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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20만원도 좋아요, 스틱만 잡으면 판타‘스틱’

지난 2007년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은 일본을 만나 0-29로 완패했다. 그로부터 10년. 이번엔 스코어를 세 골 차로 좁혔다. 승리까진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한 경기였다.
 
한국(세계 23위)은 20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아시안게임 여자아이스하키 2차전에서 일본(세계 7위)에 0-3 으로 졌다. 지난 18일 1차전에서 태국을 20-0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사상 첫 승을 거둔 한국은 1승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2007년 중국 창춘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0-29 대패를 포함해 일본과 지난 6차례 맞대결에서 고작 1골을 넣고 103실점했다. 하지만 2회 연속 올림픽 자력진출권을 따낸 일본과의 격차를 점점 좁히고 있다.
영화 ‘국가대표 2’ 포스터. [중앙포토]

영화 ‘국가대표 2’ 포스터. [중앙포토]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2’.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003 일본 아오모리 겨울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전 북한 아이스하키선수와 퇴출된 쇼트트랙 선수 등이 팀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삿포로 겨울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사연도 한 편의 영화나 다름없다. 연세대 기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수진(30),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대학원생 박은정(캐나다명 캐롤라인 박·28), 쇼트트랙 선수 출신 고혜인(23) 등이 주축이다.
 
‘겨울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남자아이스하키와 달리 여자아이스하키는 비인기 종목이다. 여자대표팀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4차례 아시안게임에서 15전 전패를 당했었다. 4골을 넣는 동안 무려 242점을 내줬다.
 
2007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0-29로 참패를 당했다. 10년 넘게 대표팀 골문을 책임지고 있는 골리 신소정(27)은 “당시 일본의 유효슈팅이 136개였다. 우리는 공격라인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며 “시속 100㎞가 넘는 퍽을 막느라 온몸에 멍이 들었다. 그러나 ‘쟤들은 비전도 없는데 왜 아이스하키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수군거리는 말을 듣는 게 더 아팠다”고 회상했다.
 
국내 여자아이스하키팀은 단 1개. 그게 국가대표팀이다. 실업팀도 학교팀도 없다. 수입은 국가대표 훈련수당 하루 6만원이 전부다. 한달에 20일 훈련하면 120만원을 받는다.
 
연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수진. [중앙포토]

연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수진. [중앙포토]

대표팀은 1998년 출범 후 22명의 엔트리를 채워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삿포로 아시안게임에도 20명만 나갔다. 한수진은 “드레스를 입고 콩쿠르에 나가는 것보다 빙판에서 스틱을 잡는 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공격수로 활약했던 캐나다 동포 박은정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뛰기 위해 2015년 귀화했다. 의대 대학원 휴학 중인 그는 어깨가 빠져 수술도 받았다.
 
신소정은 본고장에서 아이스하키를 배우겠다며 캐나다 대학에 자신이 직접 편집한 경기 동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덕분에 2013년 캐나다 세인트 프란시스 제이비어 대학에서 주전 골리로 활약했다. 그는 한국선수 최초로 미국여자프로아이스하키리그(NWHL)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했다.
 
2014년 여자대표팀에는 새러 머레이(29·미국) 감독이 부임했다. 캐나다 대표팀 감독을 지낸 앤디 머레이(66)의 딸인 머레이는 미국 미네소타 덜루스대 수비수로 뛰며 2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키 1m60cm인 머레이는 “선수 시절 ‘난 작지 않다. 작다고 생각하는 순간 상대에 잡아먹힌다’는 내용의 주문을 외웠다. 덕분에 키가 1m80cm가 넘는 선수들과 붙어도 밀리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그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중국(16위), 카지흐스탄(18위) 등과 메달을 다툰다. 이제까지 세 팀과의 상대 전적은 19전 19패(4득점, 258실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여자대표팀의 지난해 12월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을 지원했다. 덕분에 삿포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여자대표팀은 세계선수권 1부리그의 독일(8위)과의 평가전에서 선전(2-4 패)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성적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팬들도 생겨났다.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얼음정수기냉장고 광고를 찍기도 했다. 한국여자대표팀은 내년 평창 올림픽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다. 신소정은 “즐겨 보는 TV 예능 프로그램 제목처럼 내 인생은 ‘무한도전’이다. 남들은 꿈 같은 일이라고 말하겠지만 평창 올림픽에서 1승을 거두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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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