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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세 내라 vs 말도 안된다 … 인간들 싸움 붙었다

로봇세 그래픽

로봇세 그래픽

“연봉 5만 달러(약 5700만원)를 받는 노동자는 자신의 연봉에 비례하는 소득세와 건강 보험료를 낸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만약 ‘로봇 인간’이 5만 달러어치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각종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전세계 로봇 인구

전세계 로봇 인구


로봇세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세계 최고 갑부로 꼽히는 빌 게이츠다. 게이츠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고도의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재교육뿐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노인과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로봇세가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세를 도입하면 자동화로 인한 실직 사태의 속도를 늦추고 실직자를 도울 재원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같은 날 오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는 로봇세 도입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포함한 로봇의 개발 및 확산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와 법적인 책임에 대한 문제는 입법화해야 한다”면서도 “노동자의 재훈련과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로봇세 도입에는 반대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지난달 12일 로봇에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s)’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시민법’ 제정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유럽의회는 결의안에서 “고도의 정교한 자동화 기능을 갖춘 로봇은 ‘전자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받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로봇세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세 논란 찬/반 의견

로봇세 논란 찬/반 의견


로봇세는 오는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대선 후보가 로봇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강경 좌파인 아몽은 ‘보편적 기본소득’ 실시를 주장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3000억 유로(약 367조원)를 충당하기 위해 로봇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의 불평등 분배를 다룬 『21세기 자본』의 저자 피케티도 아몽 캠프에 합류했다. 저서에서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글로벌 자본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 피케티와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긴 인간을 돕기 위해 로봇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아몽의 주장은 일맥상통한다.
세계 주요 국가의 로봇 사용 현황

세계 주요 국가의 로봇 사용 현황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18일 ‘빌 게이츠의 이상한 아이디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봇세에 대한 게이츠의 주장은 나쁘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포춘지는 “우리가 인간 노동자의 수입에 세금을 물릴지언정 노동자가 생산한 물건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며 “생산한 물건에 대한 세금은 이 물건을 사는 사람이 내는 소비세로 해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분야별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

산업 분야별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


또 로봇세가 로봇과 관련한 첨단 기술 발전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은 로봇세가 도입되지 않은 국가로 공장 시설을 옮길 가능성도 크다. 한국 국회에서도 지난해 비슷한 논의가 진행된 적이 있다. 국회 입법연구모임인 ‘어젠다 2050’은 지난해 6월 “노동시장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설비와 인공지능(AI)에 대해 세금을 물리자”며 ‘기계 과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어젠다 2050의 대표인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은 “AI로 인한 인간의 소득 상실을 어떻게 보전할지에 대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로봇이 아닌 중앙처리장치(CPU) 용량 단위를 과세 표준으로 잡자”는 구체적인 주장을 내놨다.

로봇세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로봇으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가 머지 않은 미래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16년 현재 국내에선 총 4만 대의 로봇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중국(9만 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국제로봇연맹은 “2019년에는 중국에서 16만 대, 한국과 미국은 각각 4만6000대의 로봇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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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