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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의 글로벌 톡톡] 독재자들은 생일 잔치를 좋아해, 37년째 집권 93세 무가베 대통령의 생일상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북 정권에 의해 독살됐다는 게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007’시리즈 같은 첩보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요. 현실 속에서 일어난 잔혹한 암살 사건을 바라보면서 “어딘가 허술해” “감쪽 같이 해야지. 사람 많은 공항에서,이상해...”하는 분들도 꽤 있어 보입니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수사 결과로, 김정일 생일 75주년 경축 대회에서 드러난 김정은의 표정 등으로, 일종의 ‘음모론’이 더는 확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유력 용의자인 북한이 피해자의 시신을 가져 가겠다고 하면서 국면은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치열한 외교전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백두혈통' 김한솔이 살해된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하러 말레이시아에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은 더 드라마틱해 지고 있죠. 그 뒤에는 한국과 미국,중국,말레이시아 정부 대 북한의 신경전,힘겨루기가 치열합니다. 북한 정권의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 사건이 촉발해 거대한 변화로 이어진 역사는 수도 없이 많으니까요.
김정남 피살사건 외에 이번 주 국제사회 관심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누구를 지명할 까 였는데, 2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허버트.R. 맥매스터 육군 중장을 선택했습니다. 마이클 플린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이 제기된 뒤 사임하면서 이뤄진 후속 인사입니다. 예비역 육군 중장인 플린에 이어 이번에도 군인, 그것도 현역 장성을 선택했습니다. CNN은 레이건 행정부 때 콜린 파월 이후 30년 만의 현역 군인 국가안보보좌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라크전과 걸프전에 참가한 맥마스터는 기갑병과 출신으로 미 육군교육사령부 육군전력통합센터장(부사령관)으로 일해 왔습니다.  
허버트 R. 맥마스터 미 육군 중장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선임됐다.

허버트 R. 맥마스터 미 육군 중장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선임됐다.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은 이처럼 군 출신이 많습니다.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는 중부사령관, 국토안보부 장관 존 켈리는 남부사령관을 지냈습니다. 국가안보보좌관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키스 켈로그 NSC사무총장은 맥매스터의 보좌관으로 이날 임명됐습니다. 그 역시 제101 공수단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가했으며 제82공수단장, 2003~2004년 연합군의 이라크 임시행정처(CPA) 책임자를 지낸 장성 출신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 지근 거리에서 미국의 외교안보를 총괄, 조율하는 자리인데, 역대로는 외교관 출신 또는 학자들이 많이 맡았습니다.
군 출신 포진한 외교안보팀,군사 정책 더 신중할 수도
 
그래서 미국의 대외 정책이 군사 정책 위주의 강공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만, 오히려 군 출신이 더 신중할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이 전쟁의 비극과 한계를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깁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군 출신으로 초대 국무장관이 된 콜린 파월은 당시 매파로 둘러싸인 외교안보팀의 ‘비둘기’였거든요. 켈리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들을 잃었습니다.맥매스터는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전쟁 참전 결정 등을 비판한 인물입니다. 역사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미 육군의 지성'으로 불립니다.  
 
아프리카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북한 같은 3대 세습까지는 아니지만, 독재자가 통치하는 나라가 많은 곳입니다. 적도기니, 앙골라, 차드, 카메룬, 우간다 등등. 이 중에서 짐바브웨에는 최고령, 최장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가 있습니다. 독재자들은 인권 및 정적 탄압,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자신의 생일을 국가 생일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국경일로 정해 거국적 생일 잔치를 벌입니다. 21일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93번째 생일입니다. 내년 대선에 아프리카 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단독 후보로 결정됐으니, 건강만 문제 없으면 99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북한에서 2011년 사망한 김정일 생일 75돌 경축행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짐바브웨도 무가베 생일 잔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짐바브웨는 인구 1200만에 1인당 국민소득 500달러인 최빈국입니다. 지난해 생일 땐 10억원을 들여 초호화 생일파티를 열었습니다. 국민들이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을 겪는 와중이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무가베는 영국 식민지 독립 투쟁을 하며 권력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독립한 1980년 총리, 이듬해 대통령직에 오른 뒤 37년 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 축하 행사는 25일 마타벨렐랜드 남쪽 마토보 국립공원에서 열기로 하고 인력 동원과 자금 모금에 들어갔습니다. 무가베를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그 장소가 ‘구쿠라훈디’(우기 전 내리는 때 이른 비라는 뜻) 대학살이 벌어진 장소 인근이라며 학살 책임자인 무가베를 집중 비난했습니다. 구쿠라훈디 대학살은 1983년 짐바브웨 ‘제5여단’이 무가베의 정적 조슈아 은코모 전 부통령의 지지기반이자 2대 부족의 거주지인 마타벨레랜드 일대 소탕 작전을 벌여 2만 명을 살해한 사건입니다. 폐광 갱도에 2만 명을 던져 살해했는데, 제5여단 훈련을 북한 김정일이 보낸 교관들이 맡았습니다.
 
국내외 시선은 아랑곳 않는 무가베의 행보 뒤엔 그 보다 41살 아래인 부인 그레이스가 있습니다. 무가베의 비서 출신으로 92년 무가베의 첫째 부인이 병사한 뒤 결혼했습니다. 2014년 ZANU-PF 최대 분파인 ‘여성 리그’를 이끌면서 무가베를 움직이는 실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짐바브웨 대학에서 2개월 만에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는 ‘능력’을 과시했고, 부동산과 기업체 운영 수완도 탁월합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지자들은 ‘자선하는 퍼스트 레이디’라고 추앙하나 그레이스가 설립한 고아원 등은 대부분 중국 자본의 도움을 받습니다.
 
독재자들의 부인들이 대개 그렇듯, 그레이스도 해외 럭셔리 쇼핑광입니다. ‘구찌 그레이스(GUCCI GRACE)’,란 별명과 함께, 이름을 뒤튼 ‘디스그레이스(DISGRACE)로도 불립니다. 며칠 전 그레이스는 “국민들은 내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무가베가 죽어도 그 시신을 향해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권 및 언론 탄압 등의 연유로 짐바브웨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제재 대상국입니다. 무가베 부부가 미국, 유럽 여행도 하지 못하게 금지했죠. 근데 중국은 다릅니다. 시진핑 주석은 2015년 말 짐바브웨를 방문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고 지난 달엔 베이징 다오위타이 국빈관을 찾은 무가베를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중국에게 아프리카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실크로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기회의 땅이자,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개편하는 데 필요한 배후지입니다. 또 일본과 대만의 아프리카 진출을 막는 것도 아프리카 외교에 공을 들이는 한 배경입니다. 한반도에서도 북한과 관련해 오랫동안 봐 온 중국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김수정 국제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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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