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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충전소] IoT 심은 스마트 배트·라켓 … 스포츠도 4차 산업혁명 중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스포츠 분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모든 사물과 기계, 산업이 연결되고 융합하는 ‘메가 컨버전스(mega convergence)’의 거대 물결이 스포츠에도 넘실대고 있다.

빅데이터 이용해 선수들 기록 높여
생중계도 증강현실로 업그레이드
농구·럭비 룰 접목하는 축구처럼
이종 융합으로 새 가능성 열기도

지난달 18일 마르코 판 바스턴(네덜란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개발위원장은 독일 ‘스포르트빌트’와의 인터뷰에서 FIFA가 추진 중인 축구 경기 규칙 변경안을 처음 공개했다. 전·후반제 대신 쿼터제(1~4쿼터)로 경기를 진행하는 방안, 교체선수 숫자의 확대, 10분간 퇴장(오렌지 카드)제 도입 등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심지어 “수비축구가 흥미를 떨어뜨린다”며 오프사이드제 폐지까지 제안했다.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FIFA가 변화를 밀어붙이려는 건 ‘재미’를 위해서다. 축구의 재미는 골인데, 골을 방해하는 수비축구를 바꾸려면 규정을 대폭 손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미는 돈과 직결된다. FIFA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재밌는 경기’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다른 종목의 경기 규칙 중 도움이 되는 걸 골라 적용하는 ‘이종교배’를 선택했다.

대표적인 게 쿼터제 도입이다. 쿼터제는 기존 전·후반제보다 TV 중계에서 광고 기회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와 프로풋볼(NFL)은 쿼터제를 도입해 성공했다. 원래 농구나 럭비는 전·후반제였다. 오렌지 카드 제도는 럭비에서 따온 규정이다. 아이스하키와 핸드볼에도 ‘2분간 퇴장’ 규정이 있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유도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오프사이드 폐지도 이미 이를 실시한 필드하키를 참고했다. FIFA는 ‘드리블 후 슈팅’이라는 새로운 승부차기 방식도 거론했는데, 이는 퍽을 몰고 와 슛을 하는 아이스하키의 페널티슛아웃과 비슷하다.

이종 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건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 이다. 사실 여러 종목의 특징을 합쳐 새로운 스포츠를 만들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각 종목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상업적 효과도 미미해 주류 스포츠로 발전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스포츠의 탄생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 시도가 많아졌다. 축구와 골프가 결합한 ‘풋골프’가 대표적 사례다. 풋골프는 골프공 대신 축구공을 홀에 차 넣는 경기다. 기본적으로 골프 규칙을 따르지만 플레이 형태는 축구에 가깝다. 이미 국제풋골프협회(FIFG)가 조직됐고, 30여 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도 매년 열린다. 주요 골프 대회에 앞서 풋골프 시범경기가 열리기도 한다. 골프계는 풋골프가 골프장 수익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골프 인구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골프장에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상건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는 “스포츠 종목 간 융합을 거듭하면서 상상에 머물렀던 스포츠가 탄생할 수도 있다. 또 기술과 결합한 드론레이싱, 퀴디치(소설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빗자루 폴로 게임) 등도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다. 관점에 따라 스포츠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교배는 기존 스포츠 종목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 유도는 금메달 3개 등 12개(은 1개, 동 8개)의 메달을 땄다. 일본 선수들은 몽골·브라질·러시아 등 세계를 돌며 레슬링·주짓수·삼보 등 전통무술을 익혔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 각 종목에서 따온 새로운 기술로 상대를 무너뜨린 것이다. 격렬한 몸싸움이 필수인 럭비 선수들은 비시즌 동안 레슬링이나 유도 훈련을 빼놓지 않는다.

아직은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다른 종목들 간의 대결도 흥미를 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육상 단거리 국가대표 김국영(26)이 자동차와 달리기 대결을 펼쳤다. 복싱에서 진화한 종합격투기(UFC)는 다른 격투 종목의 장점을 흡수해 40억 달러(약 4조6000억원·2016년 매각 금액)의 가치를 창출해 낸 이종교배의 성공 사례다. 최근에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UFC 챔피언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대결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두 선수의 설전은 대전료 비교로 번져 종목 간 자존심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립이 격화될수록 상업적 가치는 치솟는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지난해 3월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의 상징적인 이벤트가 열렸다.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34)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 간 대국이었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이 대국을 지켜봤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기계)이 인간을 넘어설지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관전했다. 알파고는 스포츠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기계도 스포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첫 사례였다.
 
◆기술과 스포츠의 결합
스포츠산업은 4차 산업혁명 덕분에 영역과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스포츠가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상건 교수는 이를 두고 “엘도라도(황금의 땅)가 열린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선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45)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언더아머는 세계 3위의 스포츠용품·의류 브랜드다. IT업체들의 신기술 및 신제품 경연장인 CES에서 스포츠 브랜드가 전면에 등장한 것부터 눈길을 끌었다. 플랭크 회장은 스마트 신발·스마트 잠옷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스포츠용품을 소개하며 “언더아머를 디지털 회사로 키우겠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삼성과 애플”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LA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강타자 마이크 트라우트(26) 등이 사용하는 스마트 배트는 스윙의 속도·궤적·각도 등을 손쉽게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같은 기술을 적용한 골프·소프트볼·테니스 관련 제품들도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도 스포츠 분야의 ‘뜨는 기술’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인 독일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인 SAP가 개발한 ‘매치 인사이트’라는 분석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매치 인사이트’는 선수 몸에 달린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한 뒤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기록 및 영상과 결합한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태블릿PC 등을 통해 선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야구산업의 틀도 바꾸고 있다. 일부 MLB 구단은 수천만 달러 몸값의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그보다 저렴한 분석 시스템의 개발과 관련 장비 도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상현실(VR) 또는 증강현실(AR) 기술은 스포츠 중계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NFL 결승전인 수퍼보울, MLB 결승전인 월드시리즈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골드만삭스는 가상현실 생중계 시장의 경우 2025년에는 41억 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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