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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영의 호모디지쿠스] 진짜 같은 가짜 뉴스 ‘만선’… 진실 추적 ‘팩트리엇 미사일’ 필요해

영화 매트릭스는 진짜 같은 가상 세계(VR : Virtual Reality)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Virtual’이란 단어는 가상이란 뜻도 있지만 ‘진짜나 다름없는’이란 뜻도 있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그냥 빤히 알 수 있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 같은 가짜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 가짜가 실제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것을 ‘하이퍼 리얼리티’라고 한다.

이런 진짜 같은 가짜가 더 극적으로 가능해진 것은 당연히 컴퓨터 때문이다. 요즘 영화에서는 어디까지가 컴퓨터 그래픽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이미지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특수효과 감독들의 임무는 ‘진짜 같이 보이는 것’이다. 감독들이 최선을 다했다면 당연히 모든 화면이 진짜처럼 보일 것이다. 영화는 가짜가 진짜처럼 되어야 영화의 메시지와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뉴스는 좀 다르다. 어렸을 때 유행했던 가짜 뉴스 장난이 있었다. 대략 기억나는 내용은 “1971년 2월 30일 저녁 6시 충북 해안가에서 발견된 백골 시신은….” 이런 식으로 시작됐다. 2월에는 30일이 없고 충청북도에는 바다가 없으니 당연히 이 뉴스는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가짜 뉴스에 속은 것을 낚시에 빗대 네티즌들은 ‘낚였다’라고 말한다. 좀 더 실감 나게 ‘파닥파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낚시를 위한 화젯거리는 ‘떡밥’ ‘미끼’라 부르고 가짜 뉴스의 종류는 어종, 속은 사람이 많으면 ‘만선’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이런 가짜 뉴스(Fake News)는 장난스럽기라도 하다.

그런데 요즘 가짜 뉴스는 장난도 아니고 오보도 아닌 경우가 많다. 악의적인 이유로 그럴듯하게 만들어진다. 정치·경제·연예·건강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거나 ‘이슬람국가(IS) 지도자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하도록 종용한다’는 등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의 해악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잠자는 거인(Sleeping Giants)’ 같은 트위터 그룹은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이트의 광고주에게 e메일을 보내 게재 철회를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SNS는 ‘선동(S)과 날조(N)로 승부(S)’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짜 뉴스가 잦다. 가짜 뉴스로 혼란에 빠진 커뮤니티에 가끔 진짜 정보를 제시하는 사람이 등장하면 네티즌들은 ‘진짜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같은 유행어로 반긴다. 진실(Fact)은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래서 이렇게 진실을 갖고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사람을 팩력배라고 부르고 더 강력한 경우 팩트리엇 미사일이라고 부른다. 외국에서는 팩트로 막기(Stop Using Facts)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더욱 심해진 확증편향 현상(Confirmation Bias)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심지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NN방송을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개인 맞춤형 검색 알고리즘은 그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골라서 보여준다.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에게는 보수적인 관련 글만 보여준다.

이렇게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또 그런 것만 골라서 보여주는 인터넷의 검색 알고리즘의 작동으로 사람들은 세상이 모두 자기가 관심 가진 것과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리라 착각하게 된다. 자기 목소리를 모든 이의 목소리로 착각하게 하는 반향실(Echo Chamber) 효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웹서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마우스와 링크를 따라 중요한 것을 보고 읽지만, 그외 수많은 정보는 기억되지 않고 지나친다는 것이다. 관심 있는 것만 뇌에 남는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를 맡는 우리의 모든 감각은 감각기관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두뇌에서 해석하고 이해할 때 인지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집중하고, 더 많이 생각해야만 한다. 그래야 가짜에 낚이지 않고 진짜를 알게 된다. 피곤한 일이지만 컴퓨터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겠는가. 가짜 뉴스는 모두 인간이 만드는데….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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