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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동이족 후예라서 양궁에 강한가

장혜수스포츠부 부데스크

장혜수스포츠부 부데스크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동계스포츠 종목이 귀화 외국인 선수를 국가대표로 뽑았다. 이미 10여 명의 선수가 귀화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현재 귀화 절차를 진행 중이거나 추진하는 선수들까지 합치면 내년 평창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귀화선수 비율은 10%를 넘길 전망(130명 중 15명)이다. 사실 그간 하계종목에도 축구의 신의손·이성남(이상 러시아)·이싸빅(크로아티아)이나 탁구의 곽방방·당예서·석하정(이상 중국) 등 귀화선수가 있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종목 선수들이 앞다퉈 귀화하다 보니 최근 흐름이 두드러져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귀화는 그간 겨울올림픽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스키 등의 설상 종목이나 아이스하키에 몰려 있다. 실제로 한국의 역대 겨울올림픽 메달은 54개(금 26, 은 17, 동 11)인데, 모두 빙상 종목(스피드, 피겨, 쇼트트랙 스케이팅)에서 나왔다. 저변이 넓지 않아 선수를 키워 내기 어려운 현실과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귀화 외국인 선수 영입’이라는 해법으로 이어졌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수비진이 허약했던 한국은 프로축구 전남 수비수 마시엘의 귀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순혈주의’까지 앞세운 여론의 반대에 부닥쳤다. 그 시절에 비하면 귀화를 보는 시선도 많이 개방적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은 존재한다. 대놓고 반대하면 차별로 보일까 우려해서일까. 반대하는 방식도 우회적이다. 대표적인 게 “귀화선수를 통해 메달을 따는 게 우리에게 무슨 의미냐” 내지 “정말 한국이 좋아서 귀화했다면 굳이 이중국적을 유지해야 하나” 등이다. 귀화선수의 성적이 저조할 때 “이러려고 귀화까지 시켰냐”고 말하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귀화에 대한 반대심리가 깔려 있다. 이런 지적이 일견 타당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고루한 민족주의 내지 애국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외국으로 귀화한 뒤 한국을 상대로 승리한 선수들에 대해 ‘조국을 메쳤다’(유도 추성훈) 내지 ‘조국을 등졌다’(쇼트트랙 안현수)고 표현하는 것도 시점만 옮겼을 뿐이지 사실은 귀화 반대론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눈길을 끄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는 지난 2일 “한민족은 남방계 수렵 채취인과 남방계 농경민족의 피가 섞여 형성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렵채취인은 3만~4만 년 전 동남아에서 중국 동부 해안을 거쳐 극동 지역으로 들어왔고, 농경민족은 1만 년 전 같은 경로를 통해 들어왔다는 것이다. 남방이라면 지금의 동남아다. 우리 민족이 환웅과 웅녀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의 후예라거나, 몽골 벌판에서 말 달리던 동이족의 후예라는 건 적어도 신화나 전설 속 얘기란 뜻이다. 한국이 ‘동이족의 후예’라서 양궁에 강한 게 아니다.

인류학자이자 정치학자인 베네딕트 앤더슨(1936~2015) 전 코넬대 명예교수는 ‘민족이란 상상의 공동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제는 상상의 폭을 더 넓혀야 할 때다.

장혜수 스포츠부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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