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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차 '큰 손' 삼성 임원인사 무기한 연기에… 애닳는 현대차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직후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대치동 오토웨이타워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사무실에서도 긴급 대책 회의가 열렸다. 삼성그룹 임원을 상대로 법인차 주력 모델인 신형 그랜저(IG) 마케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법인차 시장 ‘큰 손’인 삼성 임원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그랜저 판매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인사 규모가 결정돼야 임원별로 세부 옵션(선택사항)을 정하는데 올해는 손놓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12월 진행하던 삼성그룹 임원 인사가 특검 수사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현대차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삼성 뿐 아니라 롯데ㆍCJ 등도 임원 인사를 미루고 있어 법인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법인차 시장의 강자인 그랜저 판매가 연말연시 대규모 임원 인사의 탄력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그랜저 판매량은 1만5252대로 전달 대비 39%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임원용 법인차 시장 규모는 연간 약 3만대 수준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가 연 180만대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큰 비중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의 ‘별(임원)’이 타는 차란 상징성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그랜저는 출시 초기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말연시 임원 인사 직전인 지난해 11월로 출시 일정을 앞당기기까지 했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은 법인차 시장의 ‘큰 손’이다.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15년 인사에서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 등 294명을 승진 발령했다. 이 가운데 상무로 신규 선임한 197명에게 법인차를 지급했다. 기존 임원의 차량 교체 수요도 있는 만큼 현대차로선 한 번에 200대 이상 법인차를 팔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삼성은 신규 임원의 직급에 따라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상무ㆍ전무는 그랜저ㆍK7(준대형차), 부사장은 제네시스, 사장은 제네시스 EQ900ㆍ에쿠스(대형차), 부회장 이상은 수입차 등이 선택지다. 그동안 법인차 시장에서 꾸준히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린 차는 그랜저였다. 하지만 2015년엔 삼성 신임 임원 294명 중 106명이 K7, 79명이 구형 그랜저를 선택했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 부진을 타개할 주력 모델로 그랜저를 앞세우고 있다. 삼성 임원을 붙잡기 위해 신임 상무가 선택할 수 있는 ‘3000cc 이하, 4000만원 미만’ 기준에 맞춰 ‘그랜저 삼성 에디션’까지 마련했다. 2.4L 가솔린 모델에 최신 안전 기능을 묶은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 최고급 나파 가죽시트 등 다양한 고급 사양을 얹어 4000만원 미만대에 판매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5년엔 모델 노후화가 심해 신형 K7에 뒤졌지만 올해엔 풀체인지(완전변경)해 돌아온 만큼 기대가 크다. 임원 인사만 이뤄지면 법인차 수요를 싹쓸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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