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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어쩌다 군산의 눈물까지 보게 되었나

김동호논설위원

김동호논설위원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들어선 전라북도가 시끌벅적하다.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에 따라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 방침이 세워지면서다. 계획대로 되면 협력업체까지 일자리 6000개가 졸지에 사라진다. 근로자 가족을 포함한 2만 명은 생계를 위협받고 주변 상가는 쑥대밭이 된다. 한마디로 28만 중소도시 군산 경제 전체가 초토화된다.

지금 군산에서는 기업과 지역주민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군산을 방문해 “올해 6월 이후에는 일감이 없어 도크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군산시민은 절박하다. 이달 초부터 군산 각계 인사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서울 자택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해왔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는 전북도민들이 서명한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반대 서명’이 전달됐다.

어느 쪽이든 밀리면 벼랑 끝이다. 현대중공업은 일감 없는 조선소를 운영하면 적자를 감당할 수 없고, 군산은 지역경제가 쑥대밭이 되는 걸 지켜볼 수 없다. 양측 모두 7년 전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2010년 현대중공업이 조선소를 세우자 군산은 일약 조선도시로 도약했다. 도크 1개가 전부지만 세계 최대 규모(130만t)였고 골리앗 크레인(1650t)까지 들어오면서 군산 살림을 살찌웠다. 해마다 대형 선박 12척 이상을 건조해 군산 수출의 20%, 전북 수출의 9%를 창출했다.

하지만 올 6월 도크 가동이 중단되면 메가톤급 충격이 온다. 조선소 근로자가 군산 전체 근로자의 24%에 달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크와 크레인은 녹슬고 결국 고철이 된다. 올 초 경 남 마산판 ‘말뫼의 눈물’을 군산에서도 보게 되는 것이다. 말뫼는 스웨덴의 조선도시였다. 2002년 이곳 코쿰스 조선소가 파산하자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돼 팔려나갔다. 주민들이 이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해 말뫼의 눈물이 됐다. 마산에 둥지를 틀었다가 4년 전 문 닫은 성동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은 루마니아의 조선소에 헐값에 팔려나갔다.

한국 해안의 러스트 벨트화는 심각하다. 현대중공업 도크 10개가 있는 울산도 일감이 줄면서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조선소가 집적된 부산과 거제에도 근로자가 줄줄이 짐을 싸고 있다. 조선 빅3(대우·현대·삼성)는 지난해 6713명을 감원했다. 올해는 1만4000명을 추가 감원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도 대우조선해양은 ‘4월 부도설’이 돌고 있다. 산업은행이 국민의 혈세로 지원해준 4조2000억원이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일감이 들어오지 않아서다.

대선주자들도 군산으로 달려가는 걸 보니 심각성은 알고 있는 모양이다. 이들은 군함 조기 발주(이재명 성남시장), 최소 수주물량 배정(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규 물량 우선 배정(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현대중공업과 직접 협상하는 트럼프식 해결(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별 도움이 안 된다. 표만 의식한 발언이지 근본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보여주듯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는 경영을 할 수 없다. 오죽하면 현대중공업이 2조원을 투자한 도크 가동을 중단하려고 할까. 그만큼 조선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있다는 얘기다. 일본처럼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고, 문제가 표면화되고도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해 고통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당장 고통을 겪더라도 미래에 대한 확신만 있으면 투자에 나선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조차 기업을 옥죄고 때리려고만 한다. 재벌 개혁을 한다면서 상법을 개정해 중견기업의 경영권 불안까지 야기하고 있다. 더구나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이래서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기 어렵다. 현대차·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간판 기업의 해외 공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해외 시장 접근을 위해 필요하지만 과도하면 한국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든다. 이 흐름을 막으려면 기업의 투자환경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한국판 말뫼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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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