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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3월호] '문재인 대세론'의 미래

 
탄핵심판, 호남 민심, 지지층 응집력 등 3대 축이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운명 좌우
안철수 의원 등 중도·보수 주자들의 비전과 보수층의 전략투표가 선거판 흔들 수도

안희정 충남지사의 추격을 뿌리치고 문재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후보 자리를 꿰찬다면 본선에서 100% 승리가 보장될까? 다자간 여론조사는 예외 없이 그의 우위를 점친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 ‘문재인 필승론’의 뿌리다. 하지만 그에겐 뛰어넘어야 할 함정과 맞닥뜨리게 될 절벽이 적지 않다. 경쟁자들은 탄핵의 포연이 걷히면 새로운 대선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며 결전 의지를 다진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11일 대구에서 열린 ‘포럼 대구·경북 출범식’에 참석해 ‘정권교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정식]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11일 대구에서 열린 ‘포럼 대구·경북 출범식’에 참석해 ‘정권교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정식]

 
탄핵은 좌파세력에 집권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다. 좌파는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패거리 권력만 생각한다고 국민은 여긴다.” 2월 2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지하 강당.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정책기획수석을 지낸 김성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석좌교수가 이재명 성남시장과 그의 지지자 60여 명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회초리를 내리치듯 이렇게 일침을 놓았다. 이날의 주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 선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야권의 대선 주자인 이 시장이 좌편향으로 치닫는다고 여긴 듯 “이는 보수세력뿐만 아니라 중도세력도 같은 생각”이라고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김 교수 눈에 비친 한국 좌파는 극히 한심했던 모양이다.
 
“진보의 가치는 ‘정의(正義)’에 있고 미래를 향한 개혁을 하는 데 있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는 정의라는 프레임에 갇혀 도무지 미래를 보지도, 내딛지도 못한다.” 그가 말한 미래는 먼 데 있지 않았다. 탄핵 이후 상황에 그는 주목했다. 김 교수는 “탄핵은 사실상 끝난 것과 마찬가지고, 국민은 새로운 변화,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망한다”면서 “이제는 박 대통령과의 싸움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서 나라 의 미래를 놓고 씨름해야 할 때”라고 주지시켰다.
 
야권의 힘을 써야 할 곳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갈수록 탄핵정국에 식상해 하고 피로감을 느끼며,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더라도 오히려 허탈감·상실감에 젖어들 것이라는 현실진단이었다. 국민을 위로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 탄핵 이후의 새 질서와 가치 창출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은 탄핵 이후를 바라보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탄핵싸움에 매몰돼 있다“고 각성을 촉구했다.
 
 
‘문재인으로 나라가 안정되는가’
지난해 총선 당시 5·18민주묘지를 찾은 문재인 전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총선 당시 5·18민주묘지를 찾은 문재인 전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은 마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2월 1일)으로 야권의 기세가 한껏 오른 시점이다. 1시간 여에 걸친 강연에서 김 교수는 승리감에 도취된 야권 전반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진보의 기치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의 예를 들었다. 그는 “샌 더스는 대중에게 분노만 준 게 아니라 희망과 상상력을 불어 넣었기에 대중을 경선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대중을 선거판으로 끌어들이는 힘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 주자들이 명쾌한 주장과 논리로 정치적 이슈 선점에는 성공했지만 대중과 함께하는 감수성,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메시지는 미흡하다는 게 야권의 원로 김 교수의 우려였다. 그는 청중을 향해 “탄핵이라는 과거를 넘어 미래와 싸울 준비는 하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은 강연 내내 고개를 숙여 메모하는 등 강연에 열중했다. 덕담을 기대했던 이 시장 지지자들의 얼굴엔 긴장 감이 감돌았다. 김 교수의 지적은 비단 이 시장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내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 당 대표는 정치권 전체의 표적이 된 듯하다. 국민의당과 통 합한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세론과 함께 ‘문재인으로 나라가 안정되겠어?’하는 의구심이 똑같이 커진다”고 일침을 놓았다. 손 의장은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면서도 자기 쪽으로 모든 것을 몰려고 한다”면서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은 기득권을 유지하고 패권을 행사하는 세력”이라고 질타했다.
 
한국정치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정치 지형은 요동쳤고, 유력 대선 주자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지난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 와 각을 세우면서 여야 주자 중 1위를 차지했었다. 지난해 8 월 제주 방문 이후 부동의 1위 주자로 군림해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대선 무대에서 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박 대통령의 측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대선 주자들의 운명을 뒤바꿔 놓은 결과다.
 
국격도 추락했다. 반부패 캠페인 조직인 국제투명성기구가 해마다 매기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만 해도 그렇다. 2016년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76개 국 중 52위에 자리했다. 이 는 전년보다 15계단이나 추락한 기록이다. 아프리카의 빈국 인 르완다(50위)와 나미비아(53위)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 그래서 대중은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고자 한다. 지난해와 올해 초의 탄핵정국이 이를 상징한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 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친 문 전 대표가 정권교체의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동력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게 불과 4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를 보도한 때가 지난해 10월 24일. 그 전에는 누구도 이런 선거구도의 급변을 예상치 못했다. 앞으로 대선 까지는 이르면 3~4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는 전제에서다.
 
“지난 4개월이 그랬듯 앞으로 4개월 후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김윤 국민의당 전략기획위원은 말했다. 그는 “한국정치에서 서너 달이면 짧은 기간이 아니다. 얼마든지 극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가를 풍미하는 ‘문재인 대세론’도 한순간에 훅 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느냐고 김 위원은 되묻는다.
 
 
탄핵은 야권에 양날의 칼
보수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보수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첫 관문으로 헌재의 탄핵심판이 꼽힌다. 지금은 박 대통령, 최순실 씨 등이 국정농단 자체를 인정한 것도 아니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한 것도 아니다. 비리가 단죄되지도, 과거 청산이 불가역적으로 현실화하지도 않은 상태다. 박 대통령과 국정농단세력의 부활을 막을 가장 강력한 화력을 필요로 했고, 그래서 선택된 게 민주당과 문 전 대표일 뿐이라고 국민의당은 강조한다. 국민 여론이 대통령 사법처리와 퇴진 등 과거청산 프레임에 경직될 정도로 쏠릴 때는 이런 기조가 통한다. 하지만 탄핵심판 이후 대중의 시선이 이동하기 시작 하면 판세는 또 달라지게 된다는 게 김성재 교수의 정국 진단 이다. 누가 미래 비전을 가졌는가의 싸움으로의 전환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보수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문 전 대표 대세론에 탄핵은 양날의 칼과도 같다.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위기감을 느낀 야권은 문 전 대표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한다. 문 전 대표 지지층이 위기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더 끈끈하게 결집해온 까닭이다. 실제로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할 때 그의 몸값은 치솟았다. 20%대를 맴돌던 그의 지지율이 30%를 돌파한 때 를 보자.
 
한국갤럽이 1월 둘째 주(10~12일) 전국 성인 1007명을 대 상으로 실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중앙선관위 홈 페이지[nesdc.go.kr] 참조)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31%를 얻 었다. 지난 2년간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얻은 지지 율로는 최고치에 해당한다(오른쪽 도표 참조). 한 달 전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 견줘봐도 11%나 급상승했다.
 
 
2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5차 탄핵 찬성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2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5차 탄핵 찬성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이때는 보수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예고된 대로 귀국한 시점(1월 12일)과 맞물린다. 거센 탄핵바람에도 20% 박스권을 못 벗어나던 문 전 대표 지지율이 유력한 여권 후보의 등장에 즈음해 일거에 수직상승한 셈이다. 한국갤럽도 당시 “민주당 지지층의 문재인 선호도는 12월 44%에서 1월 들어 62%로 상승한 반면, 이재명 성남시 장은 27%에서 16%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등장에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 지지층이 문 전 대표쪽으로 확 쏠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탄핵이 기각되면서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격돌하는 상황이 오면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대척점에 존재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야권 대표주자의 입지를 더 다지는 결과로 이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탄핵이 인용되는 경우는 어떠할까? 반기문이라는 범여권의 ‘거목’이 사라진 마당에 탄핵까지 인용된다면 정권교체는 시간문제라고 여길 야권 지지층은 더 늘어날 것이다. 지금껏 과거청산, 정권교체를 바라던 유권자들이 승리를 확신하면서 여유를 갖기 시작할 때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고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추론한다.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 퇴진을 바라던 이들에 게 1차적 목표는 달성된 것이다. 60일 안에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정권교체는 기정사실이다. 이제 ‘미래 프레임’으로 가게 된다. ‘대한민국에 더 좋은 정권교체는 어떤 걸까’ ‘누가 대통령으로 좋은가’를 판단한다. 이는 곧 ‘문재인이 정말 좋 은 후보인가’를 따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모두 정권교체
같은 야권에 뿌리를 둔 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누가 대통 령을 배출하더라도 정권교체라는 인식이 번진다는 의미다. 문 전 대표에게 덤으로 주어지던 ‘정권교체 지지층’이 분화의 길로 접어드는 길목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그동안 야권 분열로 보수진영에 정권을 빼앗길까봐 문 전 대표에게 쏠렸던 야권 지지층이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후보(안철수나 손학규 등) 중에서 누구를 골라야 하느냐의 문제에 직면하면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총선은 심판의 성격을 가지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대선은 미래 비전을 보는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 성향을 띤다고 정치학에서는 가르친다. 이번 대선도 과거 심판이 아닌 미래 비전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장은 말한 다.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근본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 전 대표와 그를 둘러싼 정치세력이 수권준비가 돼있는지 유권자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앞서의 한국갤럽 1월 둘째 주(10~12일) 여론조사는 반기 문 전 총장 퇴장 전에 실시됐지만 야권 표심의 속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만하다.
 
한국갤럽은 문재인·반 기문·안철수 3자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문 전 대표 44%, 반 총장 30%, 안 의원 14%로 나왔다. 문 전 대표가 얻은 44% 중 ‘문재인을 좋아하지 않지만 정권교체 때문에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국민의당 후보 등 다른 정치인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 10% 정도만 이탈해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로 떨어진다. 3파전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성적표가 문 전 대표의 손에 쥐어질 수 있다고 박 대표는 분석했다.
 
박 대표는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집단이 바로 문 전 대표에게 거부감을 가진 일부 호남표와 중도·보수층이라고 분석했다. 보수후보가 당선권에서 완전히 멀어지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의 경합으로 대선이 치러진다고 하자. 중도·보수층 입장에서는 패권 이미지가 짙은 ‘친문진영’보다 38석의 왜소한 국민의당 후보를 밀어 연정을 꾀하는 방안도 매력적 일 수 있다. 중도·보수층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정당득표율 26.74%를 얻어 민주당을 제치고 전국 2위에 오 를 때 힘을 보탠 경험이 있어 사안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국민의당은 이른바 ‘샤이 안철수’의 존재를 믿는다. ‘샤이 안철수’란 안 의원을 지지하지만 내색하지 않거나 관심 있게 지켜보는 유권자들을 이른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투표일 며칠을 앞두고 이들이 무섭게 결집한 결과 정당지지율 2위에 올랐다고 국민의당은 해석한다. 합리적 보수층이라 할 ‘샤이 안철수’는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확 몰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성민 대표는 “총선과 같이 호남과 중도보 수층은 대통령선거일 일주일을 남겨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세대별로도 지지가 엇갈릴 수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고 헤아렸다. “정권교체를 상징한다는 면에 서는 문재인과 국민의당 후보는 겹친다. 예컨대 미래를 대비 한다는 면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아무래도 앞선다는 말도 심 심찮게 들린다. 게다가 안철수 의원은 한 번 양보한 적이 있지 않은가? 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점을 고민할 것 같다.”
 
 
보수진영의 사표방지 심리 작동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정권교체의 상징 인물로 떠올랐다. [중앙포토]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정권교체의 상징 인물로 떠올랐다. [중앙포토]

정당지지율 12%, 안철수 의원 지지율 7%(2월 7~9일 한국갤럽 조사)가 고작인 국민의당이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기대감에서다. 김영환 국민의당 대선기획단장은 문 전 대 표와 그를 둘러싼 세력이 가진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함이 사 안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는 “친문세력은 대선에서 보수를 놔두고, 또 국민의당에 일부 떼어줘도 문 전 대표가 이긴다 고 생각한다”면서 “이게 바로 문재인 대세론의 함정”이라고 비판했다. 
 
“언뜻 생각하면 문 전 대표가 1등인 건 맞다. 그런데 그게 30% 수준이다. 국민이 문 전 대표와 그 세력을 조금만 들여 다보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권자들도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들면 지금의 문 전 대표와 친문세력을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주체를 세워 야 할 것인가를 숙고하게 될 것으로 김 단장은 자신했다.
 
국민의당이 우려하는 변수는 단 하나다. 지난 대선처럼 보 수진영 후보가 문 전 대표를 압도하거나 압박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후보가 문 전 대표를 돕지 않으면 문 전 대표가 당 선되기 어려운 선거로 가게 되면 정말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 고 김영환 단장은 말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쉽게 조성되기 어려운 게 현재의 판세다.
 
여권은 박 대통령 탄핵 이후 변변한 대선 주자조차 내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상태다. “지금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의당 후보가 나와 10%대 득표를 하고, 보수후보가 20%대를 득표해도 자기들이 이긴다고 자신할 것이다. 국민의당 역시 등 떼밀려 문 전 대표와 결합해야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고 김영환 단장은 강조한다.
 
 
2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식. 국민의당은 중도·보수층을 규합하는 대선 전략을 구사한다. [사진·전민규]

2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식. 국민의당은 중도·보수층을 규합하는 대선 전략을 구사한다. [사진·전민규]

이쯤 되면 오히려 보수 표심의 향배를 눈여겨봐야 한다. 대선구도를 단순화하면 민주당·국민의당·보수후보, 이렇게 3 파전으로 가거나 보수후보가 둘로 나뉘면 4파전이 된다. 3파전이라고 가정해보자. 보수 유권자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홍준표 경남지사 등 자기네 후보가 아무리 선전해도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믿어지는 순간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예상도 해봄직하다. 보수진영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 하면서 국민의당 후보를 밀어 문 전 대표의 집권을 막자는 흐름이 대선 직전에 증폭된다는 것이다.
 
김영환 단장은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패권이 존재하지 않고 ▷과격 운동권 노선과도 거리를 두며 ▷국민통합을 지향한다고 규정했다. 그는 국민의당을 일러 “진보에서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 큰 정당”이라며 “이념적 영토에서 는 국민의당이 진보 강화론에 치우친 민주당보다 훨씬 넓다”고 주장했다.
 
민주개혁세력의 본가 격인 호남민심, 이들과 결을 달리하 는 보수층이 동시에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는 게 가능할까? 그것도 범야권의 적자(嫡子) 격인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국민의당은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한다. 호남은 참여정부 시절 대북송금특검 이후 줄곧 문 전 대표에게 ‘배신의 감정’을 떨치지 못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급조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하다시피 한 게 바로 그런 정서가 분출된 결과라는 것이다.
 
김영환 대선기획단장은 호남의 민심은 언제든지 문 전 대표와 갈라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저변의 민심 구도는 지난 20대 총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호남의 정치적 성향을 “상대적으 로 진보하고 상대적으로 개혁적”이라고 규정했다. “호남은 진보가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보수표가 와야 이긴다는 걸 안다. 그 보수가 자유한국당이면 곤란하지만 보수진영의 유권자들이 넘어오는 건 정말 원하는 일이다. 그게 영남이든 충청이든 바라는 바다.”
 
 
김종인·박지원·김무성이 손잡는 경우
국민의당이 영·호남을 동시에 아우를 가능성에 대해 김윤 국민의당 전략기획위원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은 단일화 논리에 엄청 시달리며 결국 포기해버렸다. 반대로 지난 총선에서는 끝내 국민의 당의 독자성을 지켜 3당의 입지를 다졌다. 역으로 보수진영도 마찬가지의 중압감에 눌리게 된다. 정권이 문 전 대표 쪽 으로 넘어갈 것 같은 위기감이 보수진영에 엄습한다면 심지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단일화 압박을 받게 된다.” 지역 불문하고 합리적 보수층은 결국 지는 길을 택할 것 인지, 국민의당 후보라도 밀어 문 전 대표가 아닌 쪽의 대안을 택할 것인지 기로에 선다는 말이다. 김윤 전략기획위원은 “대한민국이 전진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안철수·손학규 등 국민의당 후보 쪽으로 마음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은 강력한 조직력과 단단한 응집력을 자랑한다. 그 힘으로 문 전 대표의 외곽을 둘러싸다 보니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받는다. 문 전 대표와 지난 총선에서 손발을 맞춰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탄핵이 인용되면 보수층이 무섭게 결집할 텐데 문 전 대표처럼 확장성이 부족한 사람이 정권교체를 해내겠느냐”며 탈당을 시사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설왕설래가 많지만, 그가 탈당 후 박지원 대표, 안철수 의원, 손학규 의장이 버티는 국민의당, 김무성 의원이 좌장으로 컴백한 바른정당과 함께 중 도·보수 대연합 구축에 나서리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더 크게는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도 그 대열에 합류하리 라는 관측도 있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장은 “문 전 대표가 인적청산을 시발로 미래 비전과 통합의 철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친문진영을 제외한 제 세력이 뭉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반문(反文, 반문재인)연대’의 서막이 열리는 셈이다.
 
과거 문 전 대표는 지지율 ‘20% 박스권’ ‘30% 박스권’에 발이 묶였던 적이 있다. 같은 당의 안희정 충남지사가 맹렬한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것도 중도와 보수층의 지지세를 규합 하는데 일정한 성과를 내는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노무현 캠프보다 더 낡은 버전?
새누리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대선에 뛰어들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전민규]

새누리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대선에 뛰어들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전민규]

이런 마당에 문 전 대표의 대선 행보는 1등 주자에 걸맞은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인재영입과 공약 발표에서 에러가 이어진다. 회심의 영입 카드로 내놓은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5·18 발언’ 등으로 짐을 싸서 미국으로 떠났고, 공공부문 일자리 80만 개 창출 공약은 캠프 내부에서도 혼선을 빚었다. 문 전 대표 캠프가 노무현 대통령후보 시절보다 더 낡은 버전으로 가동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안보관이 약점으로 꼽히는 문 전 대표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 문제에 대해 말을 바꾸다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김윤 전략기획위원은 “문 전 대표의 정책에는 대한민국과 양립하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아 국민 설득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반문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진·전민규]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반문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진·전민규]

 
탄핵정국, 호남민심, 핵심 지지층이 지금은 문 전 대표를 떠받치는 3대 기반이지만, 이들이 조합되는 방식에 따라 대선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문 전 대표의 한계는 개인적인 부분보다 외부환경 요인에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약점은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지만 외부의 약점은 통제권 밖의 문제라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외면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샤이 안철수’ ‘샤이 국민의당’ ‘샤이 보수’ 등이 의사 표시에 더 적극적이거나 전략적 행보에 나선다면 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성재 김대중도서관 석좌교수는 후유증에 시달리는 미국 대선을 보면서 한국 대선 주자들이 배울 게 많다고 언급했다.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가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선거와 투표장으로 끌어들인 공로는 평가받아 마땅 하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자 샌더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로 선전했다.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 트럼프는 주류 정치권, 언론의 대선 전망을 일축하면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김 교수는 “대선은 교과서가 없는 시험과 같다”면서 “이번 대선은 대중을 선거로 끌어들이는 정도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흥미를 일으 키는 주자는 과연 누구일까? 문 전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 더 깊어질지 모른다.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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