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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요즘 엄마들은 밥을 하지 않는다…“간편식이 어때서” 주부들의 이유 있는 ‘태업’

배달전문업체를 통해 배달을 시작한 삼원가든 ‘보양갈비탕’(오른쪽)과 꼬또의 ‘프로볼로네 꿀호두 펜넬’. [사진 SG다인힐]

배달전문업체를 통해 배달을 시작한 삼원가든 ‘보양갈비탕’(오른쪽)과 꼬또의 ‘프로볼로네 꿀호두 펜넬’. [사진 SG다인힐]

 
한식 밑반찬부터 양식·디저트까지…. 요즘 마트엔 1000여 개의 다양한 간편식이 준비돼 있다. 냉동(냉장) 상태 그대로 전자레인지·팬·냄비에 넣고 데우면 훌륭한 한 상이 된다. 유명 맛집에서 포장·배달하면 레스토랑에서 먹던 맛 그대로 식탁에 올릴 수도 있다. 주부가 밥도 안 하고 대체 뭘 하느냐고? 밥 말고도 요즘 주부들, 할 일 정말 많다.
 
 
 
| 요즘 엄마들이 밥을 하지 않는 이유
시간을 요리한다…볶음밥·찌개·떡갈비도 10분이면 OK
 

미역·황태국·육개장·갈비탕·볶음밥
맛·영양 좋은 즉석조리식품 쏟아져
핵가족이라 해먹는 것보다 경제적

맛집 음식 배달대행 생겨 ‘집에서 외식’
아침에 국·반찬 갖다 주는 쇼핑몰도
“음식은 정성? 다른 데 정성 쏟아야죠”


 
즉석밥과 북어해장국, 간장게장, 김치 등 대형 마트의 가정간편식 코너에 있는 제품으로 식탁을 차렸다. 기대 이상의 맛과 간편한 조리법 덕분에 요즘 주부들 사이에선 ‘냉장고 필수품’으로 불린다.

즉석밥과 북어해장국, 간장게장, 김치 등 대형 마트의 가정간편식 코너에 있는 제품으로 식탁을 차렸다. 기대 이상의 맛과 간편한 조리법 덕분에 요즘 주부들 사이에선 ‘냉장고 필수품’으로 불린다.

 
달래향 향긋한 된장찌개, 과일과 간장으로 양념한 한우불고기, 먹기 좋게 익은 김치에 하얀 쌀 밥 한 그릇.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밥상이다. 아무리 손이 빨라도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이 밥상을 차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10분. 마트에서 사온 밑반찬과 밥·국 등 포장된 간편식을 팬과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면 끝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족없는 혼밥족(族)이 적당히 한끼 때울 때나 이렇게 ‘남의 손’을 빌었지만 이제는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집에서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직접 요리하는 대신 식단 일부를 간편하게 사서 식탁에 올리는 식문화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엄마, 밥보다 자녀 교육에 더 가치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주부, 특히 전업주부가 집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밥 짓기였다. “잘못하면 밥 없을 줄 알라”는 말은 엄마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무서운 벌이었다. ‘밥’은 엄마의 권한이자 의무였기에 요리는 주부라면 꼭 갖춰야 할 필수 덕목으로 모두들 생각했다. 여자들이 결혼을 앞두고 의무처럼 요리를 배웠던 것도 이런 이유다. 결혼 전엔 엄마 어깨너머로 배우고 부족하면 요리 선생이라도 찾아갔다. 결혼 후엔 시댁 입맛에 맞는 요리를 또 배워야 했다. 나 아닌 가족을 위한, 일종의 ‘생존’ 요리였다.
 
문화평론가 이혁준씨는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식사했느냐’는 인사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못 먹고 먹을 걸 귀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며 “그러나 먹는 게 흔해지고 집밥보다 더 맛있는 밥 먹을 곳이 도처에 생기면서 우리 사회가 주부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정성과 손맛만으로 주부의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주부 스스로도 요리보다 다른 분야에서 가치를 찾는다. 전업 주부 이미숙(41·대치동)씨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반찬가게에 들러 밑반찬을 사고 한 달에 1~2번은 온라인몰에서 쇠고기미역국·황태국·육개장·갈비탕 같은 즉석조리식품을 종류별로 사놨다 돌아가며 먹는다. 분명 집에서 먹는 집밥인데 밥만 전기밥솥으로 하고 나머지는 전부 사먹는 셈이다. 이씨는 “전업주부가 아이 밥도 안하고 뭐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건 요즘 엄마들 일상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엄마 정보력이 아이 대학을 결정하는 요즘 같은 시대엔 한 끼 식사 준비하는 시간에 아이 학원에 태워다주고 입시 설명회나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는 게 훨씬 더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집에서 먹는 밥 반찬뿐 아니라 품이 많이 들어가는 김치조차 사먹는 걸 부끄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2가구 중 1가구가 김치를 사먹는다. 세계김치연구소가 발표한 ‘김치산업동향(2015년 기준)’에 따르면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가구는 응답자의 44.5%에 불과했다. 요리연구가 문인영씨는 “이제 김치 사먹는 게 당연하듯 조만간 밥 반찬을 사 먹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 밥 대신 빵도 좋아
 
핵가족화와 저출산으로 가족 규모가 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밥 짓는 횟수가 줄었다. 적은 양을 준비하다보니 차라리 사먹는 게 모든 반찬을 직접 다 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일 때도 많다. 파·양파 같은 채소는 묶음 포장을 사면 다 먹기 전에 상하기에 오히려 낭비가 되기 쉽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전엔 사 먹는 걸 돈 낭비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기껏 두 세명이 한두 끼 먹을 음식을 하려면 버리는 식재료가 많아 비용만 봤을 땐 사먹는 걸 더 경제적으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탕처럼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은 사먹는 게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맞벌이 주부 김윤정(43·잠원동)씨는 동네 유명 설렁탕이나 삼계탕집에 가면 나중에 집에서 먹을 걸 포장구매해 오는 걸 잊지 않는다. 김씨는 “곰탕은 핏물 빼고 오랜 시간 불 앞을 지켰다 식혀 기름을 걷어내야 하는데 불 앞에 서있는 것 자체가 곤욕이고 번거롭기도 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웬만한 국은 한 번에 많이 끓여야 하는데 아들과 남편, 나까지 세 식구뿐이라 결국 상당량을 버리기 일쑤여서 웬만하면 소포장 단위로 사먹는다”고 덧붙였다.
 
사람들 입맛이 달라진 것도 점점 집에서 끼니를 위한 요리를 덜 하게 된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1.9kg으로, 1980년 132.4kg의 절반이 안 된다. 밥 한 공기가 쌀 100∼120g 분량인 걸 감안하면 하루에 밥 두 공기도 먹지 않는 셈이다. 물론 소식(小食)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식문화가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밀가루·육류가 쌀 자리를 대신한 게 크다. 아침은 밥이 아닌 시리얼이나 빵으로 먹는 가정이 많다. 아침부터 밥하고 국 끓일 필요 없이 마트에서 사온 우유와 시리얼, 집앞 빵집에서 사온 빵이면 간단하게 아침 준비가 끝나는 셈이다. 주부 이미라(38·진관동)씨는 “남편이 미국에서 살다와서인지 아침에 빵 먹는 게 익숙해 준비가 간편하다”고 말했다.
 
 

 

 
 
 
외식, 이벤트에서 일상식으로
 
중3 아들을 둔 전업 주부 권모(48·청담동)씨는 아이 학원에 데려다준 후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다음 수업까지 빈 시간에 함께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다. 집에 와서 밥 먹고 다시 학원에 갈 시간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차라리 외식을 선택한 것이다. 권씨는 “집에서 된장국과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기다리는 대신 함께 뛰어다니는데, 주변에 나같은 엄마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때 외식은 가족들끼리 기념할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나 했지만 이젠 외식도 평범한 한 끼를 구성하는 일상적 식사가 됐다. 30~40대만 해도 외식은 집밥만큼 익숙하다. 외식브랜드 ‘놀부’는 2016년 부대찌개의 포장·배달 매출이 전년 대비 19% 늘었다. 직장인의 점심식사처럼 어쩔 수 없는 선택뿐 아니라 주말 외식이 크게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016년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 키친’에서 주말 아침 조식을 이용한 고객 수는 2015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호텔 투숙객만큼 외부 고객이 많아 늘 만석이다. 호텔신라와 웨스틴조선 등 다른 특급호텔의 주말 브런치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거엔 식당에 직접 가서 먹을 수밖에 없던 외식 메뉴가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집밥의 개념이 ‘집에서 먹는 외식’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배달 안하는 식당 음식을 대신 사서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면서 대표적 배달음식인 피자나 짜장만 외에 거의 모든 외식을 집에서 맛볼 수 있다. 푸드플라이·띵똥·부탁해 같은 집 근처 맛집 음식 배달전문업체들을 이용하려면 음식값 외에 추가로 3000원에서 1만원 정도의 배달 비용을 내야하지만 편리성 때문에 이용객이 늘고 있다. 한식전문점 삼원가든과 블루밍가든·붓처스컷SG다인힐은 2016년 12월부터 띵똥과 아예 업무협약을 맺었다.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 배민프레시처럼 특정 식당 음식이 아니라 전날 밤 주문하면 아침에 문앞까지 반찬과 국을 배달해주는 식품 전문 쇼핑몰도 있다.
 
또 춘천닭갈비·포항과메기 같이 지방의 유명한 향토음식점중 일부는 자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원윤정(47·용인시 죽전동)씨는 “남편이 춘천에 골프치러 갔다 유명 닭갈비를 포장해왔는데 맛있더라”며 “박스 안에 주문 방법이 적혀있길래 그 이후로 종종 배달해 먹는다”고 말했다.
 
 
 
간편식, 10분이면 식사 준비 끝
 
 
배달전문업체를 통해 배달을 시작한 삼원가든 ‘보양갈비탕’(오른쪽)과 꼬또의 ‘프로볼로네 꿀호두 펜넬’. [사진 SG다인힐]

배달전문업체를 통해 배달을 시작한 삼원가든 ‘보양갈비탕’(오른쪽)과 꼬또의 ‘프로볼로네 꿀호두 펜넬’. [사진 SG다인힐]

 
대형마트나 식품회사에서 만든 가정간편식(HMR)은 요즘 일반 가정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2013년 이마트가 피코크를 출시하며 냉장·냉동 간편조리식품 시장에 시동을 건 이후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상온 유통이라 신선하지 않은 데다 뭘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어 믿기 어렵다”는 신뢰의 문제, 그리고 기대에 못미치는 맛 때문에 한동안 간편식은 대중에게 외면받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과거 상온에서 안전하게 유통하기 위해 음식을 멸균하는 과정에서 재료 고유의 맛이 뭉그러져돼 맛 없다는 평을 들었다”며 “지금은 냉장·냉동 유통 제품이 대부분이라 맛을 없앨만큼 멸균을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식품교육원에 따르면 2012년 9600억이었던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메뉴도 다양해졌다. 된장찌개·김치찌개·볶음밥·떡갈비·돈까스·보쌈·간장게장 등 피코크의 경우 종류가 1000여 가지에 이른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팬에 볶아주면 돼 조리법이 간편하다. 전업 주부 신지연(38·반포동)씨 집 냉동실엔 냉동 볶음밥이 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딸과 자신이 즐겨 먹는다. 신씨는 “냉동 상태 그대로 팬에 넣고 3~4분 정도만 볶으면 돼 간편하고 새우·낙지·채소 등 종류가 다양해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이모(40·대치동)씨는 “팬을 사용해 한 번 데우기 때문에 배달 음식에 비해 심적 죄책감이 덜하고 빨리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실제 주부들이 많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피코크(이마트 간편조리식품)는 사랑” 또는 “비비고(CJ 간편조리 식품) 육개장 또는 올가 추천해요” 같은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전업 주부 김인혜(37·당산동)씨는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육개장 같은 매운 국을 종종 구매한다. 김씨는 “1인분씩 포장돼 있는 데다 데우기만 하면 돼 간편하고 무엇보다 맛이 좋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뿐·편의점 외에도 베이커리·카페 등도 간편조리식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패션5’는 2016년 7월부터 볼로네제 그라탕, 맥앤치즈 그라탕, 라자냐 등을 출시했다. SPC 관계자는 “아침식사용이나 직장인들이 점심 메뉴로 즐겨 찾아 출시 후 지금까지 매출이 꾸준히 오르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며 “앞으로 함박스테이크 라이스 등 메뉴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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