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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희귀병 진단 어려워…특성화센터·지역거점병원 찾아가라

가수 윤종신, 타이거 JK, 박승일 전 농구코치, 스티븐 호킹 박사…. 이들은 모두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흔치 않은 질환이지만 환자 수는 적잖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 국내에만 71만여 명이 존재한다. 어느 나라나 전 인구의 10%정도가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고 보면 된다. 희귀질환에 걸리면 환자나 보호자는 속수무책이다. 치료는 고사하고 병명을 아는 것조차 쉽지 않다. 누구나 언제든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세계 희귀질환의 날’(28일)을 맞아 희귀질환에 대처하는 가이드를 조명한다.
가족력 없어도 걸릴 수 있어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드문 질환’이다. 환자가 2만 명이 안 되는 질병을 희귀질환으로 분류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견된 희귀질환은 8000여 가지에 이른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의 기능 여부가 질병 발생에 중요하지만, 딱히 가족력이 없어도 돌연변이에 의해 희귀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신촌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임상유전과 이진성 교수는 “열성 유전인 경우 희귀질환 유전자가 있어도 발현되지 않는 경우(보인자)가 많다”며 “조상 대대로 없다가 나한테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희귀질환 환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진단을 받기가 어렵다. 이 교수는 “희귀질환 환자가 발병 후 질병을 진단받기까지 평균 5.6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전하는 진료과도 수십 개에 이른다. 진료 시스템에서 미아가 되는 셈이다.

진단받기 어려운 데는 의료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현대의학은 미시(微視) 의학이다. 진료과목마다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어 의료진은 전공하지 않은 질환에 대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 ‘문제가 없다’고 하거나 ‘마음의 병’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과잉 진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적극적인 검사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명의보다 환자에 관심 많은 의사 찾아가야
진단을 좀 더 빨리 받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 우선 동네 병원에서는 명의보다 설명 잘하는 의사, 또는 환자에게 관심이 많은 의사를 찾는 게 좋다. 의사가 희귀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증상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수많은 논문과 보고를 검토해야 한다. 그래도 밝혀지지 않는 부분은 다른 과 의사에게라도 물어보며 진단명을 찾으려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중곤 교수는 “처음에 의지가 있는 의사를 만난 환자는 보다 빨리 진단을 받게 된다”며 “그렇지 않은 환자는 더 많은 시간 동안 갈피를 못 잡게 된다”고 말했다.

해당 증상에 대한 전문 과를 찾아가는것도 좋지만 가정의학과나 통합의학과처럼 전반적인 것을 보는 진료과를 찾아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전문의는 습관적으로 희귀질환에 대한 의심 대신 일반적인 진단을 내릴 수도 있다.

동네 병원에서 진단명을 확인할 수 없다면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봐야 한다. 희귀질환에 대한 특성화센터가 개설된 곳을 찾아가면 좋다.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 신촌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임상유전과,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아주대병원 유전학클리닉,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근육계희귀난치성질환센터 등이 희귀질환을 중점적으로 본다. 경희대병원에는 특이증상클리닉이 있어 희귀 증상에 대한 진단명을 받는 데 도움을 준다.
 
희귀질환 진단 받으면 의료비 지원
지방에 있는 환자는 거점 병원을 이용해 보면 좋다. 화순전남대·칠곡경북대·인제대부산백병원·충남대병원에는 ‘희귀질환센터’가 개설돼 있다. 과 별로 희귀질환 전문의들이 배치돼 보다 쉽게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센터 전담 간호사가 의심되는 희귀질환에 대한 혈액검사와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화순전남대병원 희귀질환센터 이화윤 간호사는 “국가에서 지원을 지정한 희귀질환인 경우 진단 비용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희귀질환으로 진단받으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처음에 희귀질환 진단을 받으면 어떻게 의료비를 지원받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국가에서 운영하는 ‘희귀질환 헬프라인(helpline.nih.go.kr)’에 들어가 보면 진단명별 보험 적용 여부, 보험 적용받는 법, 신청 절차 등을 상세히 안내한다”고 말했다.

이곳은 질환에 대한 정보,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전문 병원 리스트도 제공한다(문의 043-719-8686). 질병관리본부 심혈관 희귀질환과 박현영 과장은 “정부는 현재 134종의 희귀질환에 대해 의료비를 지원한다”며 “일부 질환자에게는 간병비, 치료보조기구 대여, 특수 식이 구입비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환자는 ‘한국 희귀·난치성 질환 연합회 쉼터’를 이용해 볼 만하다. 신체가 불편한 환자가 편하게 숙박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음악·미술·언어·동작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호자를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 김중곤 교수는 “정부가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지원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치료 약물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10%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국가와 제약회사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원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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