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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에 ‘밥도둑’ 삶 바꾼 형사 “잘 지내나 볼끼다”

“일 잘하고 있는지 내가 불시에 찾아와서 볼끼다(볼 거다). 쉬는 날 공부해서 중학교·고등학교 검정고시도 쳐봐. 10년 뒤 니(네) 모습은 달라져 있을끼다.”(박영도 경위)

부산 사하서 박영도 경위의 선행
배고파 경로당서 밥 지어먹은 30대
밥값 건네자 땀흘려 번 돈으로 갚아
박 경위 “새 삶 살며 찾아와줘 감동”

“불쑥 와서 (저를) 봐도 돼요. 잘하고 있을 테니까요.” (김경희씨)

부산 사하경찰서 형사과 박영도(49) 경위와 절도피의자에서 성실한 근로자로 변신한 김경희(36)씨가 8일 부산 엄궁농산물시장 앞에서 나눈 대화다.
박영도 경위(왼쪽)가 경로당에 들어가 밥을 훔쳐먹다 잡힌 김경희씨를 8일 부산 사상구 엄궁농산물시장에서 만났다. 박 경위는 “검정고시도 보며 새 삶을 살라”고 격려했다. 김씨는 사진촬영에 흔쾌히 응했다.

박영도 경위(왼쪽)가 경로당에 들어가 밥을 훔쳐먹다 잡힌 김경희씨를 8일 부산 사상구 엄궁농산물시장에서 만났다. 박 경위는 “검정고시도 보며 새 삶을 살라”고 격려했다. 김씨는 사진촬영에 흔쾌히 응했다.

지난해 12월 형사(박영도 경위)가 건넨 밥값 3만원에 감격해 눈물 흘린 ‘밥도둑’(김경희씨)은 요즘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청과물 가게에 나가 과일상자를 나르는 바지런한 일꾼으로 억척같이 살고 있다.

밥도둑의 인생에 180도 극적 변화가 생긴 사연은 이렇다.

김씨가 박 경위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수시로 자살 생각을 할 만큼 삶은 피폐하고 절망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를 여의고 형과 같이 살았지만 2012년 형이 숨지면서 삶의 희망을 잃었다. 절도죄로 부산교도소에서 1년6개월간 복역하고 2016년 10월 출소했을 때 또 자살을 결심했다. “세상에 아는 사람이 없어 죽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다”고 한다.

수중에 돈이 모두 떨어지자 김씨는 하루 한 끼도 먹을 수 없었다. 배고픔에 허덕이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9시쯤 부산 사하구 장평동의 경로당에 들어가 쌀로 밥을 지어 김치를 꺼내 먹었다. 다른 밥도둑과 달리 그는 설거지와 경로당 청소까지 해놓고 새벽에 경로당을 빠져 나왔다. 이렇게 13차례 경로당을 드나들다 지난해 12월 20일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불구속 입건된 김씨를 박 경위가 조사했다. 박 경위는 김씨가 조사 받고 풀려나면 또 배고픔을 못 참고 범죄를 저지를까 걱정됐다. 고민 끝에 “밥값이나 하라”며 주머니에서 3만원을 꺼내 김씨에게 건넸다. 작지만 이런 인간적인 호의를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김씨는 수차례 사양했다.
“지금 자존심 세우는 거가? 그럼 빌려주는 거니깐 돈 벌어서 갚으면 되잖아.”

박 경위는 김씨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끝내 3만원을 김씨 손에 꼭 쥐어줬다. 그리고 인근 복지공단에 연락해 김씨가 청과물 가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소개해줬다.

김씨는 지난달 12일 3만원을 들고 사하경찰서를 찾아갔다. 1월 초부터 일주일간 매일 새벽 3시부터 낮 12시까지 청과물 가게에서 일해 받은 일당에서 3만원을 마련했다.

김씨는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형사님이 준 3만원은 30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지난해 12월 당시) 돈을 받자마자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졌고 새 삶을 살아서 반드시 갚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 경위에게 “형사님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고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경위도 김씨를 반갑게 맞아주며 격려했다.

박 경위는 “김씨가 새 삶을 살게 됐고 단돈 3만원을 갚겠다고 나를 찾아와줘 감동을 받았다. 공직자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들에게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지금보다 나아진다고 늘 말한다. 김씨도 매사 최선을 다하면 분명 달라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며 어엿한 생활인으로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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