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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트럼프 1세'의 통치가 미국에 주는 혜택

모린 다우드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1세’의 통치로 미국 전체가 미쳐 돌아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불행 속에도 한 줄기 희망은 있는 법. 트럼프는 진정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America Great Again)’ 만들었다. 우선 미국인들의 외면을 받아온 페미니즘과 진보주의가 트럼프 덕분에 확 살아났다. ‘오바마케어’(전 국민 의료보험)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오바마케어 폐지를 외친 덕에 수많은 미국인이 오바마케어가 안겨주는 혜택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도 깨부쉈다. 갑자기 공직에 진출하려는 젊은이가 급증했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도 살렸다. 트럼프가 이 신문을 욕할 때마다 구독률과 주가가 치솟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비아냥대는 TV 코미디쇼 ‘SNL’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정말 나쁜 프로그램!”이라고 트윗할 때마다 시청률이 상승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가 지명한 닉 고서치 대법관 후보와 끝까지 경합을 벌인 토머스 하디만 판사에게 워싱턴으로 차를 몰고 오는 액션을 취하도록 했다. 그래서 대법관 임명식 직전까지 미국인들은 누가 대법관이 됐는지 알 수 없게 했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악한 기획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트럼프의 참모들은 3300만 명 넘는 미국인들이 백악관의 대법관 임명 과정을 주시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상원의 인사청문회도 미국인들이 반드시 시청해야 할 TV 프로그램으로 부상했다. 트럼프가 주요 공공기관장 자리마다 폭탄급 문제아들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의 주문으로 공화당이 시대착오적 보수 어젠다를 밀어붙인 결과 국민의 정치 참여가 급증한 것도 고무적이다. 요즘 미국 각지의 타운홀 미팅을 가보면 환경과 교육·의료 등의 분야에서 민권을 신장시킬 방안을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시민이 크게 늘었다.

트럼프는 ‘팩트’가 중요하다는 진리도 다시 일깨웠다. 너무나 뻔뻔하게 현실을 왜곡하는 트럼프의 언행으로 인해 미국인들은 그의 측근들이 제시하는 이른바 ‘대안적 사실’에 경계심을 갖게 됐다. 트럼프는 백악관 공보실 언론 브리핑의 파급력도 높여줬다.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들어낸 속임수와 망상을 기자들에게 늘어놓는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은 황당무계 그 자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스파이서의 브리핑은 ‘제너럴 호스피털’ 같은 인기 드라마보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올해 TV 프로 중 최고 히트작이 됐다는 평까지 나온다.

놀라운 건 트럼프의 자기절제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그의 평소 성향을 생각하면 스파이서의 끔찍한 언론 브리핑을 개선하기 위한 조언을 왜 트위터에 올리지 않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트럼프는 늘 우리를 경악시키고 진을 빼놓지만 이렇게 최소한 인정해 줄 구석은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미국인 모두가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정신 바짝 차리게 됐지 않는가.

요즘 여성 인권운동가들은 트럼프의 마초이즘에 고무된 백인 남성들이 여성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둘까봐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 점에서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의 행동은 넘어가줄 수 없다. ‘인종주의자’란 비난을 받아온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을 트럼프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데 반대하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의 편지를 읽으려던 민주당 여성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에게 “조용히 하라”며 말을 막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귀빈들을 만날 때 자주 하는 행동이 있다. 상대방의 등을 두드린 후 잡아채 듯 악수를 하며 포옹을 하거나 키스하는 듯한 입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면서 “그와 나의 다정한 사이를 표현하기 위해 부여잡고 포옹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에 가면 트럼프의 이런 예측불가적 행동 때문에 걱정하는 직원들의 불행이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에게 분노한 예술계도 행동에 나섰다. 미국 현대미술관은 이슬람 7개국 입국금지 행정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세잔과 피카소·마티스의 그림 대신 이란과 이라크·수단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연극계도 5월에 열릴 셰익스피어 공연제에 절대 권력을 좇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풍자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고대 로마의 독재정치를 다룬 이 연극이 그 어느 때보다 현대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트위터에 “미국 내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워낙 고조됐기에 미국인들은 호흡을 조절하며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모욕당하고 분노한 미국인들이 백악관에 대항해 벌이는 투쟁을 통해 ‘다시 위대해진 미국’을 매일 증명해 가고 있다. 사법부부터 언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구들은 트럼프의 폭주를 막기 위해 데프콘을 최고 수위로 높인 상태다. 예외가 있다면 귀머거리 행세를 하는 공화당 의원들뿐이다.

모린 다우드 칼럼니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11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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