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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프레임 선점하라 … 상대방 링에서 싸우면 필패

“반기문의 낙마는 프레임 전쟁에서 ‘정권교체’가 ‘정치교체’에 완승을 거뒀다는 의미다.”(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

전문가의 프레임 전쟁 승리비결 4

프레임 전쟁 2라운드다. 프레임(frame)이란 원래 “사고의 틀이자 생각의 출발 지점”이라는 뜻의 학술용어지만 “권력을 잡으려는 자, 프레임을 잡아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일반화됐다. 씨름판의 샅바 싸움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짜려는 프레임 대결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화두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잠룡들은 다양한 합종연횡과 더불어 ‘정권교체 그 이상’의 프레임을 제시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대세론(문재인), 시대교체(안희정), 개혁완수(이재명), 미래혁명(안철수) 등이 등장하는 이유다. 과연 2차 프레임 대전에서 주도권은 누가 쥐게 될까. 무엇보다 프레임 전쟁 승리를 위한 묘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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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먼저 전장을 만들라

남의 이슈 반박만 하다간 끌려가
엎어치기 자신 없으면 무시해야
[1] 선점하라=프레임 이론이 세계적으로 전파된 건 미국의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76)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가 2004년 출간되면서다. 민주당 지지자인 그는 진보세력이 선거에서 패하는 원인을 분석하면서 “공화당이 제시하는 이슈에 반박할수록 그 프레임에 빠져든다”고 주장해 반향을 일으켰다.

이처럼 프레임 전쟁에선 선제공격이 최선이다. 전장(戰場)에서 어떻게 싸우느냐보다 누가 전장을 먼저 만들었느냐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예는 2011년, 야권의 전면 무상급식론이다. 여권이 “선별적으로 실시해야” “포퓰리즘”이라고 반격해 봤자 무상급식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동훈 전 배재대 교수는 “엎어치기할 자신이 없으면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고 전했다.

임동욱 교수는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론에 대해 야권 내에서 집중포화를 쏘고 있지만 그게 안 지사의 ‘포용 리더십’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공격할수록 오히려 늪에 빠지는 게 프레임”이라고 진단했다.
 
추가 설명 필요없는 쉬운 말로
‘정치교체’ 같은 구호는 막연해
듣자마자 무릎치게 만들어라

 
[2] 함축하라=프레임 이론 저변엔 ‘인간은 오류투성이’라는 사고가 스며 있다. 이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이는 미국 프린스턴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캐너먼(Daniel Kahneman·83) 교수다. 그는 1984년 600명을 대상으로 “특정 지역에 질병이 몰아닥쳤다. 프로그램 A를 실시하면 200명을 살리고, B를 하면 사망 확률이 3분의 2다. 무엇을 택하겠나”라고 묻는 실험을 했다. 표현을 달리했을 뿐 둘 중 어느 것을 택해도 결과는 같다. 하지만 참가자 중 78%가 A를 골랐다. 인간의 ‘손실 혐오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는 “80년대 뇌과학 연구 결과 인간은 인지적으로 게으르다는 것이 판명났다. 최소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일상생활을 영유하고자 한다. 새로운 정보가 유입될 때 일일이 따지기보다 기존 사고에 넣었다가 별 거부반응이 없으면 바로 통과시킨다”고 말했다. 가장 효율적인 사고 처리 도구가 프레임이라는 얘기다.

경쟁력이 있는 프레임은 듣자마자 무릎을 치게 만든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면 낙제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치교체’ 프레임은 누가, 어디까지, 무엇을 등의 2차 설명을 요한다. 강력한 프레임이 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편을 한 방향으로 모아라
‘권선징악’식 구도가 먹히는 이유
건강한 토론 없애는 부작용 문제
[3] 결집하라=19세기 후반 프랑스 사상가 귀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1841∼1931)은 저서 『군중 심리』에서 “군중의 모든 감정과 행동은 감염력을 지녔다”고 명시했다. 이처럼 감정은 프레임의 가속력을 높이는 동력이다. 특히 ‘우리’와 ‘타자’로 나뉠 때, 그중에서도 ‘타자’를 정의롭지 못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배제시킬 때 효과는 배가된다. 이동훈 교수는 “이른바 정권심판론은 권선징악의 신화 구조와 맥을 같이한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집력을 끌어올리는 와중에 여러 복잡한 요소 중 특정 부분만을 선택해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과잉 단순화(oversimplication)’도 발생한다. 일종의 거두절미와 짜깁기다. 또한 여론조사 등을 활용해 “이게 사회적 합의”인 양 포장하는 ‘동의 조작(manufacture of consent)’도 동원된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프레임 전쟁이 건강한 토론을 저해하고 자칫 낙인찍기와 진영논리 공고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대정신 담아야 폭발력 커져
대중과 공명하는 프레임이 생존
역사성·스토리텔링 있어야
[4] 관통하라=과거엔 언론 보도가 프레임 형성의 결정적 요소라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뉴스 소비자와의 상호작용, 즉 사회적 공명(resonance)에 따라 경쟁하면서 프레임이 도태되거나 강화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프레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이면에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임이 폭발력을 띠려면 시대정신과 부합해야 한다. 역사성도 빼놓을 수 없다. ‘친일’ ‘종북’ 프레임이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작동하는 이유다. 김원용 교수는 “과거 선거가 이념·지역 등으로 갈렸다면 이번 대선은 세대 요인이 핵심 변수”라며 “세대교체 프레임은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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