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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보수 개혁 논란

중앙일보 <2017년 2월 10일자>
비상구를 찾지 못하는 보수 개혁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대한민국 보수층 유권자들은 길을 잃었다. 이 땅의 보수 진영이 비상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한복판에서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섰지만 그 어느 쪽도 합리적인 보수 개혁의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들이 역대 최약체로 불릴 만큼 지지율이 바닥이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각각 5%와 1%대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주자들인 이인제 전 의원, 원유철·안상수 의원은 후보로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가장 유력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낙마한 뒤 그 반사이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모두 가져가는 황당한 상황이다.
 
바른정당의 고전은 합리적이고 건전한 보수층이 믿고 의지할 만한 설득력 있는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이 육아휴직 3년, 칼퇴근 보장 등 복지공약으로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은 당대로 18세 투표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 등에서 갈팡질팡하는 등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마저 저마다 따로 노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5.8%로 정의당(6.8%)에도 밀리는 것이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을 확고히 붙잡아 13.8%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국정 농단에 대한 참회와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건강한 보수 유권자들로 지지세를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황 권한대행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지만 비호감도와 출마 반대 의사가 70%에 가까운 만큼 유권자들이 마음을 쉽게 열어 줄 것 같지 않다.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꾼다지만 친박 패권의 인적 청산 없이 이름만 바꾸는 것은 유권자들이 너무나 많이 봐온 ‘데자뷔’일 뿐이다.
 
보수 진영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까닭은 박 대통령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드리우고 있는 데도 원인이 있다. 자신을 보좌했던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장차관을 비롯해 18명이 구속됐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고 부인하고, 혐의를 측근들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대통령의 품격 잃은 모습에서 보수층 유권자들조차 느꼈던 환멸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다.
 
보수나 진보 어느 한쪽만으로는 국가 경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정권을 잡지 못하더라도 건전한 야당세력이 굳건해야만 국가가 치우치지 않고 똑바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파국을 바라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헌재 심판을 늦추려는 꼼수를 버리고 당당하게 재판에 임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시대착오적인 친박세력에 의존해 연명할 생각을 버리고 치열한 반성과 그 이상의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음을 입증해야 한다. 바른정당 역시 스스로 내세웠던 개혁보수가 어떤 모습인지 유권자들에게 내보여야 한다. 그것만이 보수가 살길이고 보수와 진보가 상생하는 길이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다.
 
 
한겨례 <2017년 2월 9일자>
‘개혁보수’ 내건 바른정당, 새누리당과 뭣이 다른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대표적 개혁입법의 하나로 꼽혀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에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정당이 공수처 신설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선거 연령을 18살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 역시 바른정당의 당론 번복으로 무산된 거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면서 주요 현안에선 새누리당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니, 이래선 바른정당의 차별성을 어떻게 호소할 건지 궁금하다. ‘개혁적 보수’의 길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정체성 상실로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바른정당은 되돌아봐야 한다.
 
바른정당은 공수처 신설 대신에 ‘국민 참여 검찰위원회 설치’ 등 나름의 검찰 개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이미 제시됐던 것이다. ‘과감한 권력기관 개혁’을 내걸고 창당한 정당이 이제 와서 새누리당 공약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검찰 권력화의 핵심인 기소 독점권을 분리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검찰 개혁안’도 의미가 없다. 공수처를 포기한 바른정당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재벌 개혁을 비롯한 다른 현안에서도 결국 새누리당과 차별성을 부각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물론 바른정당이 처한 현실정치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보수’의 적통을 놓고서 새누리당과 경쟁해야 하는데 지지율 차이는 별로 나지 않으니 조바심이 날 만하다. 소속 의원들의 다양한 색깔도 소신 있게 ‘새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호하게 나가선 바른정당의 정치적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촛불 민심’을 받들겠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새누리당에서 뛰쳐나왔다. 좀 더 과감하고 용기 있게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추구해야 새누리당을 대체하는 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보수의 가치’를 완전히 새롭게 재정립하지 않으면, 보수 정치세력은 앞으로 상당 기간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촛불에 담긴 사회 개혁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하고선 누구도 ‘새로운 보수’를 말할 자격이 없다.
 
논리 vs 논리
보수 진영 전체가 개혁에 책임 vs 바른정당, 더 과감히 개혁해야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左),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右)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左),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右)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은 한국 보수 진영의 위기는 보수 정당의 개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보수 정당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개혁을 돌파구로 삼았지만 그 방법과 방향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었지만 여전히 기존 새누리당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이루려는 세력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초래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사실상 공범이라는 인식 아래 당을 이탈한 바른정당과의 갈등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이렇게 개혁을 화두로 맞서고 있는 한국 보수 정당을 바라보는 중앙과 한겨레의 사설은 다소 다른 시각을 보인다. ‘비상구를 찾지 못하는 보수 개혁’이라는 사설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중앙은 이번 사태를 한국 보수 진영 전체의 위기로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와 원인을 기존 새누리당 세력과 이탈한 바른정당 모두에게서 찾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한복판에서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섰지만 그 어느 쪽도 합리적인 보수 개혁의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개혁보수 내건 바른정당, 새누리당과 뭣이 다른가’라는 사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보수 개혁의 중심축을 바른정당으로 분명하게 상정하고 과감한 개혁에 나서지 못하는 점을 집중 비판하고 있다. 개혁적 보수의 길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정체성 상실로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바른정당은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대한민국 보수층 유권자들은 길을 잃었다’는 말로 한국 보수 진영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수 진영 대선주자들이 역대 최약체로 불릴 만큼 지지율이 바닥이라는 점을 예로 들며, 기존 새누리당 세력과 바른정당 인사들을 모두 포함해서 논의하는 기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각각 5%와 1%대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주자들인 이인제 전 의원, 원유철·안상수 의원은 후보로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라는 것이다. 가장 유력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낙마한 뒤 그 반사이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모두 가져가는 황당한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대표적 개혁입법의 하나로 꼽혀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법안 통과에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정당이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선거 연령을 18살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 역시 바른정당의 당론 번복으로 무산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면서 주요 현안에선 기존 새누리당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니 이래선 바른정당의 차별성을 어떻게 호소할 건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공수처를 포기한 바른정당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재벌 개혁을 비롯한 다른 현안에서도 결국 새누리당과 차별성을 부각하지 못할 세력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중앙은 기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모두에게 보수 개혁의 책임을 묻는 데 반해 한겨레는 바른정당의 분명한 개혁 의지와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보수나 진보 어느 한쪽만으로는 국가 경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정권을 잡지 못하더라도 건전한 야당세력이 굳건해야만 국가가 치우치지 않고 똑바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의 연장선에서 옛 새누리당은 시대착오적인 친박세력에 의존해 연명할 생각을 버리고 치열한 반성과 그 이상의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꾼다지만 친박 패권의 인적 청산 없이 이름만 바꾸는 것은 유권자들이 너무나 많이 봐온 데자뷔일 뿐이라는 것이다. 바른정당 역시 스스로 내세웠던 개혁보수가 어떤 모습인지 유권자들에게 내보여야 하며 그것만이 보수가 살길이고 보수와 진보가 상생하는 길이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라고 충고한다. 결국 중앙은 대한민국 보수 진영 전체를 대상으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기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반면, 한겨레는 보수의 적통을 놓고 새누리당 세력과 경쟁해야 하는 바른정당이 처한 현실정치의 상황을 이해하지만 보다 분명한 개혁적 태도와 행동을 바른정당에 촉구한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촛불 민심을 받들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새누리당에서 뛰쳐나왔음을 상기시키며 좀 더 과감하고 용기 있게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추구해야 기존 새누리당을 대체하는 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한다. 과감한 권력기관 개혁을 내걸고 창당한 바른정당이 이제 와서 기존 새누리당 공약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건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촛불에 담긴 사회 개혁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하고선 누구도 새로운 보수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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