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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향해 ‘너에게로 또다시’ … 남북 스피커만 요란

폐쇄 1년 된 ‘남북협력의 상징’
지난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한 지 10일로 1년을 맞았다. 123개의 기업이 가동 중이던 개성공단은 정적이 감돌았다. [도라산=장진영 기자]

지난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한 지 10일로 1년을 맞았다. 123개의 기업이 가동 중이던 개성공단은 정적이 감돌았다. [도라산=장진영 기자]

개성공단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휴전선 인근의 경기도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울리고 있었다. 지난 7일 오후 2시10분. 휴전선을 향해 있는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가수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너에게로 또다시 돌아오기까지가/왜 이리 힘들었을까~.” 남의 일 같지 않은 노랫말이었다. 노래 중간중간 북쪽에서도 ‘웅~웅~’ 하는 소리가 실려 왔다. 북쪽이 튼 ‘맞불방송’이었다. 군 관리관은 “한국군이 대북 방송을 실시하자 북한도 주민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대응 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 기업 관계자와 차량들이 오가던 남북출입사무소 차량 출입구는 차단벽이 설치된 채 막혀 있다. [도라산=장진영 기자]

한국 측 기업 관계자와 차량들이 오가던 남북출입사무소 차량 출입구는 차단벽이 설치된 채 막혀 있다. [도라산=장진영 기자]

군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방문이 가능한 도라산전망대~개성공단의 관문 남북출입사무소(CIQ)~도라산역을 7일 다녀왔다. 개성공단은 10일로 폐쇄 1년째를 맞는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은 1년 새 남북 소리전쟁의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방송을 진행했다. 20㎞까지 전달되는 한국군의 방송은 전망대에서 1.5㎞ 떨어진 북한군 최전방 초소(OP) 장병들은 물론이고, 개성공단(직선거리 5.4㎞)과 개성시내(7㎞)까지 방송 이 들린다. 그러자 북한도 방송으로 맞대응해 왔다. 하지만 북한군의 방송은 출력이 약해 웅웅 하는 소음으로만 들릴 뿐이었다.

#자동차 붐비던 도로 인근엔 소달구지만
북한 주민이 소달구지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도라산=장진영 기자]

북한 주민이 소달구지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도라산=장진영 기자]

도라산 전망대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개성공단의 전경은 여전히 그럴싸했다. 하지만 망원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공단에는 인기척조차 찾을 수 없었다. 오후에 잠깐씩 나와 체조를 하던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은 물론 볼 수 없었다. 근로자들을 태우고 수시로 움직이던 버스 250여 대는 주차장에 방치돼 있었다. 활기차던 개성공단 인근 역시 들불 연기와 소달구지를 몰고 가는 북한 주민들 수 명이 눈에 띌 뿐이었다. 휴전선을 가로질러 남북을 잇는 도로에서 장관을 연출하던 차량행렬은 옛얘기가 됐다. 지난해 4월부터 이곳에서 근무 중인 군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이동이 없다 보니 겨울에 눈이 와도 도로의 제설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남북 마을 외벽 리모델링 경쟁까지

개성공단 오른쪽으로 망원경을 돌리자 북한의 선전마을이 보였다. 과거 회색빛이었던 13채의 집들이 밝은 연두색으로 바뀌었다. 군 관계자는 “휴전선 이남의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에서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하자 북한도 마을 건물들의 외벽을 다시 칠하는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너머 개성 시내 회색빛 아파트들도 분홍색으로 갈아 씌웠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10월 개성 외곽의 자남산 등성이에 금색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새로 설치했다. 정부 당국자는 “공단을 닫아도 체제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성공단에 전력 공급도 끊었다. 중단 이전에는 가로등은 물론이고 야간 작업을 하느라 공장의 불빛이 꺼지지 않았다. 공단은 인공위성에도 찍힐 정도의 불야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암흑천지가 됐다.

#눈에 쌍심지를 켰던 북한 군인들은 느긋
도라산전망대에서 1.5㎞ 떨어져 있는 북한군 초소. [도라산=장진영 기자]

도라산전망대에서 1.5㎞ 떨어져 있는 북한군 초소. [도라산=장진영 기자]

개성공단이 전방에 있다 보니 공단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병사들은 한국 기업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곤 했다. 남측 차량들이 오갈 때면 사진촬영을 하는지,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하는지 관찰하는 게 주된 업무 중 하나였다. 그래서 항상 긴장을 유지한 상태였다. 그러나 망원경 속 북한 군인들의 표정에는 무료함이 역력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남측을 무심하게 바라보거나, 짝다리를 짚고 선 군인도 있었다. 군 관계자는 “전방에선 항상 총을 소지하고 있는 게 기본인데도 초소 밖에 총을 세워두고 경비를 서는 북한 군인도 있다”고 전했다.

남북출입사무소는 말 그대로 개점 휴업상태였다. 차량들이 드나들던 톨게이트에는 아예 차단통이 놓여 있었다. 출입 수속 및 검색을 하던 장소는 실내등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을씨년스러웠다.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역대 정부들이 (모두 공단을) 유지해왔다”며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원기선 남북출입사무소장은 “통일부를 비롯해 한때 10여 개 부처 100여 명에 이르던 직원들도 절반으로 줄었다”며 “비상체제만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 1500명 안팎의 공단 출입객 심사를 하던 ‘남북 대화와 협력의 상징’ CIQ가 외국인들만 가끔씩 찾는 외딴 관광지가 되고 말았다.

도라산=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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