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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삼성에 10년치 공문-영업기밀 요구…특검 이어 백혈병 청문회 ‘엎친 데 덮쳐’

 ‘2008년 이후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가 주고받은 공문 일체, 반도체 생산 공정과 각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종류 및 양, 반도체 부문의 하청업체 명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28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피해 청문회’ 용으로 삼성전자에 요청한 자료 중 일부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를 앞두고 17일 삼성전자에 100여 건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핵심 임원들은 주말 내내 회의를 열었다. 어떤 자료를 전달하고 전달하지 말아야 할지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전자가 이번엔 반도체 부문의 청문회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청문회는 국회 환노위가 15일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정 감사에서 영업 비밀을 이유로 자료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느냐”고 따져묻겠다는 얘기다.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을 포함해 핵심 임원들도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청했다.

특검 수사로 아수라장인 삼성전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권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을 메울 삼성전자의 총사령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국회의 출석 요청을 거부할 수도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전체가 자료 작성 및 권 부회장의 답변 준비에 매달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가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자료 도 문제다. 고용노동부와의 10년치 공문을 모두 제출하라는 요구도 지나치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도나 하청업체 목록은 영업 노하우가 드러나는 자료가 될 거란 게 업계의 주장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후발 주자들에게 들어가면 크게 도움이 될 자료들인데 왜 영업 비밀이 아니라고 분류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특히 10년간 1조 위안(약 172조원)을 들여 반도체 산업을 키우겠다고 혈안인 중국에서는 매우 입수하고 싶어하는 정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 상무는 “청문회에 제출하는 자료는 대중 공개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런 식의 청문회는 ‘기업에 대한 정치권 갑질’이라는 게 경영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한 ‘최순실 사태’와 같이 정치권 줄대기도 뿌리뽑히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 기업 경영자의 거취를 좌지우지하는 청와대는 놔두고 기업만 정경 유착을 끊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치 권력이 기업을 쥐고 흔드는 것을 법과 제도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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