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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보다 빠른 지진경보 앱으로 위기탈출 해요

브렌트우드 이범근 대표

브렌트우드 이범근 대표

“규모 5 지진이 감지됐습니다. 도착까지 27초 전.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십시오.”

일본에서 550만 명 이상이 내려 받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유레쿠루콜(ゆれくるコ-ル)’은 지진 발생에 따른 충격이 도착하기도 전에 알람을 보낸다. 앱이 벌어주는 시간이 불과 수십 초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속수무책으로 느닷없이 지진에 노출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

유레쿠루콜의 원리는 간단하다. 일본 기상청에서 진동을 감지하면 유레쿠루콜이 그 사실을 바로 알아채서 사용자들에게 전파한다. 기상청이 진동을 분석하고 알림 지역을 설정하는 데 시간을 쓰는 동안 유레쿠루콜은 진동 감지 사실부터 먼저 알린다. 생각보다 정확도가 높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유레쿠루콜은 이미 ‘국민 앱’ 대접을 받고 있다.

“왜 한국에는 유레쿠루콜 같은 스마트폰 앱이 없을까.”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 규모 5.8의 강진이 일어난 뒤 이범근(38)씨가 품은 질문이다. 유례 없는 강진이 경주를 덮치고 이후에도 수백 차례 여진이 이어졌지만 지역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브렌트우드 이범근 대표

브렌트우드 이범근 대표


당시 경북의 한 중학교에서 지리 교사로 일하던 이씨는 지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에 답답함을 느꼈다. “경주 지진에 충격을 받은 뒤 정부의 방재 정책이나 지진 대책에 대해 알아봤어요.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한 이씨는 ‘한국의 유레쿠루콜’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유레쿠루콜을 개발한 일본 RC솔루션 관계자들을 접촉해 수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되고 앱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자 그는 과감하게 교사 일을 그만뒀다.

지난해 10월 초 대구 서구에 사무실을 구해 ‘브렌트우드(BRentWOOD)’라는 이름의 벤처기업을 세웠다. 직원은 겨우 6명이었지만 지진조기경보 기능을 갖춘 ‘국민 앱’을 만들자며 뜻을 모았다. 앱 이름은 ‘쿠르릉(Kururung)’으로 지었다.

원리는 유레쿠루콜과 같다. 한국 기상청이 처음 진동을 감지할 때 쿠르릉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곧장 이용자들에게 알린다.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시간을 과감히 없애 1초라도 더 일찍 알림을 제공한다. 비교적 세기가 약한 P파가 진앙지에 먼저 도달하고 이후 강도가 센 S파가 도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진 예보가 되는 셈이다.

규모 3.5 정도의 지진이라면 P파가 감지되고 S파가 도달하기까지 보통 1~2분 간격이 있다는 것이 브렌트우드 측의 설명이다. 쿠르릉 앱은 한국 기상청뿐 아니라 일본 기상청, 민간 기상업체인 웨더아이, 일본 유레쿠루콜 개발사인 RC솔루션의 인프라를 모두 활용한다.

이범근 대표는 “앱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몇 개월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면서 “50% 이상 확률로 쿠르릉 앱이 기상청보다 빨리 알림을 보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브렌트우드 측은 쿠르릉 앱 개발을 모두 마치고 20일 출시(2000원)했다. 앞으로 쿠르릉 앱에 과거 지진 기록, 그림으로 보는 방재 매뉴얼, 앱 사용자 간 소통 기능 등을 갖출 예정이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 지대가 아닌 한반도에서 지진조기경보 기능을 갖춘 앱이 필요하다. 쿠르릉 앱으로 지진 공포를 이겨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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