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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슥한 밤 도심 속 절에 연인들이 몰린다는데

| 문턱 낮춘 서울 시내 사찰
 

밤 12시까지 개방하는 봉은사에선 심야 데이트
산사음식 명성 높은 진관사선 사찰음식 강좌도

사찰은 첩첩산중 외진 곳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서울 시내에 55개의 절과 암자가 있다. 그 중 서울시민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문턱을 낮춘 곳이 적지 않다. 직장인이 수시로 드나들게끔 밤에 절을 개방한다든지, 맛있는 절밥 한 끼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요리나 꽃꽂이 등 문화 강습을 진행하거나 도서관을 갖춘 절도 있다. 종교와 무관하게 모든 이들에게 문턱을 낮춘 서울의 사찰을 소개한다.
 
서울도심 속 야경 명소 봉은사. 자정까지 사찰을 개방한다. 임현동 기자

서울도심 속 야경 명소 봉은사. 자정까지 사찰을 개방한다. 임현동 기자

 
신라 원성왕 10년(794년)에 창건한 봉은사(02-3218-4800)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강남구 삼성동 한복판에 있는 천년고찰이다.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묵직한 무게감에 비해 봉은사를 찾아오는 방문객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외국인은 한국의 전통미를 발견하는 관광 명소로, 근처 직장인은 점심시간에 들르는 산책 코스로 삼는다.
 
봉은사는 낮 시간뿐만 아니라 늦은 저녁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부분의 사찰이 오후 6~7시에 절 문을 걸어 잠그는 것과 달리 이곳은 매일 새벽 3시부터 자정까지 개방한다. “대중과 가까운 사찰이 돼야 한다”는 주지 원명스님의 뜻에 따라 2016년 1월부터 폐장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자정으로 늦춘 덕분이다.
 
개장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절 곳곳에 조명도 설치했다. 해가 지면 어두컴컴했던 사찰에 불을 훤히 밝히자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 아마추어 사진가의 야경 사진 스폿으로 유명해졌다. 특히 23m에 이르는 국내 최대 크기 부처상인 미륵대불 주변은 강남 스카이라인과 어우러진 사찰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포인트로 꼽힌다. 매주 목요일에는 무료 국악공연도 열린다.

길상사 도서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양보라 기자

길상사 도서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양보라 기자

 
1997년 문을 연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02-3672-5954)도 서울 시민에게 사랑받는 사찰이다. 봄에 피는 영춘화, 가을에 꽃을 틔우는 꽃무릇을 보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다. 길상사에서는 시인 백석과 수필가로도 유명한 법정스님의 흔적을 좇을 수 있다. 기생 김영한은 1930년대 말 시인 백석과 정을 통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백석은 러시아로 떠났고, 김영한은 두 번 다시 그를 만나지 못했다. 성북동에 요정 대원각을 세워 큰 부를 일군 뒤에도 평생 시인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화된 김영한은 95년 1000억원 상당의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했고, 대원각 부지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절이 지금의 길상사다.
 
법정스님은 2010년 입적하기 전까지 길상사를 일반 대중이 공부하고 수련하는 절로 만들고자 했다. 공터에 도서관을 세우고 누구나 찾아올 수 있도록 개방했다. 길상사 도서관은 3만권의 불교 관련 서적과 일반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 한편에는 법정스님 사후 절판된 저서들이 있다. 창 너머로 길상사 풍경을 바라보며 한나절 책을 읽다 가기 좋다. 오전 10시~오후 4시 개방한다.

사찰 음식을 맛보고 배울 수도 있는 진관사. [중앙포토]

사찰 음식을 맛보고 배울 수도 있는 진관사. [중앙포토]

 
은평구 진관동 진관사(02-359-8410)는 북한산국립공원 안에 자리 잡은 고려시대 고찰이다. 진관사 비구니 스님들은 절에서 불과 500m 떨어져 있는 서울 은평뉴타운 지역 주민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진관사가 대중과 소통하는 매개는 산사 음식이다. 설에는 고기가 들어가 지 않은 만두를 빚어 지역 주민에게 나눠주고, 동지에는 뜨뜻한 동지팥죽을 끓여 나눠 먹는다.
 
진관사의 산사 음식 명성이 자자하다보니 음식을 직접 배우고 싶다는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스님이 직접 강사로 나서는 산사 음식 강의가 계절마다 한 차례씩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한 달, 3개월 코스로 진행된다.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공지한다.
 
꼭 음식을 배우지 않더라도 진관사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매주 일요일 진관사는 공양간 문을 활짝 열어둔다. 누구나 진관사에 찾아와 점심 공양(정오~오후 1시)을 체험할 수 있다. 오신채(마늘·파·무릇·달래·부추)를 넣지 않아 담백하고 정갈한 자연식 밥상이 차려진다.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법룡사(02-3411-8103)도 문턱 낮은 도심 속 사찰이다. 법룡사는 전국 6000여 명의 비구니 스님을 대표하는 기구 전국비구니회 본관 건물인 전국비구니회관 3층에 있다. 비구니회관은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2002년 건립됐다.
 
법룡사는 비구니회관의 강당 및 회의실 등 널찍한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 강좌를 진행한다.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수업에 참가할 수 있다. 스님이 직접 강의하는 다도·불화 등 불교 관련 수업도 있지만 꽃꽂이·민화·자수·요가 등 일반 강사가 진행하는 문화 강습도 많다. 매주 1~2회 수업이 진행되는데 강습료는 3개월에 10만원 선이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전라도·제주도에서도 수강생이 찾아올 만큼 인기가 좋다. 수강 신청은 전화로 할 수 있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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