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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국정교과서 막은 오상고 학생들, 3시간 30분 ‘운동장 시위’의 기록

 

 

 

 

2월 16일 오후 1시30분, 경북 구미 오상고 운동장에 1학년 학생 20여 명이 나란히 섰다. 학생들이 바람을 맞으며 들어올린 종이에는 ‘국정교과서 철회’, ‘당신의 교과서는?’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1학년보다 보충수업을 늦게 마친 2학년들이 오후 3시부터 합류하며 150명 넘는 학생들이 목소리를 모았다.

“국정교과서 철회하라”
“누굴 위한 교육인가”

이번 집회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 아니었다고 참여했던 학생들은 증언했다. 학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 학교를 신청했다는 소식도 방송 뉴스나 포털사이트, SNS 등을 통해 제각각 알게 됐다고 했다.
 

소식을 접한 1학년 여학생 사이에서 뭐든 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돌았다. 집회 계획이 알음알음 퍼져나갔고, 서로의 의견을 확인한 학생들은 그날 바로 실천에 옮겼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손푯말과 대자보를 쓰고, 바로 운동장에 나갔다. 1학년 A군은 “부담감 때문에 참여를 망설이던 학생들도 몇몇 있었지만, 보충수업에 나왔던 학생들 대부분이 합류했다”고 말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입학식 때, 우리는 이제부터 ‘오상교육가족’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족은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의논하여 결정하는 집단입니다. …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은 학생들이 주체적인 역사의식을 확립하고 입시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 교장선생님과 재단 이사님들께서도 저희 ‘오상교육가족’의 의견을 들어주시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부디 오상의 71년 역사가 부끄럽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을 해주십시오!”
- 오상고 국정교과서 채택 반대 집회 대자보 내용

2학년들의 합류로 규모가 확대된 뒤 1시간 동안 구호를 외친 학생들은 오후 4시쯤 교내 행진을 시작했다. 구호를 외치며 교장실 앞을 지나는 길을 포함해 교내를 크게 도는 행진이었다. 구호와 행진은 역사동아리에서 이끌었다. 교무실에서 교원 회의가 열리고 있던 시간이었다.

 

 

 

집회에 참여한 2학년 B군은 “(시위를 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꼭 좋은 방향으로 바뀔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기대대로 오후 5시가 조금 넘었을 때, 행진을 마친 학생들에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소식이 전해졌다.
 

회의를 끝내고 나온 교사가 결정된 내용을 전하자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기원 오상고 교장은 전체 교원 회의에서 “이렇게 파장이 클 줄 몰랐다”고 철회 결정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철회 결정을 듣고) 모두 환호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교내 집회는 요구한 바를 이루면서 이렇게 마무리됐다.

“학생이라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함께했어요. 막상 결과를 듣고 나서는 마음과 뜻을 모아 잘못된 것을 고치고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게 진짜로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2학년 C군)

“작은 노력들이지만 그것들을 모아서 큰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희 어머니께서도 대견하다고 해주시더라고요.” (2학년 D군)

오상고에 이어 17일 영주 경북항공고도 신청을 철회함으로써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심의 대상 학교는 경산 문명고만 남았다.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제공=오상고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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