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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반짝이 재질, 코팅, 강한 향…이런 학용품엔 유해물질

필통·가방 같은 학용품은 안전 사각지대다. 해마다 환경호르몬·중금속이 기준치의 수십 배에 달하는 불량 학용품이 적발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법을 강화해 지난해 6월부터 유통되는 모든 어린이(만 13세 이하) 용품에 KC 마크를 의무화했다. 유해물질 기준을 강화하고 대상 품목을 확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건강을 챙기는 건 소비자의 몫이다. 새 학기 학용품을 고를 땐 깐깐하게 따져봐야 한다.

 
학용품은 아이들이 매일같이 쓰는 물건인 데다 입에 물거나 손을 빠는 습관 탓에 유해물질이 구강을 통해 체내로 바로 흡수된다. 게다가 신체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는 유해물질에 대항하는 방어력도 약해 문제다. 서울대어린이병원 김붕년(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독성물질이 뇌 안의 척수액과 연결되지 못하도록 막는 일종의 방어막(혈액 뇌 장벽)이 있는데 나이가 어릴 땐 충분히 발달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어릴수록 낮은 농도의 독성물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뇌신경 발달 방해하는 프탈레이트
PVC(폴리염화비닐)를 부드럽게 하는 화학첨가제로 사용되는 프탈레이트는 학용품에 함유된 대표적인 유해물질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체내에 흡수된 프탈레이트는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것처럼 위장해 활동한다”고 말했다. 프탈레이트가 뇌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동안 진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도파민은 주의력과 관련이 깊은 신경전달물질이다.

아이들의 주의력과 체내 프탈레이트 농도 간의 상관관계는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소변에서 검출되는 프탈레이트 농도가 높을수록 ADHD 어린이의 행동이 더 공격적이고,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로 촬영한 대뇌피질의 두께도 더 얇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신경세포가 밀집해 있는 대뇌피질의 두께는 뇌 발달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될 만큼 뇌 발달과 직결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관련 학계에서는 프탈레이트가 뇌신경 세포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 자체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학용품에서 빈번히 검출되는 납·카드뮴·수은은 지능이나 신경계통 발달을 방해하는 물질이다. 한편 니켈은 호흡기와 피부를 자극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 김 교수는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은 제품에 더 이상 노출되지 않으면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사라지는 반면, 중금속은 한 번만 노출돼도 몸 안에 쌓여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시중엔 여전히 유해물질 범벅인 학용품이 버젓이 팔린다.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유통되고 있는 학용품을 조사했는데 프탈레이트와 납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지우개와 연필 등 문구 세트가 다수 적발됐다. 소비자 단체 조사에서는 리코더 케이스, 색연필 케이스에서 기준치의 200배가 넘는 프탈레이트가 검출되기도 했다.
 
어린이 제품법에 따른 KC 마크 확인
안전한 학용품을 고르려면 먼저 KC 마크를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6월부터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어린이용 제품은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어린이 제품법)’에 따라 중금속과 프탈레이트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은 뒤 KC 마크를 부착해야 한다. 그런데 시중에는 이런 확인을 받지 않은 제품도 여전히 유통된다. 법 개정 이전에 생산돼 법 적용을 받지 않던 재고 물품이 그대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 박수미 사무국장은 “과거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라 크기와 형태 같은 물리적인 안전요건만 충족할 뿐 환경호르몬·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에 대해선 검증받지 않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KC 마크를 볼 때 어린이 제품법에 따른 것이란 문구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용품의 재질과 색상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상을 내는 안료에는 납·카드뮴 같은 중금속 물질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눈을 즐겁게 하는 제품일수록 건강에는 해가 될 수 있다. 공책 표지는 비닐 코팅이 되지 않은 것을 고른다. 비닐 코팅은 가소제가 있는 PVC일 가능성이 크다. 향기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지우개나 연필에 향을 내는 향료엔 독성 물질이 있을 수 있다. 가급적 향기가 강한 것도 피하는 게 좋다.

글=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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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