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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2.33초 테러, 누구나 당할 수 있다

딱 2.33초. 20일 공개된 말레이시아 공항 폐쇄회로TV(CCTV)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화면 속에 등장한 두 여성, 베트남 국적의 도안티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는 2.33초 만에 김정남에게 독극물 테러를 한 뒤 사라졌다.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북한 테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오른쪽)가 20일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당국의 전날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강 대사는 “당초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의 죽음이) 자연사라고 알렸다”고 주장하면서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명백한 증거 없이 북한에 혐의를 씌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쿠알라룸푸르 AP=뉴시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오른쪽)가 20일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당국의 전날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강 대사는 “당초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의 죽음이) 자연사라고 알렸다”고 주장하면서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명백한 증거 없이 북한에 혐의를 씌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쿠알라룸푸르 AP=뉴시스]

북한 테러의 고도화를 보여주는 첫째 장면은 ‘다국적’ 테러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외국인을 고용해 암살을 하고 소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정찰총국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은 1960년대부터 동남아시아 에 각종 거점을 만들었고 이 중 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가 최대 거점”이라며 “이번 암살은 북한이 동남아 3대 거점에서 인원을 총동원해 실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 거점들은 평상시에는 ▶외화벌이를 위한 각종 해킹 ▶위장 탈북자를 통한 대남 공작원 침투 ▶한국 관련 동향 파악을 벌이다 이번 경우처럼 특별임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북한 여성공작원 출신 원정화씨는 본지에 “외국인을 이용해 암살단을 조직한 것 자체가 북한의 암살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둘째로는 치밀한 시나리오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 김정남이 피습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이었다. 즉사 대신 2시간 후 사망에 이르도록 독극물 양을 주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시간 동안 주범들은 도주로를 확보했다. 공항에서의 ‘사전 리허설’을 통한 2.33초 만의 암살→도주 시간 확보를 위한 2시간 후 사망 유도→주모자로 보이는 오종길 등 북한 국적 핵심 용의자 4명의 범행 장소를 통한 도피 출국→제3국을 경유한 평양 도착. 사건 초기 엉성하게만 보였던 범행은 계획된 시나리오의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 치안연구소 출신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핵심 용의자 4명은 말레이시아 정보기관의 눈을 피해 각각 다른 날 입국했고 범행 직후 바로 범행 현장인 공항에서 출국했다”며 “현장 지휘(오종길), 상황관리(이재남), 2차 암살(이지현·홍송학) 등 확실한 업무 분장과 주범(主犯)은 도피하고 종범(從犯) 또는 하수인만 붙잡히는 방식 등은 오랜 기간 준비된 치밀한 범행이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셋째는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드러나지 않고 있는 사인(死因)이다. 북한의 생화학 테러 기술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테러 위협이 핵 문제만큼이나 심각하고 무섭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북한의 생화학 테러 위협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탈북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미 CBS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60분(60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당신을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왜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북한의 테러행위에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20일 오후 마카오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났다고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아직 김한솔이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신경진 특파원
서울=차세현ㆍ박성훈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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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