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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춘설(春雪)

춘설(春雪)
-정지용(1902~50)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묏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토요일부터 우수 절기다. '문 열자 선뜻!/ 먼산이 이마에 차라.' 이 서느럽고 빛나는 감각은 어떤가. 동양적이라 할 고답과 절제에 서양적이라 함직한 감각의 발랄이 절묘하게 통섭되고 있다. 우수 무렵의 '철 아닌 눈'을 막간의 유쾌로 들어올리는 '핫옷(솜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의 매력적인 어깃장은 또 어떤가. 정지용은 30, 40년대 경성시단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시인 이상을 발굴했고, 청록파 시인들이 그를 거쳐 등단했으며, 해방 후 무명의 윤동주 시를 지면에 처음 소개한 것도 그였다. 정지용이 김소월·유관순과 동갑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은 놀라워한다. 흰 옷고름도 절로 향기로운 봄이다. 1939년의 시.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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