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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소행 확인된 김정남 피살, 은폐는 절대 안돼

김정남 피살 사건이 예상대로 북한의 소행임을 확신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남성 용의자 5명 모두 북한인이란 건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한을 철권통치 중인 김정은이 권력을 위해서라면 형제마저 암살해 버리는 잔인무도한 괴물임이 또다시 입증된 것이다.

그간 우리는 주로 핵 위협의 시각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대응해 왔다. 심지어 과거 몇몇 정권은 세습 독재정권에 의해 북녘 땅의 동포들이 고문 당하고, 강제노동소에 끌려가고, 기관포로 사지가 날아가도 못 본 척해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해선 안된다. 배다른 형일지언정 가까운 피붙이마저 독살해버리는 독재자라면 일반인은 어떻게 다룰지는 안 봐도 뻔하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숙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하에서처럼 수십 명씩 무더기로 처형됐던 적은 없었다.

그러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동시에 김정은 정권도 압박해야 한다. 다음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될 ‘북한 인권 결의안’에도 이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우리 당국은 애써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김정은은 의붓형 김정남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넘볼 잠재 위험을 없앨 수 있을진 모르지만 국제사회 내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김정남에 호의적인 중국의 감정을 자극했을 게 분명하다. 18일 중국 당국이 유엔 대북 제재 차원에서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김정남 암살에 대한 응징 차원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는다. 이런 전략물자를 내다팔수 없게 되면 앞으로 북한 경제가 입을 타격이 얼마나 막심할지 짐작할 수 있다. 가뜩이나 고립무원(孤立無援)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이만저만한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이번처럼 반인륜적 만행으로 고립을 자초하면 북한 동포의 고난은 물론 정권의 몰락도 재촉한다는 사실을 김정은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

우리 당국은 이번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지 않도록 김정남 시신 인도 문제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정남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마땅히 존중돼야 할 인간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신은 유족들에게 넘겨지는 게 정당하다. 말레이시아 경찰 측에서도 여러차례 이같은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걱정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문제의 시신을 “북한에 넘겨주겠다”고 딴소리를 했다는 점이다. 시신 인도 문제를 놓고 말레이시아 내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당국은 김정남의 시신이 혹시라도 북한에 넘겨져 진실을 덮을 거짓과 억지에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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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