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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남 가슴팍 얼룩, 독극물 기포 단서"

 

피살 현장에선 작은 흔적도 큰 단서가 된다. 세계적 독극물 전문가인 브루스 골드버거(사진)는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입었던 파란색 티셔츠의 앞섶에 주목했다. 본지와 20일 전화 인터뷰에서다. 골드버거는 “단색 티셔츠인데도 목에서 가슴팍까지 이르는 부분의 색이 더 진하게 보인다”며 “피해자의 폐에 독극물로 인한 수종(pulmonary edema·水腫)이 생긴 뒤 사망 후 코와 입을 통해 기포를 포함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왔다는 단서”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지난 15일 “김정남이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골드버거는 미국 플로리다대 의대 법의학·독성학(毒性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외신이 독극물 전문가로 자주 인용하는 인물이다. 골드버거 소장에게 19일 공개된 김정남 피살 직후의 사진과 20일 공개된 피살 당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보낸 뒤 전화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독극물로 인한 암살이 분명하다”며 “김정남 1명을 제외하고는 암살 용의자 여성 2명은 물론 공항의 주변 누구도 해를 입지 않도록 치밀하게 시간과 동선을 짠 암살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CCTV 영상에서 용의자인 여성이 김정남의 뒤에 서서 그의 얼굴 앞으로 두 손을 올려 김정남을 직접 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여성들도 독극물에 노출되는 상황이었기에 공중에 분사되는 신경가스일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행이 2.33초 만에 끝났다는 점과 김정남이 공격 직후 스스로 걸어서 의무실로 향하는 것을 볼 때 서서히, 그러나 2~3시간 안에 몸에 퍼지도록 약물 용량 및 성분을 조절해 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남의 얼굴을 천 등으로 가린 뒤 알약 형태의 독극물을 입으로 투여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경우 소화기관을 통해 심혈관으로 침투해 심정지에 이르기 때문에 사망까지는 2~3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는 독약을 묻힌 독침을 얼굴이나 목 부위에 찔렀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독침의 경우는 찌른 직후엔 흔적이 남지 않지만 부검 과정에선 피부색 변화 등이 나타난다”며 “혈액으로 바로 침투할 수 있기에 암살에 자주 쓰이는 수법이고, 용량을 조절해 즉사는 피하도록 해서 도주 시간을 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독극물은 무엇일까. 골드버거 소장은 이 질문엔 신중했다. 그는 “신경 독(neurotoxin)일 가능성과 (청산가리 및 청산가스 등을 포함하는) 시안화물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어떤 물질인지 추적할 수 없는 성분을 써서 독극물이 검출 안 될 수도 있고, 그럴 경우엔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부검은 통상 2~3시간 안으로 결과가 나온다”며 “말레이시아 당국이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는 것은 특수 장비와 기술을 구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위험하고도 복잡한 독극물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20일 기자들에게 시신 부검 결과를 이르면 22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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