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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리포트] ‘공스타그램’ 했더니 공부 시간 두 배 늘었어요

청소년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흔히 ‘스마트폰 중독’ ‘카톡 왕따’ ‘사이버 폭력’ 등의 부정적인 단어와 연결되곤 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고교생의 79.3%가 SNS를 이용한다. 10대의 스마트폰 중독률도 3명 중 1명(29.2%)으로 20대(19.6%)보다 높았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자녀의 모습에 부모들은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다. 그런데 부모들이 그토록 바라는 ‘공부’를 SNS로 인증하는 문화도 10~20대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공부’와 사진을 공유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을 합성한 ‘공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공스타그램’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16일 현재 71만9245개의 이미지가 검색된다. 1년 사이에 10만 개가 늘었다. 공부 계획을 꼼꼼하게 작성한 플래너, 공부하는 책을 펼쳐 놓은 책상, 공부하려고 일어난 시간을 인증하기 위해 알람시계 등을 찍은 사진이 즐비하다. ‘#고2공스타그램’ ‘#예비고1공스타그램’ 등으로 학년을 표시하기도 한다. 학년을 ‘중1’로 표시한 사진도 2799개가 나온다.
 
일상 사진 중에서 공부 관련 사진을 일부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공스타그램 전용 계정을 운영하는 전문 ‘공스타그래머’들도 있다. 인기 공스타그래머는 수만 명의 팔로어가 따른다.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공부를 하는 셈이다. 이들은 ‘자기 관리를 위한 자극’을 공스타그램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시험을 100점 맞았다고 자랑하는 사진이 아니라 ‘오늘은 내가 계획한 공부를 이 정도 했다’는 인증 사진을 올려요. 그걸 보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행복합니다. 뿌듯함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책임감도 느끼고요.”(이예은·서울여고 입학예정)
 
오세훈(고양국제고 입학예정) 학생도 “사람들의 시선이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 “공부 시간이 두세 배까지 늘었다”(익명 요청, 아이디 @young_forever_h19)는 학생도 있었다. 학습 플래너 사진을 주로 올리는 신효주(잠일고 2년) 학생은 “보여주기식 공부라고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있지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니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스타그램은 내가 최선을 다한 흔적”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는 안유진(DW Poppy Secondary School 11) 학생은 ‘작심삼일’ 성격을 바꿔보고자 공스타그램 활동을 하고 있다. 스톱워치로 공부한 시간을 재서 사진으로 올리고 그날의 일을 일기처럼 적는다. 10대 유학생의 생활이 기록된 그의 계정에는 유학과 관련된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캐나다의 수업 방식, 유학 비용, 영어 공부 등의 내용으로 질문이 많이 온다. 메신저로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공스타그램 사진의 댓글란은 정보 공유의 장이 되곤 한다. ‘인강’(인터넷 강의) 수강 인증 사진에는 해당 강사가 어떤지, 수준별로 어떤 강의가 적당한지 등을 묻고 답하는 댓글이 달린다. 참고서·문제집 후기나 추천 댓글은 공스타그램 사진마다 붙는 단골 내용이다. 빼곡하게 작성한 공부 계획 사진에서는 볼펜이나 스티커 종류를 묻기도 한다.

정보가 공유되고 서로의 활동에 대한 의견이 오간다는 점에서 공스타그램 태그는 또 다른 커뮤니티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이 직접 사진을 올리지 않더라도 공스타그래머들을 팔로하며 활용한다. 전다예(대전외고 입학예정) 학생은 “남에게 보여줄 만큼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사진을 올리진 않지만 학습 정보나 효율적인 공부법 등을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부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피처폰으로 갈아탄 최혜리(태원고 2년) 학생도 “최근까지 공스타그램을 챙겨봤다. 전국의 학생들이 자기 자리에서 공부하는 모습만 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스타그래머의 입시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해까지 공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했던 서윤아(19·@yuuuun_a0)씨의 공스타그램 팔로어는 2만 명이 넘는다. 서씨는 목표로 삼았던 의대에는 아쉽게 진학하지 못했지만 차선으로 바랐던 학교와 전공에 합격했다. “저는 공스타그램이 큰 도움이 됐어요. ‘오늘은 어제보다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죠. 친구들과 댓글로 격려해 주고 서로의 자극제가 된 것도 힘이 됐고요.”

그는 진학과 함께 공스타그램 업로드는 중단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대학에서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마다 들어와 사진을 둘러볼 생각이다. 그만큼 최선을 다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공스타그래머들은 시간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SNS에 사진을 올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사진과 글을 보게 되고,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 일쑤다. ‘좋아요’와 댓글 반응이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해 자꾸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이예은 학생은 “스마트폰을 아예 방에 가지고 들어가지 않고 쉬는 시간에만 사용한다. 사진은 (공부가 끝난) 새벽에 주로 올린다”고 귀띔했다.

다른 사람들과 지나치게 비교하게 되는 것도 공스타그램의 부작용이다. 김민경(통영중앙중 2년) 학생은 “공부 내용이나 시간을 비교하게 되는 것이 장점이자 가장 큰 부작용”이라며 “(남들 공부 시간에 비해) 나는 이만큼밖에 못했다는 열등감이 들어 많이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공스타그램을 포기한 이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고1 학생은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증을 위한 공부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사람들한테 보이는 내용이라 무리해서 내 수준보다 어려운 책으로 공부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도서관·카페서 함께 공부하는 효과


김종백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스타그램은 타인의 시선을 이용해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다. 도서관 열람실이나 카페 등에서 공부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진을 올리는 행위나 그 사진을 보는 행위 모두 타인을 의식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기제는 큰 차이가 없다”며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익숙한 우리나라 교육 문화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와 달리 수많은 ‘인증샷’의 하나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은밀한 이야기를 올리면서 많은 이들이 봐주길 갈망한다. 공부 인증샷은 음식 사진이나 여행 사진을 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박성조 기자, 이다진 인턴기자
민성재(한영외고 2년) TONG청소년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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