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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품을 전구로 재활용, 소외층 가르쳐

업사이클링 업체 ‘세컨드비’ 정지은 대표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 더해 예술품으로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자활센터 어르신들께 새 일자리도 마련
“못 쓰는 물건에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혀 두 번째 삶을 살게 한다”는 정지은 대표.

“못 쓰는 물건에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혀 두 번째 삶을 살게 한다”는 정지은 대표.

업사이클링 브랜드 ‘세컨드비(2nd be)’의 정지은 대표는 한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폐자전거를 주요 재료로 제품을 만들되 체인이나 타이어 등 소모품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프레임은 덧칠만 하면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하거든요. 세컨드비는 정말 버려질 수밖에 없는 폐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세컨드비는 말 그대로 ‘두 번째 삶’이란 뜻이다. 못 쓰는 물건을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전문업체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4학년 때 졸업작품으로 ‘길’을 소재로 작품을 구상하면서 업사이클링에 처음 발을 들여놨다. 이후 정 대표는 자전거를 주제로 한 업사이클 제품을 전문적으로 만들었다. 자전거 바퀴의 휠은 어둠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스탠드 조명으로 탈바꿈했다. 못 쓰는 체인은 분위기 있는 팔찌와 목걸이로 다시 태어난다. 자전거 바퀴 안에 들어 있는 고무 튜브는 지갑이나 필통으로 변신한다. 1만원대부터 20만원대까지 제작 기간과 디자인의 질에 따라 상품가도 다양하다.

세컨드비의 제품은 현대미술관 등 4개 아트숍에 입점해 있다.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선 온라인으로 사전 주문을 받아 제작한다. 2014년 처음 문을 연 세컨드비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인기가 많다.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 구매자도 많다. 정 대표는 “버려져야 할 물건들이 디자인이란 마법을 통해 두 번째 삶을 살게 된다”며 “업사이클링 제품은 상품이기도 하면서 그 자체로 스토리가 있는 예술작품”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세컨드비를 운영하는 동시에 재활용품을 사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조형예술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코엑스에는 일회용 포장용기를 사용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전시됐다. 정 대표가 과자 봉지와 유리병, 스티로폼 등을 사용해 만들었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에는 수명을 다한 카드결제기 300여 개로 집을 만들어 전시했다.

지난해부터 정 대표는 함께 일하는 지인들과 재능기부로 일반 시민들 대상의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수강료나 재료비 대신 집에서 안 쓰는 책을 받았다. 그의 작업실이 있는 서울 강동구 리사이클 아트센터에 마을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리사이클링 제품 만들기, 도자기 굽기 등 다양한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공통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빈곤층의 자활도 돕고 있다. 지역별로 설치돼 있는 자활센터 소속 어르신들에게 리사이클링 제품 제조법을 가르쳐 주고 그들에게 직접 일을 맡긴다. 정 대표는 “보통 60대 전후인 분이 많아 일자리를 얻는 게 쉽지 않다”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세컨드비를 스위스의 업사이클링 명품 브랜드인 프라이탁처럼 키우는 일이다.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 이미지만으론 공감을 끌 기 힘들죠. 소비자가 갖고 싶도록 만드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착한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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