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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쓸데없는 짓을 합시다

이영희중앙SUNDAY 기자

이영희중앙SUNDAY 기자

종영 전 한 번 더 보겠다며 찾아간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사진) 상영관에서 말로만 듣던 ‘혼모노’를 만났다. 올 초 국내 개봉해 360만 명의 관객을 모은 이 영화와 함께 떠오른 신조어 ‘혼모노(本物)’란 무엇이냐. ‘진짜, 실물’이란 뜻의 일본어로, “말로만 듣던 ‘진짜’ 오타쿠(광팬)가 여기 있었네”라는 의미를 담아 사용한다.
 
앞줄에 나란히 앉은 10대로 보이는 남학생 3명이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른다. “다음 생에는 도쿄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라는 여주인공의 대사를 성우보다 더 크게 외칠 땐 귀가 멍멍. 어리둥절해 극장을 나오다 ‘합창상영’이라는 안내 문구를 발견했다. 이 작품 광팬들의 ‘만행’이 속출하자 극장에서 따로 이들만을 위해 마련한 상영회였던 것. 같이 간 친구가 감탄과 비아냥을 함께 담아 말한다. “쓸데없는 짓을 참 열심히들 하고 있네.”
 
이런 장면, 애니메이션 팬들에겐 이미 익숙하다. 3년 전 개봉한 디즈니의 ‘겨울왕국’도 주제곡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영화를 보는 ‘싱어롱(sing a long)’ 상영회를 연 적이 있다. 노래만으론 심심하지.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꿈의 라이브 프리즘스톤’의 극장판인 ‘킹 오브 프리즘’이 지난해 한국과 일본에서 개봉했을 땐 관객들이 아예 야광봉을 하나씩 들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실제 공연장에 온 것처럼 “꺄~” 비명을 지르며 화면 속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즐긴다. “자,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라는 화면 속 캐릭터의 오글오글한 대사에 관객들이 한목소리로 답한다. “뭔데~?”
 
고백하자면 요즘 ‘하이큐’라는 배구 애니메이션을 보며 내 안에도 ‘혼모노 본능’이 꿈틀댐을 알았다. 극 중 한 배구팀의 팬이 되어 “고고레츠고레츠고~” 하는 만화 속 응원 구호를 따라 외치고 있는 나. 지난 1월 ‘하이큐’ 극장판이 개봉했을 땐 관람객들이 아예 좋아하는 팀별로 나눠 앉아 실제 배구 경기를 보듯 응원하며 영화를 보는 행사도 열렸다고 한다. 아, 얼마나 신났을까. 아쉽고 아쉽도다.
 
쓸데없는 짓을 좋아한다. 도무지 쓸모없어 보이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쓸데없음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누구도 상상치 못한 기발한 무언가가 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생각한다. 꼭 뭔가 이뤄내지 못하면 어떤가. 소소한 것에서 나만의 재미를 찾아내 즐길 줄 아는 능력, ‘혼모노 정신’이 없이는 좀처럼 행복해지기 힘든 요즘이다.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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