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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백두산 가는 길(白頭山途中)

백두산 가는 길(白頭山途中)
-신채호(1880~1936)
 
 

인생 사십 년 뿔뿔이 갈렸는데
병과 가난 잠시도 안 떨어지네.
원통하다, 산도 물도 다한 곳에서
마음껏 노래 통곡 그마저도 어렵네.
 
남북으로 허둥지둥 세월만 갔네.
와도 별수 없고 가도 또한 그럴 뿐.
알겠네 만사는 제 뜻으로 자르는 것.
가련하다, 이리저리 눈치 보며 남 따르던 꼴.
 

위정척사(衛正斥邪)적 정신의 근대적 구현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을까. 단재 신채호가 있다. 경성의 아내가 생활고를 호소하자, 정히 어려우면 아이들은 고아원에 맡기라고 답장을 쓰던 사람. 비굴과 삿됨을 용납지 않는 가운데 삶 전체로 강렬한 상징을 이룬 사람. 그의 앞에 면암, 매천, 우당을, 그의 뒤로 이육사, 신동엽, 김남주를 놓아볼 수 있을까. 이승만의 외교론에 멸시에 가까운 비판을 가한 것은 그로서는 필연에 가깝다. 이채로운 소설들을 제하고도 ‘의열단선언’을 비롯한 단재의 명문장들은 동년배 노신의 것들과 함께 서세동점기 동아시아가 산출한 인식의 절정으로 평가될 만하다. 일제의 다롄 뤼순형무소에서 1936년 오늘 7년의 수감 끝에 옥사했다. 1914년 만주에서 백두산을 답사하며 남긴 칠언절구 한시 2수. 그 고달픔과 결기가 아프다.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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