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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시각각] 박근혜·문재인, 대타협으로 나라 살려라

강찬호논설위원

강찬호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한다. 이번 주 중 퇴진하는 용단을 숙고하시라. 취임 4주년인 25일이 하야일로 적절하다. 이날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구 마감일이다. 이날을 넘긴다면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향해 질주하는 헌재 기관차를 막을 길이 없다. 기각을 기대하시는가.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한철 전임 헌재 소장이 퇴임 직전 논란을 무릅쓰고 “3월 13일 전에 결정이 나야 한다”고 대놓고 말한 이유가 뭐겠는가. 헌재 재판관 2명이 기각에 손드는 사태가 생기더라도 탄핵이 통과될 수 있도록 대못질을 한 것 아닌가.

박 전 소장이 법관의 중립성을 상실했다고? 아니다. 헌정 유지의 최종 책임자로서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탄핵은 사실상 내전에 돌입한 대한민국이 정상 국가로 되살아날지, 무정부 상태로 전락할 것인지 결정할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 됐기 때문이다.

그저께 광화문과 시청앞 광장에서 따로 떨어져 열린 촛불과 태극기집회를 보라. 내전 상태가 아니고 뭔가. 태극기집회에 나와 ‘탄핵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만 보이는가. 숫자가 날로 늘고 목소리도 갈수록 커져 만족하시는가. 하지만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훨씬 많다. 직접 나온 이들뿐만 아니라, 나오지 않은 사람들 가슴에 더 많은 촛불이 켜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북도, 문사모도 아니다. 법치와 상식을 존중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대다수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뒤집기 위해 법적으로 짜낼 수 있는 묘안이란 묘안은 죄다 동원 중인 걸로 안다. 그중 일부는 먹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이성의 눈으로 보면 시대정신의 도도한 흐름을 막으려는 허망한 몸부림일 뿐이다.

안다. 억울한 마음이 왜 없겠는가. 훨씬 큰 부정을 저지른 전임자들도 탈없이 임기를 마쳤는데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과거의 잣대로 권력의 독주를 눈감아주기엔 국민들 의식이 너무나 높아졌다. 정치인은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의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란 국가이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끝까지 버티며 헌재에 맞서다 탄핵을 당한다면, 개인의 불행을 넘어 나라가 반쪽으로 갈라지는 대파국을 맞게 될 형국이다. 촛불 세력은 대통령의 구속을, 태극기 세력은 ‘반역자’ 야당에 복수를 외치며 전쟁을 개시할 것이다. 극단적 정쟁에 온 국민의 등골이 휘고, 나라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인가.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당에도 호소한다. 박 대통령의 2월 내 하야와 60일 내 대선 실시를 전제로 탄핵을 포함한 모든 사법조치 중단에 합의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일개 사인 최순실과 한몸이 돼 저지른 국정 농단 의혹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큰 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그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국민도 적지 않다. 설사 대통령이 잘못을 했더라도 탄핵을 당할 만큼 대역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 않으냐는 국민들도 있다. 박 대통령이 끝끝내 탄핵을 당해 청와대에서 쫓겨나고, 수갑 찬 죄수복 차림으로 법정에 선다면 이들은 비수에 찔린 듯한 아픔 속에 야당에 대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칠 것이다. 대선을 앞둔 야당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설사 집권한들 무엇하나. 새 대통령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못 박고 탄핵할 기회만 노리는 보수와의 대결정치로 임기를 허송하다 뭐 하나 이룬 것 없이 청와대를 떠나게 될 것이다.

답은 하나다. 박 대통령이 이달 안에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고 하야한다면, 그에 대한 모든 사법조치를 중단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여야 4당과 대선후보 전원이 합의하면 어떨가. 특히 문재인 전 대표에게 기대를 건다. 그이니까 할 수 있다. 그이니까 해야 한다. 억울한 ‘패권주의자’ 굴레에서 벗어나 ‘협치와 통합의 정치인’임을 인정받을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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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