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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에 즐기러 오지 말라"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청중이 듣고 싶은 음악만 연주하진 않을 것이다.”
“이번 독주회에 대중이 사랑하는 베토벤 소나타만 연주하는 건 맞다.”
서로 다른 뜻인 두 문장은 모두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김선욱은 다음달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4번 ‘월광’, 23번 ‘열정’을 독주회에서 연주한다. 세 소나타 모두 모든 악장이 유명한 작품이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청중이 내 음악회에 즐기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김선욱이 이 작품들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21일 서울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선욱 기자간담회. [사진 빈체로]

21일 서울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선욱 기자간담회. [사진 빈체로]

그는 이날 ‘월광’ 소나타 1악장을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했다. 또 “‘월광’이라는 제목을 베토벤이 들었다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토벤은 이 곡에 ‘환상곡풍으로’라는 지시만 남겼을 뿐이다. 후에 음악학자가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김선욱은 “베토벤에게 이 소나타 1악장은 장송곡이었다”고 설명했다. 달빛을 연상하며 너무 느리게, 감상적으로 흘러가게 연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김선욱은 이날 “악보에는 4박이 아니라 2박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너무 느리게 연주해서도 안된다”며 실제로 연주를 들려줬다. 그는 감상적인 해석을 경계하고 악보 그 자체와 작곡가의 생각을 탐구하는 연주자다.
21일 서울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선욱 기자간담회. [사진 빈체로]

21일 서울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선욱 기자간담회. [사진 빈체로]

부제가 붙은 유명한 소나타를 연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선욱은 “베토벤을 둘러싼 허울을 벗겨내고, 그가 직접 쓴 텍스트 자체를 제대로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김선욱은 오랜 시간 베토벤을 공부했다. 2012~2013년엔 8회에 걸쳐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연주를 했다. 2009년엔 협주곡 전곡(5곡)도 완주했고, 첼로 소나타(5곡)도 연주했다. 독주 음반도 베토벤을 중심으로 발매하고 있다. 2015년엔 소나타 ‘발트슈타인’ ‘함머클라이버’를 녹음했다. 그는 “베토벤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음악을 빈틈없이 짜는 베토벤 스타일에 매료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비창’ ‘월광’ ‘열정’ 소나타를 녹음한 앨범(악첸투스 뮤직)도 이달 발매됐다. 독주 앨범으론 세번째다.
21일 서울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선욱 기자간담회. [사진 빈체로]

21일 서울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선욱 기자간담회. [사진 빈체로]

“클래식의 대중화는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못박은 김선욱이 대중적인 소나타를 선택해 연주하는 이유는 이처럼 베토벤의 정수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가장 대중적인 음악에서 본인 스타일을 가장 확실히 드러낼 수 있다 판단한 셈이다. 김선욱은 2006년 리즈 국제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동양인 최초 우승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했으며 현재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김선욱의 한국 독주회는 3월 16일 오후 8시 과천시민문화회관, 17일 오후 8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18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3만ㆍ5만ㆍ7만ㆍ9만원. 02-599-5743.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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