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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의 긴가민가] 사진대통령 권혁재의 방


권혁재는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인데 대한민국에서 젤루 무서운 형아다.

번쩍거리는 세단 뒷자리에 타고 다니는 할배도, 직원들한테 구십 도로 절을 받는 아자씨도, 내가 왕년에 말야 어쩌구저쩌구 하며 구시렁거리는 아재도, 다들 떠받들어주니까 목에 기브스하고 다니는 언냐도, 심지어는 동네를 쓸고 다니는 어깨 횽아도 꼼짝 못한다.

하여튼 아무리 거들먹거리고 유세를 떠는 자라도 혁재 형아야 앞에서는 5분 뒤에 다리가 풀리기 시작하고 14분이 지나면 주저앉는다. 그리고부터는 영혼마저 증발해버려 뭐든 시키는 대로 한다.
 
- 앉아, 일어서, 일어서, 앉아, 동작 보소,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어쭈구리 그 밖에 몬 하나, 미소, 눈물, 밤새고 싶나, 다시 한다, 앉아, 일어서…
 
그렇게 한바탕 구르다보면 대대손손 가보가 될 작품이 나오니 고문당하면서도 다들 낄낄대며 신나게 논다.

이 그림은 혁재 형아야가 사진을 찍는 작업실이다. 어디에 있는지는 비밀. 출장서비스도 많이 뛰지만 찍히고 싶은 언냐아재들이 문턱이 닳도록 제 발로 찾아온다. 구석구석 촬영에 쓰는 연장들이 널려있는데, 구멍 세 개 뚫린 빨간 벽돌은 왜 굴러다니는지 물어볼까하다고 뭔가 무서운데 쓰는 것 같아서 모른 척 했다. 방 가운데를 2층 높이의 철판이 가로지르는데 중간이 뻥 뚫려있다. 벽에 붙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이 구멍으로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다.

저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컴퓨터를 운전하고 있는 꽁지머리가 형아야다. 손전화기 두 대를 쓰기에 하나는 혹시 대포폰이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혼날까봐 또 안 물어봤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진대통령이 컴퓨터를 이삿짐 나르는 손수레에 올려놓고 쓰고 있지 뭐냐. 그러니 언냐아재들아 처지 곤란한 책상 한 사발 투척해주시면 원수는 두고두고 갚겠다.

스케치하는데 사진 찍을 손님들이 온다고 했다. 쫓아내며 불쌍해보였는지 책 세권을 내밀었다. <신영복과의 대화-손잡고 더불어> <신영복 유고-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만약 마음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백성호 중앙일보 기자가 씀>. 보니까 세권 다 형아야의 영롱한 사진들이 박혀있다.
 
- 수구리, 쪼개, 찡그리, 아까맹쿠로, …

형아야는 손님들 데리구 또 이러며 놀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되게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니 장호왕 짤라 사줄게 나랑 일 바꿔하자. 내가 사진 찍을 테니 형아야는 그림 그리고 글이나 써라. 싫어? 그럼 소맥 말아줄게.

작업실에 다녀간 숱한 자 중에 젤루 쓸 만한 물건이 누군겨, 라고 물어보니
 
-그런 게 어딨노. 다 소중하지.
 
으리의 혁재, 가오의 혁재. 이러니 삼백오십 년을 더 공부해도 삽자루는 혁재 형아야 발뒷꿈치라도 따라갈까 말까다.
 
(*위의 사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 사실로 믿고 책임지라고 하면 나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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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