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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맛집] ⑥ 청도 한재미나리 - 미나리에 올린 삼겹살 한입에 "봄이로구나"

 

 

 미나리의 연둣빛이 싱그러운 봄기운을 불러 온다.

미나리의 연둣빛이 싱그러운 봄기운을 불러 온다.

 
 
봄은 맛으로 온다. 들에 돋는 냉이며 쑥이며, 바다에서 걷어 올리는 도다리며 참돔이며, 봄은 실로 입안에 침이 고이는 계절이다. 누구는 개나리·벚꽃이 피어야 봄이 왔다고 하지만, 내게 봄의 전령은 따로 있다. 쑥·달래·냉이 같은 여느 봄나물보다 앞서 식탁에 오르는 미나리다.
 
 
한재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박진동 강옥순 부부.

한재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박진동 강옥순 부부.

 
해마다 2월 미나리 수확 때가 되면 절로 눈이 가는 마을이 있다. 미나리 생산지로 유명한 경북 청도 한재다. 한재는 경북 청도군 초현리, 음지리, 평양 1·2리, 상리 일대를 통칭하는 지명이다. 이 지역에서 난 미나리는 ‘한재 미나리’로 따로 부를 만큼 상품이다. 한재미나리는 일반 미나리보다 줄기가 꽉 차게 여물고, 향도 짙어 가격이 곱절이다.
 
 
한재미나리를 다듬는 모습.

한재미나리를 다듬는 모습.

 
한재에선 1980년대부터 미나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200여 농가가 한 해 생산하는 미나리 양이 2000t에 달한다. 가위 ‘미나리의, 미나리에 의한, 미나리를 위한’ 마을이라 하겠다. 미나리를 수확하는 한재 마을의 봄 풍경은 독특하다. 미나리 수확 철에는 대구·부산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손님이 몰려온다. 관광버스까지 대절하고 주말이면 길이 막힐 정도다. 조용한 농촌 마을에 사람을 불러 모으는 동력은 딱 하나. 갓 수확해서 싱그러운 한재미나리 맛이다. 한재 미나리 농가 중 30~40곳은 하우스 문을 활짝 개방하고 미나리를 만나러 온 식객을 적극 유치한다.
 
그중에서도 청도군 청도읍 음지리 1-1번지에서 미나리 재배를 하고 있는 박진동(010-6828-0357)씨 농가에 특히 사람이 붐빈다. 2005년부터 미나리를 재배해 온 박씨와 아내 강옥순씨의 단골들이다. 박씨는 미나리 하우스 옆에 널찍한 시식코너를 따로 만들어 놨는데, 50~60명이 넉넉히 앉을 만한 자리다.
 
 
한재미나리와 궁합이 잘 맞는 삼겹살.

한재미나리와 궁합이 잘 맞는 삼겹살.

 
미나리는 즉석에서 살 수 있다. 한재에선 집집마다 미나리 가격을 통일하는데, 올해는 1㎏에 1만원을 받는다. 농가는 ‘음식점’이 아니라 음식을 주문할 수 없다. 그래서 식객은 먹을거리를 손수 준비해 온다. 미나리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삼겹살이 필수품이다. 5000원을 내면 불판·접시·가스버너·쌈장 등을 빌려준다. 봄철 박진동씨 농가의 시식코너는 삼겹살 굽는 냄새로 진동한다.
 
“자, 미나리를 둘둘 말아 삼겹살·마늘·고추를 차례대로 올리세요.”
 
 
미나리 삼겹살 쌈.

미나리 삼겹살 쌈.

 
시식코너에 모인 사람들은 강옥순씨의 시범에 따라 미나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접는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과 미나리를 한입에 꿀떡 삼키면 그만이다. 이게 바로 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한재미나리 삼겹살 쌈’이다. 시금치보다 굵은 미나리 줄기는 상추만큼 부드럽게 씹힌다. 씹으면 씹을수록 상큼한 향이 배어들어 고기 맛을 한껏 돋운다. 삼겹살을 먹고 난 다음 기름이 남아있는 불판에 송송 썬 미나리를 넣고 밥을 볶아 먹는 것도 별미다. 봄 처녀 마음처럼 울렁거리게 만드는 맛일 게 분명하다.
 
한재미나리는 2월 초부터 4월 말까지 맛볼 수 있다. 5월을 넘기면 미나리가 질겨지기 때문에 영농조합이 자체적으로 생산을 금지한다. 한재미나리가 일반 미나리보다 맛과 향이 뛰어난 이유에 대해 박진동씨는 “한재는 땅이 특별하다”고 말한다. 한재 일대 땅이 배수가 잘 되는 화산암으로 이뤄져 일부러 물을 갈아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된단다. 고여 있는 물에서 자라는 미나리보다 한재미나리 줄기가 꽉 차게 여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도 특별하다. 한재미나리 농가는 관정(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수리시설)을 하고 지하수를 끌어 쓴다.

 
경북 청도 한재미나리 단지

경북 청도 한재미나리 단지

 
그런데 지하수 온도가 한겨울에도 10도가 넘고, 높을 때는 32도까지 올라간다. 한재미나리 비닐하우스에 보일러 시설이 없는 까닭이다. 강옥순씨는 “보일러를 떼지 않아 미나리가 매연에 오염될 염려도 없고, 물을 댄 밭에 도롱뇽이 서식할 정도로 지하수가 깨끗하다”고 자랑한다. 한재미나리는 한재의 청정한 자연이 빚은 먹거리임이 틀림없다. 싱그러운 미나리 맛보러 봄 마중 나서고 싶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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