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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 2시간 뒤 사망...도주 시간 벌기 위해 약물 조절한 듯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발생한 김정남(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피살 사건과 관련한 의혹의 실타래가 일부 풀리기 시작했다. 20일 범행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CCTV)가 공개되면서다. 100㎏ 안팎으로 추정되는 김정남이 여성들에게 제압당했는지,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에서 어떻게 범행이 가능했는지 사건은 그간 의혹투성이였다.

 
김정남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습당하는 순간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공개됐다. 김씨가 한 여성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 [사진 일본 TBS 캡처]

김정남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습당하는 순간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공개됐다. 김씨가 한 여성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 [사진 일본 TBS 캡처]

이후 공항 안내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한 뒤 사진. [사진 일본 TBS 캡처]

이후 공항 안내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한 뒤 사진. [사진 일본 TBS 캡처]

관계자들과 함께 공항 의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 일본 TBS 캡처]

관계자들과 함께 공항 의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 일본 TBS 캡처]

CCTV 화면 속 김정남은 푸른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오른쪽 어깨에 백팩을 걸친 채 공항 로비에 나타났다. 경호원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탑승할 항공편을 확인하는 듯 왼쪽 천장 방향의 전광판을 잠시 응시한 뒤 자율 탑승수속대(셀프 체크인 데스크)로 이동했다. 사건은 여러 사람이 탑승수속을 하고 있는 곳에서 벌어졌다. 김정남 오른쪽 전방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가 김정남의 앞을 막는 순간 ‘LOL’ 티셔츠를 입고 주변을 서성이던 베트남 국적의 도안티흐엉(29)이 달려들었다. 도안티흐엉은 김정남 뒤쪽 두세 발 떨어진 곳에서 거의 점프하듯 그의 목에 매달려 천으로 그의 얼굴을 비비는 동작을 한 뒤 사라졌다. 모든 과정은 2.33초 만에 끝났다. 김정남 이상의 거구라도 대처하기 어려울 만큼 전광석화 같았다. 그간 스프레이로 독극물을 뿌려 살해했을 것이란 현지 언론 보도 등은 사실과 달랐다.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치밀한 시나리오와 용의자들의 반복 연습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대남 공작을 연구해 온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이 박자를 맞춰 한 치의 오차 없이 한 사람은 (김정남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다른 사람은 뒤에서 공격하는 역할 분담이 완벽히 이뤄진 건 한두 번 연습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김정남은 사건 직후 공항 직원을 찾아가 얼굴을 가리키며 뭔가를 설명했다. 이후엔 경찰의 안내를 받아 공항 의무실로 갔다. 공항에 들어올 때보다 약간 다리를 벌린 걸음걸이였지만 외형상 불편한 모습 없이 스스로 걸었다. 암살교육을 받고 남파됐다 2008년 체포된 원정화씨는 “2~3초 안에 사망하는 독극물도 있지만 사망 시간을 독극물의 종류와 양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집무실로 이동할 때 김정남의 정신이 혼미했겠지만 그 시간(사망해 조사에 들어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이용해 공작원들이 모두 철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김정남이 쓰러질 경우 주변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거나 곧바로 체포될 수 있어 용의자들이 피신하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사전에 독극물 양까지 계획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이번 사건의 지휘를 한 것으로 정보 당국이 추정하고 있는 오종길 등 4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들은 사건 당일 제3국으로 출국해 이미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은 의혹은 영상에서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는, 치명상을 입힌 인물이 누구냐다. 원씨는 “독침을 수건에 싸서 보이지 않게 한 뒤 공격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천을 들고 뒤에서 공격한 여성이 독침으로 목을 찔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어떤 독극물이 사용됐는지, 현지 경찰 당국에 체포된 이정철이 피신하지 않은 것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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