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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번역 대결선 19.3점 vs 49점 ‘인간 승리’

 
인간 번역가와 인공지능(AI) 번역 기계와의 대결에서 인간이 승리했다. 21일 오후 서울 군자동 소재 세종대에서는 전문 번역가 4명과 3대의 온라인 번역 기계가 번역 대결을 벌였다. 지난해 3월 큰 화제를 모았던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 이은 인간 대 인공지능 대결이었다.

대결 방법은 단순하다. 주최 측은 한글과 영문으로 쓰여진 지문을 인간 번역가들과 번역 기계에 제공했다. 대결에 사용된 지문들은 미국 폭스 뉴스의 기사부터 소설가 강경애씨의 ‘어머니와 딸’ 등 문학과 비문학이 뒤섞여 있었다. 번역가들에게는 약 50분의 시간이 주어졌으며 인터넷 검색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대회에 참가한 번역가들은 현역으로 활동 중인 전문 번역가들이다. 기계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글로벌 기업 구글과 한국 기업 네이버·시스트란 등 3개 업체의 번역 서비스였다. 번역 서비스들은 지문을 입력하자마자 바로 결과가 나왔다.
 

대회를 주관한 국제통번역협회는 “번역가들이 인공지능과의 대결을 꺼려해 참가자를 섭외하기 위해 약 100명에게 연락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의 얼굴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언론사들에 당부하기도 했다.

번역 심사는 곽중철 한국외대 교수를 비롯해 번역 전문가들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오역이나 누락이 없는지 ▶표면적 해석이 아닌 심층적인 의미를 드러내는지 ▶전후 맥락을 고려했는지 등 6가지 기준을 토대로 점수를 매겼다.

심사위원들은 심사 결과 인간의 압도적인 승리를 선언했다. 인간 번역가들은 한영 번역에서 24점(30점 만점), 영한 번역에서 25점을 기록했다. 세 가지 AI 프로그램의 점수는 한영 번역에서 평균 9.3점(30점 만점), 영한 번역에서 평균 10점을 기록했다.

공정성 논란 때문인지 주최 측은 각 프로그램별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곽 교수는 “AI의 발전이 눈부시지만 아직도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번역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은 번역 기계들은 경제 분야 지문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번역 결과물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번역 품질 면에서는 인간이 뛰어났지만, 번역 소요 시간 측면에서는 기계가 유리했다.

그러나 본지가 이날 대결에서 사용된 지문을 구글과 네이버의 인공신경망(NMT) 기계번역 서비스를 통해 번역해본 결과, 구글과 네이버 모두 전문 번역가 못지않은 수준의 문장을 만들어냈다.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에는 현재 출시된 번역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NMT 방식이란 AI가 수많은 번역 결과를 스스로 학습해 다음 번역에 적용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시스트란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문 번역 프로그램을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온라인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없어 본지 비교에선 뺐다. 네이버와 구글은 지난해부터 통계 기반의 번역 방식이 아닌 NMT 방식의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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