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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충전소] 방해전파총, 그물 바주카포 … ‘침입자 드론’ 잡는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는 낯선 방어용 장비 100대를 구매했다. 미사일이나 폭탄 공격을 염두에 둔 장비가 아니다. 드론을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배치했다는 게 미 국방부의 설명이다. 미국 연구소 바텔이 만든 ‘드론디펜더’라는 이 장비는 소총을 쏘듯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을 겨냥한 뒤 기기를 작동시키면 방해 전파가 발사된다. 해당 드론은 사용자가 조작할 수 없게 되고 영상 전송 등 다른 기능도 중단된다. 전파를 맞은 드론은 결국 천천히 고도를 낮추면서 강제로 착륙하게 된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춘은 “스파이 활동이나 폭탄 투하는 물론 감옥 등에 마약을 전달하는 등의 불법을 저지르는 드론을 막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디오·광학·적외선 센서로 숨은 드론 감지
 
드론 시장의 ‘창과 방패’의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드론의 불법 비행, 사생활 침해, 안보 위협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 기술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드론 시장만큼 이를 감지하고 무력화하는 이른바 ‘안티 드론’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바텔연구소의 ‘드론디펜더’(오른쪽). 총을 쏘듯 드론을 조준하고 장비를 작동하면 드론을 강제 착륙시킬 수 있다. 드론비전ㆍ탈레스ㆍ드론실드 등의 장비도 방해 전파가 드론의 원격제어를 방해해 드론을 강제 착륙시키거나 원래 날아왔던 지점으로 돌려보낸다. [사진 바텔]

바텔연구소의 ‘드론디펜더’(오른쪽). 총을 쏘듯 드론을 조준하고 장비를 작동하면 드론을 강제 착륙시킬 수 있다. 드론비전ㆍ탈레스ㆍ드론실드 등의 장비도 방해 전파가 드론의 원격제어를 방해해 드론을 강제 착륙시키거나 원래 날아왔던 지점으로 돌려보낸다. [사진 바텔]

20일 로이터·포춘·엔가제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디드론은 ‘드론 추적 시스템’이라는 24시간 드론 감시 시스템을 선보였다. 오디오·광학·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최대 400m 떨어진 거리에서 숨어 있는 드론을 감지해 낸다. 예컨대 드론 특유의 ‘웅웅’거리는 저주파 소리가 포착되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위치와 기종을 알아내고 이를 시스템 운용자에게 알린다. 미국의 드론실드도 드론이 가까이 오면 경고음을 내고 개별적으로 문자·e메일을 발송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좀 더 공격적으로 드론을 잡아내는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만의 드론비전, 프랑스 탈레스, 드론실드 등이 개발한 소총 모양의 안티 드론 기기는 특수 전파로 드론을 추적하고 비행을 방해한다. 대만 경찰은 실제로 드론비전의 안티 드론 기기를 이용해 타이베이101빌딩 주위를 비행하던 드론의 빌딩 접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드론비전의 카슨 시 창업자는 “드론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과 데이터 전송을 차단하고, 드론을 날아왔던 지점으로 다시 되돌려 보낸다”고 설명했다.
오픈웍스엔지니어링의 드론 포획용 바주카포 ‘스카이월100’(왼쪽). 그물을 발사해 드론을 포획하면(사진 위)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드론을 안전하게 지상으로 착륙시킨다(사진 아래). [사진 오픈웍스]

오픈웍스엔지니어링의 드론 포획용 바주카포 ‘스카이월100’(왼쪽). 그물을 발사해 드론을 포획하면(사진 위)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드론을 안전하게 지상으로 착륙시킨다(사진 아래). [사진 오픈웍스]

 
영국의 오픈웍스엔지니어링이 제작한 ‘스카이월100’은 드론 잡는 바주카포다. 최대 100m 거리에서 비행 중인 드론에 낙하산이 달린 그물을 발사해 포획할 수 있다. 프랑스 말루테크 등에서는 ‘드론 잡는 드론’을 선보이기도 했다. 표적 드론에 접근해 그물을 씌우는 식으로 요격한다. 보잉·에어버스·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기업도 안티 드론 솔루션을 선보이며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전력이 드론을 무기화해 전력 설비를 파괴하는 피해를 막기 위한 안트 드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에스원·STX 등이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드론 탐지 및 무력화 시스템을 내놨고, KAIST도 안티 드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말루테크의 ‘드론 잡는 드론’. 그물을 씌워 표적 드론을 요격한다. [사진 각 회사]

말루테크의 ‘드론 잡는 드론’. 그물을 씌워 표적 드론을 요격한다. [사진 각 회사]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안티 드론 기기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은 드론을 이용한 범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드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해 누구나 쉽게 드론을 띄울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드론에 폭탄을 싣는 식의 테러 위협도 크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는 이슬람국가(IS)가 만든 드론의 폭발로 쿠르드 민병대 전투원 2명이 사망하고, 현지 파병된 프랑스 특수부대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한 남성이 드론에 방사능 물질을 실어 총리 관저에 뿌리기도 했다.
 
숨어 있는 드론을 감지하는 디드론의 ‘드론트래커. 지난달 다보스포럼에서 VIP 경호 목적으로 사용됐다. [사진 각 회사]

숨어 있는 드론을 감지하는 디드론의 ‘드론트래커. 지난달 다보스포럼에서 VIP 경호 목적으로 사용됐다. [사진 각 회사]

물리적인 피해만 있는 게 아니다. 영국 센스포스트가 만든 ‘스누피’라는 드론은 스마트폰·태블릿 주위를 날아다니며 데이터를 가로챈다. 와이파이가 켜져 있는 스마폰을 찾아낸 뒤 해당 스마트폰이 과거에 접속한 적 있는 네트워크인 척하면서 기기와 연결한다. 이후 이용자 ID, 암호, 신용카드번호, 개인정보 등을 탈취한다. 미국의 전문 해커 새미 캄카가 개발한 ‘스카이잭’이라는 드론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드론을 해킹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17 사이버 보안 전망’에서 “와이파이나 전파·GPS를 활용하는 식으로 드론이 사이버 공격에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드론 구분하는 AI 알고리즘도 적용
 
이처럼 특정 시설·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드론의 ‘창’이 날카로워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방패’로 업체들이 개발한 안티 드론을 실제로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럽의 작은 도시국가 모나코는 전역에 안티 드론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행 물체가 반사하는 파형을 분석해 정체를 확인하고, 드론이나 소형 비행체로 판명될 경우 전파교란 신호를 보내 비행을 방해한다. 중동 지역의 한 고급 호텔은 파파라치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안티 드론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안티 드론 장비를 배치해 드론을 통한 테러에 대비하기도 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안티 드론은 기술 집약적인 제품이다. 드론 탐지를 위해서는 초음파 주파수를 간파하는 음향 탐지, 레이더를 이용한 레이더 탐지, 와이파이를 잡아내는 통신 탐지 등 고차원의 기술이 필요하다. 비행 물체가 새인지 드론인지 정확히 구분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도 적용된다. 최근에 나오는 드론은 초소형·초경량으로 제작돼 탐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점점 커지는 세계 안티 드론 시장

점점 커지는 세계 안티 드론 시장

드론을 탐지했다고 해도 2차 피해를 줄여야 한다. 과거에 나온 드론 무력화 기술은 주로 고출력 레이저를 쏘거나 물리적 타격을 줘 격추하는 식이었다. 이 경우에는 드론이 추락해 사람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컸다. 최근에는 재밍(jamming·전파방해) 기술로 조종자와 드론 간의 전파를 방해하는 방법을 쓴다. 이를 통해 드론의 수직 착륙을 유도하거나 드론이 날아왔던 지점으로 되돌려보내는 식으로 2차 피해를 예방한다.
 
안티 드론 기기는 높은 기술장벽 때문에 현재 시장에 진입한 업체가 적은 만큼 먼저 시장을 선점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안티 드론 기기가 정보기술(IT)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시장조사회사 ‘마켓스앤마켓스’에 따르면 안티 드론 시장 규모는 올해 4억 달러(약 4600억원)에서 2022년 11억4000만 달러로 매년 평균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원 솔루션개발팀 최윤기 상무는 “드론 가격이 계속 떨어지며 급속도로 보급되는 가운데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드론의 보급이 늘어날수록 이를 감지하고 무력화시켜야 하는 안티 드론 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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