로 간주할 수 있다면, 소위 ‘꺾어지는 나이’라는 통과의례를 코앞에 두고 일탈을 꿈꾸는 소설 주인공의 욕망은 다름 아닌 작가 이씨의 욕망일 게다. ‘작고 마른 인생’은 누구보다 불행한 삶을 사는 ‘소녀 가정부’ 선화에 대한 이야기다. 선화는 끊임 없이 거짓말을 해 행복을 가장한다. 상상을 통한 고통 잊기인데 그건 바로 소설의 효용 중 하나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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